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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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올해도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부의 강한 규제와 변치 않는 시장의 반응이 꾸준하게 이어져왔습니다. 언론과 방송에서는 벌써부터 2022년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을 합니다. 대출규제가 심해지고 내년 대통령선거도 있으니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분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집니다.

복합적인 특성을 가진 부동산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살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변수를 살피는 것 또한 소음을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복잡할 때는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시장을 살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2022년 부동산시장을 예측하는데 딱 하나의 변수만을 들라고 한다면 전세(월세) 가격상승률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1년은 매매의 시기였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2.12% 올랐습니다. 수도권은 14.75% 상승했고 인천은 무려 19.89% 치솟았습니다. 12월의 집계마저 끝나면 인천의 가격상승률은 20%를 훌쩍 넘어서게 됩니다. '엄청난 규제에 어마어마한 상승률'이 올 한 해 부동산시장을 요약하는 문장이 됩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내년은 이렇게까지 많이 오르지는 않는다고 예측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야흐로 매매의 시기에서 전세(월세)의 시기로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심스럽지만 내년에는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보다 전세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부의 중첩된 규제와 함께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세매물의 계약종료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중가격제로 변해 있는 전세시장에서 신규 계약이 가능한 전세매물은 희소합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작으니 가격은 현재의 이중가격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아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매매가격 상승률보다 전세가격 상승률이 높아지는 골든 크로스가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전세가격이 올라가면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세 임차인의 경우 아파트를 매입하는데 필요한 금액이 줄어듭니다. 즉 매매수요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가격 상승도 가능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막을 수 있습니다. 가격이 조정된다고 해도 전세가격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69%입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30% 이상 가격이 하락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년 부동산 시장, 전·월세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전세가격 상승률이 예상한 만큼 높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급격히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부동산시장에서는 월세 가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로 전세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 보증금 상승분은 자연스럽게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로 인해 월세가격 상승률이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11월 현재 월세거래비중은 36.5%로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입니다. 월세가격지수도 108.6으로 만만치 않습니다.

집주인들 또한 수익이 거의 없는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합니다. 보유세 부담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임차인이 전세 상승 분을 월세로 지급하게 되면 세부담에 대한 보전도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집주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 월세전환은 빠르게 늘어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월세 또한 많이 오를 겁니다.

현 정부 들어 갭 투자 비중은 14.3%(2017년 9월)에서 43.7%(2021년 5월)로 3배나 높아졌습니다. 강남4구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전세가격이 올라가면서 내년에는 갭투자가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규제로 인해 대출도 안되니 매매거래는 전세를 안고 사는 갭투자에 의존하게 될 겁니다. 갭 투자와 선 분양을 악이라고 규정했던 현 정부가 갭 투자를 조장하고 선 분양보다 더 심한 사전 분양에 목매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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