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40년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 [김진웅의 100세시대와 평생자산관리]
나와는 사람들과는 별 상관없을 것만 같던 100세 시대. 이제 누구나 고민해야 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보통 수명이 늘어난다고 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활기차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건강관리를 다짐합니다. 건강관리만큼 자산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길어진 노후를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계자산 현황을 보면 ‘과연 100세 시대에 맞는 자산관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가계자산 구성에 있습니다.

가계 자산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으로 구성됩니다. 실물자산과 금융자산 중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에 더 필요한 자산은 당연히 소비를 위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주는 금융자산입니다.

물론 부동산도 임대를 통해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줄 수 있겠지만 이는 일부 부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에 자산의 상당부분이 몰려 있을 겁니다. 거주하는 주택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지출이 발생할 뿐입니다. 최근에는 주택연금이 노후대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지만 더 이상 현금흐름을 만들 방법이 없을 때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일 겁니다.

노후를 위한 자산 준비의 정석은 역시 연금을 중심으로 한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적습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가계는 평균 5억253만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실물자산이 3억8934만원으로 4분의 3을 넘게(77.5%)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금융자산 비중은 22.5%(1억1319만원)로 1억원을 조금 넘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1억원 남짓 되는 금융자산으로 은퇴 후 40년에 가까운 노후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국민연금을 받는다 쳐도 여유로운 노후생활이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실물자산과 금융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부동산에 유독 집착해왔던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일시에 실물자산 비중을 줄이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30~40대라면 몰라도 은퇴가 가까워진 50대 이후로는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적절한 균형점은 어디일까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선진국 사례를 보면, 실물자산 비중은 대략 60% 이하입니다. 은퇴시기에 임박해서 부동산 비중이 높다면 다운사이징을 고려하거나 금융상품을 통해 금융자산 비중을 확보해가며 여유로운 노후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NH WM마스터즈 김진웅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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