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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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는 투자방식에 따라 목돈을 한꺼번에 넣는 거치식펀드, 정한 기간마다 일정금액을 꾸준히 납입하는 적립식펀드, 수시로 추가납입을 하는 임의식펀드로 나누어집니다.

그리고 투자철학에 따라 성장주 펀드와 가치주 펀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성장주 펀드는 성장 잠재력이 큰 주식에 주력으로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가치주 펀드는 기업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에 주력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말합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펀드 및 펀드매니저는 펀드운용의 스타일을 시장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자주 변경하는 경우입니다. 성장주 펀드인데 시장이 가치주 장세로 전환되면 펀드의 편입자산을 저평가 가치주 위주로 변경하고, 절대수익형 펀드인데 운용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으니까 성장주 스타일로 바꾼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 단기간 반짝해서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경과해도 벤치마크 수익률을 하회하는 수익률로 투자자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펀드로 고객분들 자산관리를 하면서 제일 안타까운 경우중 하나는 펀드의 수익률이 수년간 원금을 밑돌아서 고통스러워하다가 원금회복이 되는 순간 해지하는 케이스입니다. 항상 경제시장과 주식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는 펀드는 없다고 보면 맞는 표현입니다.

어느 기간은 성장주의 성장률이 높아 성장주 펀드가 좋은 성과를 기록하다가, 경기가 과열조짐을 벗어나서 안정상태에 다다르면 소비재, 경기민감주가 주로 편입된 가치주 펀드가 보다 나은 성과를 기록합니다.

보유중인 펀드가 한참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 투자자의 마음은 '원금만 회복되면 해지해야지!'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알아야 하는 팩트는 펀드가 마이너스에서 원금 또는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섰다는 것은 '이제 그 펀드가 운용하는 전략이 시장상황에 맞아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오랜 시간 힘들게 버틴 구간을 원금회복 수준에서 참지 못하고 해지를 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호흡을 길게 하고 투자를 하는 경우, 그 동안 힘들게 버틴 보상을 좋은 성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때때로 국내에서 매일 펀드의 수익률을 들여다보면서 관리하는 고객들보다, 해외에 체류하고, 인터넷뱅킹도 되지 않아 펀드 해지를 물리적으로 하지 못해, 비자발적으로 조금 더 길게 투자하는 경우에 손실 펀드가 원금회복을 넘어서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좋은 성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성장주 펀드와 가치주 펀드의 개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수익률 높인다고 오락가락, 못 믿을 '펀드매니저'입니다 [하박사의 쉬운 펀드]
대부분의 성장주는 고 PER, 고 PBR이고, 대부분의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저 PER, 저 PBR의 수치를 나타냅니다. 삼성전자와 신한금융지주 주식을 예로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수익률 높인다고 오락가락, 못 믿을 '펀드매니저'입니다 [하박사의 쉬운 펀드]






PER은 현재의 이익 몇년치가 현재의 주가에 해당되는지를 나타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의 이익 21년치가 현 주가이며, 신한금융지주는 현재의 이익 6년치가 모여야 현재 주식의 가격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PER가 높습니다.

PBR은 회사의 전체가치(순자산)가 주가대비 어떤 비율로 거래되는지 보여주는 비율입니다. 1이면 회사의 자산가치가 주식가격과 일치한다는 것이고, 0.5이면 자산가치 대비 주식가격이 50%이고, 2이면 주가가 회사의 청산가치의 두배가 된다는 것입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회사를 청산하면 주가 대비 두배의 가격으로 정산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성장주는 회사의 자산가치에 비해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오르는 산업에 속하는 주식입니다. 가치주는 일반적으로 성숙기에 들어가 있는 산업의 대표종목이 해당됩니다.

대부분의 성장주 펀드는 고 PER 주식이 주류를 이룹니다. 향후 성장성과 성장의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에 주로 투자를 합니다. 이에 비해 가치주 펀드는 지금 이 회사를 청산하더라도 주식의 현재가치 정도는 충분하게 회수가능할 정도의 자산가치가 높은 주식, 꾸준히 이익을 내는 산업의 종목에 투자를 합니다.

성장주 펀드는 물가, 환율, 금리, 유가 등 거시경제 지표 등 시장의 큰 흐름의 변화를 봅니다.업종간 투자비중을 적극적,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액티브(적극적) 스타일의 전략을 추구합니다. 시장에 대세 상승시기일때 투자하면서 시장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운용을 합니다.

가치주 펀드는 자산가치 우수기업, 재무 안정성을 갖춘 고배당 기업, 시장지위 우수기업 등에 주로 투자합니다. 시장의 방향성보다는 기업의 숨은 가치, 즉 본질가치에 집중해 주식을 찾아내고 적정가치에 도달할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투자를 하는 방식입니다.단기적인 주식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여유자금을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방식입니다.

유럽의 버핏으로 불리우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개(주식 가격)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때, 개가 주인(기업 가치)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는 있어도 주인(기업가치)을 떠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주식의 가치가 언제 적정한 가격으로 수렴, 일치하는 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좋은 주식인데 왜 안 오르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고민을 해보신적이 있을겁니다. 성장주는 주기가 조금 빠른 편이고, 가치주의 경우는 주기가 상대적으로 느린 편입니다.

성장주는 대형주, 가치주는 중소형주라는 공식도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소외받았던 자동차 관련 주식이 2차전지, 전기차 등의 재료로 급등했습니다. 예전의 운용 전략이면 성장주 펀드에만 있을 주식이 이제 가치주 펀드에도 편입돼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장주 펀드와 가치주 펀드에서 100% 본연의 색깔을 내는 펀드보다는 70%는 원래 운용 스타일로, 30% 정도는 보완하는 주식을 편입해서 운용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입니다. 즉, 성장주 펀드에 70%는 대형 성장주 위주, 30% 정도는 저평가 가치주를 편입하는 방식 또는 가치주 펀드가 30% 내외를 대형 성장주를 편입해서 시장의 큰 흐름을 따라가고 70%는 저평가 가치주 본연의 운용스타일로 운용하는 것입니다.

경제시장의 사이클은 몇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합니다. 투자철학을 일관되게 운용하는 것이 바른 펀드 운용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시기에 성장주 펀드 또는 가치주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을까요?

성장주 펀드의 경우는 시장이 상당기간 저점을 지나서 회복기미를 보이고 시장의 상승을 보여줄때 투자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펀드는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코스피 인덱스 펀드 또는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액티브 펀드중 성과가 검증된 펀드로 나누어 투자를 합니다. 펀드 해지는 시장지수가 전고점을 찍고 횡보를 보이거나, 소기에 목표한 수익률을 달성했을때 펀드 해지를 고려합니다.

가치주 펀드의 경우는 가파르게 오른 시장이 상당기간 횡보를 보이거나, 하락흐름을 보이는 경우 투자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펀드는 제조업, 금융 등 전통산업의 무거운 주식과 중소형 가치주로 구성된 펀드로 나누어 투자를 합니다. 가치주 펀드는 성장주 펀드에 비해 긴 호흡으로 투자기간을 정하고 목표달성시 환매합니다. 적정 사이클이 지나면 상당기간 저평가의 기간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성장주의 수익 사이클은 2~3년, 가치주의 수익 실현 사이클은 4~5년 주기로 수익실현이 크게 됩니다. 따라서 한가지 스타일의 펀드를 고집하기 보다는 성장주와 가치주 펀드를 분산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여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필자는 아침 9시 펀드시장이 오픈하면 시장상황을 감안해 성장형 펀드에는 1만원, 가치주 펀드에는 2만원을 입금하면서 시장의 변화와 펀드의 수익률 관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향후 시장상황이 변하면 비중이 조절할 예정인데, 현재의 상황은 가치주 주식에 우호적입니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는 성장주 펀드와 가치주 펀드를 7대 3, 6대 4 정도로 성장주 펀드에 무게를 더하고, 시장이 횡보하거나 하락흐름을 보일 때에는 가치주 펀드에 무게를 더하는 방식으로 펀드 투자전략을 가져 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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