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1982년까지 20여년간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 머무르다가 이후 10년간 4000포인트까지 급상승했습니다. 다시 5년동안 6000포인트가 오르면서 1만 포인트를 넘어서게 됩니다.

당시 미국증시 상승을 이끈 원동력 중 하나로 미국의 대표적 퇴직연금제도인 '401K'를 꼽습니다. 1983년 '401K'가 도입되면서 근로자들의 노후자금이 증시에 안정적인 공급원이 됐고, 기업들의 성장과 맞물리면서 미국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다 줬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증시도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를 열었습니다. 성장을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았지만, 미국과 같이 퇴직연금이 증시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2005년 12월 국내에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만 15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증시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투자비중이 이제서야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개인형퇴직연금 적립금 100조원 돌파에 힘입어 255조원을 넘어섰습니다. 15년 전, 총 적립금이 1조원에 미치지 못했던 상황과 비교했을 때 가파른 성장세입니다.

외형은 커졌지만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비중이 10.7%로 높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반면 적립금의 90%에 가까운 228조원이 대기성자금을 포함해 여전히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금리 환경을 고려했을 때 운용수익을 통한 적립금 증대가 쉽지 않은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직연금 도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지원입니다. 퇴직연금을 노후자산으로 지키는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해 가고 있으나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비중이 낮고 평균 수익률이 연 2.58%에 불과합니다.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연금자산을 늘려야 하는 다음 단계의 목적 달성은 좀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가입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스스로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제도마저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이 더 높은 상황입니다. 과거 퇴직연금 도입 초기에는 시장선점을 위해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해 원리금보장 상품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퇴직연금시장이 성숙단계로 접어들었고, 저성장·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원리금보장 상품 금리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퇴직연금의 5년 장기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원리금보장 상품은 연 1.64%로 실적배당형 상품(연 3.77%)의 절반 이하 수준입니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기간 운용해야 하는 퇴직연금 특성상 연 수익률 1%포인트 차이로 미래 적립금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퇴직연금 가입근로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퇴직연금 운용을 통해 국내 증시가 성장하고, 그 결과가 다시 많은 사람들의 풍요로운 노후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진웅 NH투자증권100세시대연구소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