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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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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금융상품인 생명보험은 많은 사람이 가입할 수 있게 매달 같은 액수의 보험료를 오랜 기간 납입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소위 평준보험료 방식은 제도적으로 미래에 필요한 보험료 일부를 미리 내도록 만듭니다. 더 내놓은 부분은 이자도 더해져 계속 보험회사에 축적되다가 계약자가 해약하면 해지환급금으로 받아 가거나, 혹은 계약은 유지된 상태로 회사가 정해놓은 비율만큼 보험계약대출이란 명목으로 가져다 쓸 수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보험계약대출은, 다른 금융기관의 어떤 대출보다도, 사용이 손쉽고 이자 비용도 가장 쌉니다.

보험계약에 ‘계약대출 가능금액’이 설정되어 있다면, 대출심사 자체가 없어 보험회사에 신청만 하면 즉시 지급됩니다. 중도상환수수료를 포함하여 어떤 종류의 수수료도 내지 않습니다. 대출 정보가 밖으로 노출되지도 않아, 다른 기관의 대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자가 연체되더라도 해지환급금이라는 담보를 확보해 놓은 보험회사와의 문제이므로 공적인 신용도에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보험계약대출금리는 처음 보험에 가입할 때 결정된 고정이율이거나 아니면 매번 낼 때마다 새롭게 결정되는 변동금리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보험계약대출의 실질적인 이자율은 명목적으로 정해져 있는 이자율에서 회사 내부 보험료적립금을 축적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을 뺀 수치입니다. 정확하게는 유동성 프리미엄과 업무 추진에 필요한 원가를 합친 1~2%의 소위 ‘가산금리’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마저도 최소화하라고 법으로 정해 놓았습니다. 시중금리가 아무리 낮아져도 보험계약대출보다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미리 보험료로 내놓아 저축해 놓았다고도 볼 수 있는 내 돈을 가져다 쓰는데 왜 이자를 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꼭 보험회사가 이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처음에 보험료를 책정할 때 앞으로 보험료를 받으면 적어도 이 정도, 보통 예정이율만큼, 불려가리라는 계산으로 벌써 계약자에게 그만큼 할인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계약자가 대출을 받아 이미 내어놓은 보험료를 꺼내 가면, 보험회사는 투자할 자금이 그만큼 없어집니다.

보험회사가 투자를 못 해 예상했던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보험료에서 이미 깎아준 부분을 만회하지 못해 전체적인 보험수지를 맞출 수 없게 됩니다.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보험계약대출을 이용한 계약자로부터 꼭 이자를 받아 보충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자를 회사에 내는 것 같지만, 대부분이 내 보험계좌로 입금됩니다. 내가 보험계약대출을 받았건 혹은 아니건 상관없이, 보험회사는 처음에 약속한 금액만큼 내 보험계좌를 불려 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정해준 ‘계약대출 가능금액’ 전부를 대출받아 잔고가 ‘0’이 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대출가능금액이 또 생성되는 보험의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두철 상명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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