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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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18일 미국영토,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영린 미중의 2+2 고위급회담에서 중국의 힘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중국은 회의 모두 발언에서 미국측이 중국의 인권문제와 영토문제를 꺼내자 작심하고 세계의 패권국 앞에서 보통의 나라 같으면 감히 꿈도 꾸지 못할 발언을 마구 쏟아냈습니다.

“미국은 인권문제에서 다른 나라 간섭할 자격이 없다”. “미국은 군림하면서 중국에게 이런 말할 자격이 없고, 중국에게 이런 수법은 먹히지도 않는다”. “미국은 군사력을 앞세워 다른 나라 내정간섭하는 고질병을 고쳐라”. “미국은 미국식 민주주의가 있고 중국은 중국식 민주주의가 있다” 등입니다.

중국은 군사, 외교, 경제력에서 세계최강인 미국 앞에서 대놓고 내질렀습니다. 선전선동에 강한 중국외교 행태의 전형적 특성이 그대로 나왔지만 회담이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상황에도 미국으로서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런 중국의 행태는 중국이 스스로 “매를 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수준을 보면, 미국이 중국을 꼼짝 못하게 할 “신의 한수”까지는 없었습니다. 중국은 뭘 믿고 이리 행동하는 것일까요?

"외교는 그 나라의 경제력 만큼 큰다"

미국의 71%로 성장한 중국의 경제규모가 배경입니다. 결국 외교는 힘입니다. 바로 국력이지요. 국력의 기본은 경제력입니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통용되는 국제사회에서 힘 있으면 으르렁대는 것이고 약하면 고개를 숙이게 되어 있습니다.

중국, 대내선전용으로는 세계2위 규모의 국내 총생산(GDP) 총량을 내세우지만 국제사회에서 수세에 몰릴 땐 1인당소득 1만달러의 개도국이라는 카드를 내밀지요. 그러나 이젠 누가 뭐라고 하든 세계 1위의 제조대국, 세계 1위의 무역규모 그리고 세계 2위의 군사력과 세계 2위의 금융규모를 가진 중국의 힘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미,중회담에서 중국이 겁 없이 미국에 대든 배경입니다.

외교는 군복만 안 입었다 뿐이지 전투라고 합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고 첫 미,중 외교전쟁에서 누가 이겼을까요? 이번 회담은 미,중 모두 대국의 면모가 보이지 않는 진흙탕 개싸움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의 전략적 우위, 중국의 선방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담은 미국의 전략과 중국의 구력이 맞붙는 형국으로 보였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폼 나게 초청한 게 아닙니다. 아시아 방문하고 그냥 중국 들러 회담하고 가면 될 것을 굳이 미국땅 알래스카로 전략적으로 중국을 부른 것이지요. 영하의 날씨, 눈 덮인 앵커리지는 아무리 봐도 고위급 회담장소로 최적지는 아닙니다. 미국은 중국이 오나 안 오나 한번 불러봤고, 중국은 뭔 소리 하나 들어보러 갔을 뿐으로 생각될 정도입니다.

전략과 구력의 싸움…미중 고위급회담 누가 승리했나

애초부터 이번 회담은 서로가 뭔가를 기대한 회담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회담을 하면서 오찬도, 만찬도 하지 않고 으르렁대기만 3차례하는 것은 이례적 이었습니다. 애초부터 잿밥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이고 회담성과보다는 서로가 본국 여론에 보여주기, 광고선전을 위한 회담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미국측은 백악관의 외교방향도 아직 완전 하게 확정되지 않은 중간 단계이고 장관도 지난 1월20일에 임명 받아 2개월도 안된 상태였습니다. 완벽한 준비를 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중국은 미국측에 밀리지 않았다는 사인을 중국의 14억 인민들에게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회담의 성과는 충분해 보였습니다. 결국 3차례 회담을 하고서도 아무 결론없이 각자가 자기유리한 두리뭉실한 기자회견만 하고 끝났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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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중 2+2고위급회담에서 중국외교관의 상황 대처의 순발력과 구력은 확실히 돋보였습니다. 미국의 59세의 블링컨 국무장관은 국무부차관을 역임 했지만 외교업무는 2002년부터 해서 18년경력이고 중간중간 단절이 있었습니다. 45세 설리반은 외교와 전략의 천재라고 하지만 2009년에 정계에 입문한 11년 경력에 불과합니다. 미국측 2명의 대표는 모두 어쩌다 공무원, '어공'들이었습니다. 미국측은 회의 시작부터 막 나가는, 통제 불능 상태인 중국측의 반박에 회견장을 나가는 기자들을 잡아 추가발언을 하는 볼썽 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측의 71세 양지에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주미대사를 거쳐 외무부장관까지 지낸 46년간 외교관 생활을 한 늘 공무원 '늘공'이었습니다. 68세 왕이 외교부장관도 38년간 외교관 생활을 한 '늘공'이었습니다. 당초 2분씩 발표하기로 한 모두 발언을 미국이 4분씩 하면서 중국의 인권문제와 영토문제를 건드리자 바로 양지에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미국측이 제지할 사이도 없이 16분간 삿대질하면서 반박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관은 짧게 얘기하겠다고 하면서 4분간 반박했습니다. 미국측보다 2.5배나 시간을 더 쓴 것이지요.

이런 중국측 대표단의 반박에 중국내 여론과 언론은 난리가 났습니다. “양지에츠 대단하다. 중국 굴기가 바로 이런 것이다. 시원하게 얘기 잘했다. 당신들 뒤에는 14억의 인민들이 있다” 등등 중국 특유의 발언들이 넘쳐 났습니다. 중국의 작심 발언은 회담의 실질적 성과와는 상관없이 대내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당장 중국의 온라인 쇼핑 몰에는 “미국은 군림하면서 중국에게 이런 말할 자격이 없고, 중국인에게 이런 수법은 먹히지 않는다(美国没资格”居高临下对中国说话,中国人不吃这一套)”는 양지에츠의 발언이 세겨진 T셔츠, 핸드폰케이스, 우산 등의 제품이 대거 등장했고 폭발적인 매출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중의 최종 전쟁터…결국 기술과 자본시장

앞으로 미중의 전쟁은 어떻게 될까요?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도 보여주었지만 인권문제나 영토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시비 걸기 위한 명분이나 구실로는 훌륭하지만 별 실익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인권문제나 영토문제는 미국이 문제제기는 할 수 있지만 상대인 중국의 양보나 협조를 얻어내거나 강요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이 수용은 물론이고 논의의 대상에 올리지도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시했습니다.

앞으로의 미중 전쟁은 미국의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전략과 기획의 천재라고 알려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반의 대중전략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정부와 달리 설리반은 “중국이 자멸한다는 것은 엉터리다 그리고 미국 GDP 71%인 국가, 중국에 대해 무역 ‘봉쇄 전략’을 쓸 수 없다”는 발언을 합니다.

설리번은 중국을 인정하되 동맹을 부활시켜야 한다. 동맹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하고 함께 가야 할 곳’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도 합니다. 세계에 중국은 동맹이 없지만 미국은 있는, 미국의 최대자산인 ‘동맹의 힘’으로 중국을 좌초 시킨다는 전략을 강조합니다.

설리반은 동맹과 연합을 통한 “중국 가두기”를 한다는 것이고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수출전쟁이 아니라 미국 경쟁력의 핵심인 원천 기술에 더 투자해 중국을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중국을 막무가내로 막아 서는 것보다는 미국이 먼저 기초과학, 청정에너지,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에 광범위하게 투자해 기술적 우위를 지켜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미래 첨단 기술은 철저히 봉쇄해 여기서 중국을 좌초 시킨다는 것입니다.

첨단기술과 산업은 사실 돈 먹는 하마지요. 첨단기술은 자금이 문제이고 중국의 첨단산업에 어떤 형태로든 자금이 들어가는 것을 봉쇄하는 전략을 쓴다는 것입니다. 중국 기업 정부보조금 지급 금지, 미국상장 중국기업의 자금조달 금지 혹은 상장폐지, 홍콩 금융시장 상장기업에 대한 제재, 방산기업에 대한 자금유입 차단 등의 방법을 이미 미국은 실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중의 2라운드 전쟁은 기술 전쟁이고 3라운드전쟁은 자본 전쟁입니다. 미국은 동맹전략에서 구체적인 기술 동맹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 의약의 4개분야를 콕 집어서 동맹을 통한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쿼드 동맹과 같은 군사외교적 동맹에서는 한 걸음 물러나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와 배터리는 세계1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산업동맹전략에서 한국의 주도적역할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와 전기차시장인 중국은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사업의 최대 시장이기도 합니다. 중국말에 “원숭이 길들이려고 닭을 잡아 피를 보여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 미국, 중국의 2라운드 전쟁에서 “닭”이 되면 안됩니다.

미중의 2라운드 전쟁에서 어부지리를 할 것인지 닭이 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고 결과도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사안입니다. 미국의 창과 중국의 방패의 방향을 정확이 보고 대응을 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최대시장이자 여차하면 사드 보복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는 중국의 생각, 중국의 전략을 예리하고 관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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