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로또'만 만드는 단기적인 부동산 규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규제…계약날짜 따라 희비 엇갈려
시장 실패 가리려고 계속되는 입법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 실패 되새겨야"
지난해 청약시장에 몰린 청약자들은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었다. / 자료= 한경DB

지난해 청약시장에 몰린 청약자들은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었다. / 자료= 한경DB

부동산 시장에서 '로또(lotto)'들이 늘고 있습니다. 로또는 시세차익을 얘기하는 동시에 당첨확률이 희박하는 것도 의미합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수록 차익은 커지고, 당첨확률은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내 집 마련에서 시작된 로또는 이제는 전세 계약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일단 내 집을 마련하는데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인 청약부터 보면 이렇습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유망지역에서 청약을 받기 위해서는 가점제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지만, 가점이 낮은 주택수요자의 경우 운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운 좋게 특정 지역의 분양 아파트가 가점이 낮아 당첨된 경우도 로또이며, 부적격자로 인해 나온 추점제 물량에 당첨되는 것 또한 로또입니다. 작년 말 5억원 로또 DMC파크뷰자이 아파트의 계약 취소분 1가구를 놓고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 30만 명 가까이가 신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계약 날짜 따라 갈리는 규제…로또만 늘어나는 시장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89.8대1로 2019년과 비교해 2.8배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청약시장이 로또화 되는 가장 큰 원인은 공급물량은 대폭 줄었지만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는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청약시장에 몰려든 주택수요자들이 많았지만 더 큰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로 인해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해 예정 물량 대비 실제 분양이 소수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줄어든 물량은 주택 수요자들의 조급증과 불안감에 불을 지폈을 가능성이 큽니다. 2018년 수도권에서 접수된 1순위 청약통장은 78만 건이었으나 2020년에는 무려 256만 건으로 200%가 훌쩍 넘게 증가했으니 말입니다.

계약일 따라 갈리는 부동산 규제…'로또' 사행심만 조장한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분양물량만 로또가 아닙니다. 기존 아파트를 사는 것 또한 로또가 됐습니다.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전 매입한 다주택자는 기존 취득세율이 적용되나 대책 이후의 시점에 매입한 다주택자들은 8% 또는 12%의 취득세율이 적용됩니다.

임대차계약 또한 로또입니다. 상임위를 통과한 임대차2법이 소급적용되면서 법 시행 이전에 한 계약은 로또이지만 시행 이후에 한 계약은 쪽박입니다. 이로 인해 서울 전세금은 끊임없이 오르는 중입니다. 전세 물량도 거의 없어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억 원의 전세금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2·4공급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2021년 2월4일 이전과 이후에 주택을 매입한 경우 공공정비사업으로 지정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수익률은 극과 극일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정비사업으로 지정될 곳을 2월4일 이후에 매입한 경우 현금청산을 당하는 데 말이 좋아 현금청산이지 강제수용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규제가 규제 만들고, 부작용 단속하려고 또다른 규제로 양산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로또판으로 돌아가는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단기적인 규제 대책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부동산 정책(로드맵)이 아닌 단기 부동산 대책만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미래의 부동산시장을 고려한 정책은 실종상태입니다. 이렇게 단기적인 대책만이 쏟아질 경우 발표되는 시기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에 줄을 서느냐에 따라 수익이 크게 달라지니 갈피를 잡기도 어렵습니다. 규제는 규제를 만들고 그 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중입니다. 시장의 문제를 규제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규제에 규제가 꼬리를 물고 늘어나게 됩니다.
‘2·4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공공 주도 정비사업의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뉴타운 해제지역.    / 자료=한경DB

‘2·4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공공 주도 정비사업의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뉴타운 해제지역. / 자료=한경DB

대표적인 게 우리의 청약시장입니다. 청약제도가 만들어지고 난 이후 150번 가까이 변경됐는데, 올해도 계속 바뀔 예정이랍니다. 변경하면 할수록 제도는 복잡해지고 이 복잡성에 따라 다시금 제도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제는 청약담당자들마저 청약제도를 이해하기 어려워 법안을 찾아보면서 조심스럽게 상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첩첩히 쌓인 규제의 그림자입니다.

현 정부는 규제를 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큰 정부를 지향하기에 규제를 통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기업활동을 지원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 정부에서 발표되는 대부분의 정책에 뉴딜이란 단어가 포함된 것을 보면 이들 생각의 단초를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뉴딜(New Deal)이란 천재지변(대공황)과 같은 전대미문의 상황에서의 정부개입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첩첩히 쌓인 규제로 인해 우리 부동산시장을 본인들이 천재지변의 상황으로 만들어놓고 이때다 하고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시행되지 않는 규제들을 대거 도입하는 중입니다.

여당 의원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전월세 무한연장, 부동산 민주화, 주택 공개념 등은 정치적 선전 구호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법적 근거를 계속 만들려는 이유는 규제로 인해 로또화되어 가는 시장실패를 가리려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동산 정책실패가 정권 재창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던 참여정부의 교훈을 다시금 떠올렸으면 합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SWCU교수)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