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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40거래일 연속 매도 일관
개인들이 올려놓은 코스피 3000, 결국 무너져
"연기금 위탁 운용사들 과매도 감사원 조사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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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이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침없는 로우킥으로 12조원 이상 매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만 8조원 이상 팔아치우는 등 지극히 이례적인 모습을 모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40거래일 연속으로 매일 수천억원 내외의 매도 폭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연기금 역사상 이런 매도 일변도 사례는 처음이라고 봅니다.

연기금이 이렇게 물량을 쏟아내는데 영끌(자금을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한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지난 24일 코스피지수 3000이 허무하게 붕괴됐습니다. 동학개미가 살린 우리나라 주식시장. 누가 연기금에 지수를 하락시키라고 명령이라도 내린 걸까요?
연기금 매도 폭주…코스피 3000 붕괴
연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규모는 작년 11월 기준 144조원입니다. 그런데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전체 주식 비중의 약 10% 가까이를 쉬지 않고 40거래일 연속해서 매도만 했습니다. 기금 운용 정책과 이익 실현 차원만이 아닌 주가 상승을 막기 위한 행태로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공적 성격의 연기금이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급하게 허겁지겁 마구잡이로 팔아치우는 이유가 뭘까요? 최근 개인투자자 일각에서는 기금을 운용하는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공매도 금지기간에 지수를 내려서 공매도 손실을 줄이려한다는 합리적 의심까지 제기하고 국민청원까지 한 상태입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공매도 주체이기도 합니다. 모회사 증권사 등 공매도 주체와 연결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운용사들은 거대한 연기금을 수탁 받아 운용하면서 수익률을 적당히 유지하는 수준에서 기금 자금을 이용해 자신의 공매도 및 여타 공매도 주체들과 연합해서 공매도를 통한 이익을 공유하는 등의 검은 커넥션이 있다는 소문까지 개인투자자 사이에 나도는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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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식시장은 2007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 때 코스피 2000 돌파 후 작년까지 무려 13년 동안 지수 2000대에 갇힌 박스피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작년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비로소 박스피를 탈출해서 3000을 돌파했습니다. 그렇지만 국민연금 매물 폭탄이 쏟아져서 상승분을 반납한 상태입니다.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은 어땠나요? 1000만 주식투자자들은 우리 주식시장에도 봄날이 올 것이라는 소박한 꿈을 꾸는 중이었습니다. 주요국가 주가지수가 2배에서 6배 이상 오를 때 우리나라만 제자리 걸음을 하다가 이제 겨우 올랐으니까요.

국민의 돈으로 운용되는 연기금이 그 꿈을 앞장서서 산산조각내고 있다는 것은 '믿는 도끼가 발등을 찍는 배신행위'라고 개인투자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상승장마다 필연적으로 국민연금의 수조에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서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상승하자마자 내리는 악순환으로 다시 박스피에 머무는 끔찍한 사태가 반복되고, 피해는 오롯이 개인투자자의 몫이 될 것입니다.
"상승하자마자 연기금 매도로 하락"…박스피 악순환, 결국 개인 피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기 의결된 운용 원칙 자체를 당장 바꾸기는 힘들다는 점은 압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도 주식시장과 국가 경제와 연기금 납부자인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대안의 하나로 국민연금은 주식 보유 기준을 시가가 아닌 매입가 기준으로 바꿔 운용하는 운용의 묘도 살릴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계속 시가로 평가하면 상승시마다 국민연금의 매물폭탄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 다시 지긋지긋한 박스피에 머물면서 주식시장을 망가뜨리고 결과적으로 단타를 조장하는 풍토가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기금에 맡겨진 자금. 그게 예삿돈입니까? 국민의 피땀 어린 노동의 대가이며, 대한민국 국민의 노후생활의 가치가 걸린 지극히 소중한 자산입니다. 올해는 대세 상승이냐 아니면 다시 박스피에 갇히느냐가 결정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역사상 아주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연기금에 대한 감사를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감사원은 자산운용사들의 연기금 위탁 운용에 대해 제대로 된 감사를 해야할 시점입니다. 연기금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들이 지수 상승에 의한 '공매도 세력의 막대한 피해를 줄여주기 위해 과도한 매도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항간의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감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최근 주요 연기금으로부터 매매관련 자료를 받은 금융감독원도 매매 행태에 이상 징후가 없는지 철저히 감독해주시기 바랍니다.

연기금의 매도 폭주 기관차가 즉시 멈추기 바랍니다. 동학개미가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해집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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