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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오르자 '퇴직연금'도 손보자"
수익률 올라갈 수 있지만…장기 안정적 관리 위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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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아오른 주식시장과 펀드에 쏠린 높은 관심이 퇴직연금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확정기여형 중에서도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형의 운영방식을 손보자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기관이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맞게 펀드에 투자해서 자산을 굴려준다는 '디폴드 옵션'(Default Option)이라고 불리는 '사전지정운용제도'의 도입입니다. 적립금을 예적금 대신 자본시장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입니다. 가입자가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할지를 지정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처를 미리 통보 받습니다.

퇴직연금에 새로운 제도만 도입하면 수익률이 올라갈까요? 역사적으로 증권에 투자하면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는 사실은 수치로 증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체 주식시장을 고려할 때 성립되는 가설입니다. 증권에 투자한 모든 개인에게 적용되는 진리는 아닙니다. 2018년 코스피 수익률이 30.8%이었을 때 퇴직연금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은 -5.5%였습니다. 때문에 결과는 결코 낙관할 수 없고, 가입자 외에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제도가 도입된다면 상당한 금액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어 K뉴딜펀드를 포함한 국내 공모펀드시장이 활성화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근본적인 특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가입자가 투자상품을 지정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 표준규약에 따라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하면서 매년 지정 여부를 가입자에게 문의하도록 했습니다.특별히 그렇게 지정하거나 혹은 계속 미지정일 경우, 원리금보장형으로 유지됩니다. 법이 개정되면 새로 가입하는 퇴직연금계약은 물론, 한 번도 지정이 되지 않은 기존 원리금보장형계약은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실적배당형으로 전환됩니다. 가입자가 운용을 지정하지 않는 한,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은 사라지게 됩니다.

연금은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원리금을 보장한다는 자체는 매우 중요하고 유용한 덕목입니다. 미국은 401(K) 적립금을 운용하는 수단 중의 하나로 보험회사가 판매하는 투자보장계약(Guarantee Investment Contract)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디폴트옵션 상품의 조건으로 위험 수준을 조절하도록 요구하고는 있지만, 안정장치로는 아주 미흡합니다. 행여 수익률이라는 빈대를 잡으려다 원리금에 해당하는 초가삼간 태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두철 상명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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