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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포퓰리즘에서 벗어나기
토목 사업 문재인 정부, 대규모 사업 남발
최근 GTX-A노선 교통호재 등으로 매매가 많이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에 위치한 ‘고양원흥동일스위트’ 전경 /자료=한경DB

최근 GTX-A노선 교통호재 등으로 매매가 많이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에 위치한 ‘고양원흥동일스위트’ 전경 /자료=한경DB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중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음에도 GTX-D 노선 유치를 위해 서울, 경기, 인천의 지자체장들까지 신경전까지 벌이는 중입니다. GTX 창릉역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리자 삼송과 원흥 쪽 30평대 아파트들의 가격이 1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호가는 12억에 이른답니다. 이 모든 난리는 국토부가 GTX-A 노선에 창릉역을 신설한다고 공식화한 결과입니다.

현 정부에서 계획이 확정된 수도권 노선들만 20개가 훌쩍 넘습니다. 계획단계인 노선까지를 포함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1년에 2~3개 노선을 착공하기도 힘든데 집권 기간(5년) 동안 이렇게 많은 대규모 사업을 남발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4대강을 비롯해 과거 정권의 토목사업을 그렇게 비난했던 정권인데 말입니다.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과거에 비해 재정 건전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더 문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긴급자금까지 남발되면서 우리도 곧 긴축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겁니다. 이를 고려한다면 저 많은 철도사업에 투자할 돈도 없거니와 실제 착공 여부는 계획을 세운 입안자들조차 알 수 없을 겁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투기를 조장하는데 가장 큰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철도사업을 남발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겁니다. 현재 남발하는 대부분의 철도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는 무분별하고 세심한 검토없이 제안된 재정사업 시행을 거르는 최소한의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사전 검토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GTX 이미지

GTX 이미지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어도 본타당성조사가 있으니 걱정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본타당성조사는 사업주체가 시행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긴 어렵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예산까지 배정받은 사업을 다시 꼼꼼히 타당성조사한다는 것은 기대난망입니다. 이 정부에서 혐오하는 4대강 사업의 경우에도 비용 대비 편익비율이 0.21에 그쳐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아 시행되었습니다. 만약 4대강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쳤다면 22조 원의 예산 낭비와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현 정부 들어 한국형 뉴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이어 상당 수의 철도건설사업들이 면제되었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사업 규모는 무려 88조 원을 넘는답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중 105건(78%)이 조사를 면제 받았습니다. 연초 강원도 원주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2025년까지 70조 원 이상을 철도사업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새로운 토건 공화국의 화려한 출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의 결정판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입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전 용역과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등 신공항을 빠르게 건설하기 위해 절차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입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은 전혀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해질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지금부터 추진되는 대부분의 철도건설 사업은 인구 없는 황량한 들판을 달리는 은하철도999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주택수요자들은 이미 서울 도심에서 완벽한 생활 인프라를 갖춘 지역에 주목하는 것이 좋습니다. 쿼트러플(quadruple) 지역인 왕십리역 주변 아파트는 동북선까지 생시면 5개의 노선이 만나게 됩니다. 아직 GTX 노선의 삽도 뜨지 않은 수도권 외곽의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없다면 어떤 아파트를 사야 하는지는 명약관화입니다. 아파트도 궁극적으로는 토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지지분의 공시지가만이라도 비교하고 매입한다면, 현명한 내 집 바련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SWCU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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