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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를 위해 살아라

    이제껏 아버지만큼 삼국지(三國志)를 탐독한 이를 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가 쓴 삼국지 번역본을 읽었다. 가끔 보면 밑줄을 긋기도 하고 여백에 메모를 깨알같이 했다. 결혼해서 한집에 살 때다. 출근 인사를 드리자 갑자기 삼국지 일본어판을 구해오라고 했다. 동경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며칠 걸려 구해드렸다. 그러고 얼마쯤 지나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연의(三國演義) 중국어본을 대만에 있는 지인을 통해 구해드렸다. 그때 아버지는 책 심부름시키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삼국지를 읽지 않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고 했다. 월탄(月灘) 박종화(朴鐘和)의 월탄삼국지(月灘三國志)를 구해드리자 비로소 만족해했다.  아버지 방을 청소하다 깜짝 놀랐다. 책 네 권을 펴놓고 노트에 삼국지를 만년필로 새로 쓰시고 있었다. 이미 다른 노트에는 등장인물별로 발언록을 따로 만들어 놓은 걸 보고 많이 놀랐다. 책에 다 적지 못한 번역 오류 등을 바로잡은 노트도 있었다. 적어도 몇 달은 족히 걸렸을 작업량이었다. 심하게 놀란 건 달력 뒷면을 이어붙여 삼국지에 나오는 모든 전투상황도를 그린 지도를 보고서였다. 외출했다 돌아온 아버지에게 “대단하십니다”라며 삼국지를 여쭙자 밤을 밝히며 하신 말씀이다. “번역서로는 월탄의 글이 좋다. 요시카와는 독자를 너무 많이 가르치려 한다. 그래서 내가 삼국지를 새로 쓰고 있다. 나관중이 저지른 실수도 여럿 있다. 특히 역사는 당시 인물이 겪은 바를 독자가 따라 해보는 방식의 추체험적(追體驗的) 기술을 해야는 데 소설적 가미가 너무 심하다”

  • 계륵으로 전락한 한국의 블록체인

    #1 (관할) 관할이란 “일반적인 개념으로는 어떠한 권한에 의해 지배하거나 그 지배가 미치는 범위를 일컫는다. 순화어로는 담당(擔當)이다” (위키피디아) 작년 추석 연휴에 경기도 광명시에서 만취한 음주운전 차량을 발견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그리고 광명에서 부천까지 20분 넘게 만취 운전 차량을 쫓아간 용감한 시민은 만취 차량이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사고를 낸 후에 만취 차량을 붙잡았습니다. 경찰에 신고를 계속하면서 쫓아갔지만 광명에서는 이미 부천으로 넘어갔으니 자기 관할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붙잡은 부천시 소사경찰서에서는 광명 사거리에서 신고가 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다칠까 봐 위험을 무릅쓰고 쫓아간 시민의 분통을 터지게 했습니다.   #2 (거버넌스) 거버넌스(governance)는 일반적으로 ‘과거의 일방적인 정부 주도적 경향에서 벗어나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국정운영의 방식’을 말한다.(위키피디아) 원래 거버넌스’는 ‘(키를) 조종하다 (Steer, Pilot)’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 동사 ‘Kubernan’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키를 조종하다’는 뜻의 단어를 은유적으로 정부 통치에 적용하여 ‘통치체제의 설계’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단어는 다시 ‘규칙 만들기’ ‘조종하기’ 등을 뜻하는 중세 라틴어 ‘gubernare’의 어원이 되었고, 이후 거버넌스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정부(government)와 동의어로 언급되면서 ‘다스리는(gover-ning) 행위 또는 기구’ 등을 의미하며 정부를 지칭하는 단어와 거의 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