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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상수도사업본부, 윤동주가 살았던 곳

    주말이면 옆구리에 핸드마이크를 달고 시민들을 몰고 다니며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해설하는 무리를 만나게 된다. 특히 서촌에 가면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풍경 너머로 문학 향기에 흠뻑 젖은 사람들의 상기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서촌에서 가장 핫한 장소가 어디일까? 윤동주의 하숙집 터?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걸음을 멈춘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잠시 학창 시절 외운 를 떠올려 보기도 한다. 그런데 윤동주는 서촌에서 3개월 밖에 살지 않았다. 서울에서 윤동주의 흔적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은 현재 연세대 신촌 캠퍼스의 핀슨관이다. 연희전문학교 문과에서 수학한 그는 이 건물에서 이양하, 김송 교수 등에게 수업을 받았다. 그가 거처한 곳은 학교 기숙사였지만 일제강점기 말기로 접어들면서 여러 곳을 다니며 하숙했다. 그런데 그중 한 곳이 이곳 중림동 일대, 성문 밖 첫 동네였다면 믿으시겠는가? 윤동주의 사촌, 송몽규 선생의 먼 친척인 송우혜 선생님이 쓴 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윤동주의 연희전문 입학 동기인 유영 교수의 증언이다. 송우혜 선생님의 양해를 구하며 책의 일부를 소개한다. 유영 교수는 ‘동주는 먼저 아현동에서 하숙을 했었지요. 후에 서소문으로 이사했어요. 서소문 하숙집은 옛날 서대문구청 자리 근처였는데 그때만 해도 거긴 꼭 시골과 같은 곳이었어요. 앞에 조그만 개울이 흐르고 있고, 근처에는 우물도 있었어요. 바로 동주의 시의 배경이 된 우물이지요. (앞의 책 241페이지) 나는 송우혜 선생의 책을 읽으며 숨이 멎을 뻔했다. 아니 윤동주가 이곳에 살았다고? 과거 서대문구청 자리였다고? 여러 자료를 검색해 보니 서대문구청은 지금의 상

  • 징검다리 - '새로운 길', 김수복

    원시 징검다리 새로운 길 김수복 길이 없으면 마음과 마음 사이로 징검다리를 놓아야지 서로 마주보고 얼굴을 닦아주어야지 가시밭길이더라도 서로 웃어주어야지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웃으며 가야지 [태헌의 한역] 石矼(석강) - 「新康(신강)」 若使兩方(약사양방) 無一小陌(무일소맥) 心與心間(심여심간) 應設矼石(응설강석) 彼此相對(피차상대) 相拭面容(상식면용) 雖當荊路(수당형로) 須作笑閧(수작소홍) 渡川向林(도천향림) 越嶺向莊(월령향장) 相與拍肩(상여박견) 含笑跳踉(함소도량) [주석] * 石矼(석강) : 징검다리, 돌다리. * 新康(신강) : 새로운 길. ‘康’은 보통 오달(五達)의 길, 곧 오거리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여러 군데로 막힘없이 통하는 큰 길을 가리키기도 한다. * 若使(약사) : 만약, 만약에, / 兩方(양방) : 양쪽, 양쪽에. * 無(무) : ~이 없다. / 一小陌(일소맥) : 하나의 작은 길, 작은 길 하나. * 心與心間(심여심간) : 마음과 마음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에. * 應(응) : 응당 ~을 해야 한다. / 設(설) : ~을 설치하다, ~을 놓다. / 矼石(강석) : 징검돌, 징검다리. * 彼此(피차) : 피차, 저쪽과 이쪽, 서로. / 相對(상대) : 서로 마주하다, 서로 마주보다. * 相拭(상식) : 서로 흠치다, 서로 닦아주다. / 面容(면용) : 얼굴. * 雖(수) : 비록 ~일지라도. / 當(당) : ~을 만나다, ~을 마주치다, / 荊路(형로) : 가시밭길. * 須(수) : 모름지기 ~해야 한다, 마땅히 ~해야 한다. / 作(작) : ~을 만들다, ~을 짓다. / 笑閧(소홍) : 크게 웃음, 큰 웃음. * 渡川(도천) : 내를 건너다. / 向林(향림) : 숲을 향하다, 숲으로. * 越嶺(월령) : 고개를 넘다. / 向莊(향장) : 마을을 향하다, 마을로.

  • 새로운 길, 윤동주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태헌의 한역]新康(신강) 濟川向林(제천향림)越嶺向莊(월령향장)昨日已去(작일이거)今日將踉(금일장량)吾前吾路(오전오로)卽是新康(즉시신강)地丁開花(지정개화)喜鵲飛翔(희작비상)少女行過(소녀행과)天風徜徉(천풍상양)吾前吾路(오전오로)常是新康(상시신강)今日亦然(금일역연)明日亦當(명일역당)濟川向林(제천향림)越嶺向莊(월령향장) [주석]* 新康(신강) : 새로운 길. ‘康’은 보통 오달(五達)의 길, 곧 오거리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여러 군데로 막힘없이 통하는 큰 길을 가리키기도 한다. ‘길’을 의미하는 다른 한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글자를 쓰게 된 이유는 압운(押韻)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때문이다.濟川(제천) : 내를 건너다. / 向林(향림) : 숲을 향하다, 숲으로.越嶺(월령) : 고개를 넘다. / 向莊(향장) : 마을을 향하다, 마을로.昨日(작일) : 어제. / 已(이) : 이미.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去(거) : 가다.今日(금일) : 오늘. / 將(장) : 장차.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踉(양) : 가려고 하다, 천천히 가다, 급히 가다.吾前(오전) : 내 앞, 내 앞의.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吾路(오로) : 나의 길.卽是(즉시) : 바로 ~이다. &lsquo

  • 윤동주 100번 째 생일날 읽는 생애 마지막 시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

  • 프랑시스 잠은 왜 당나귀를 좋아했을까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병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

  • 20년 만에.... 윤동주의 '서시'를 다시 생각하며

    신문을 보았더니, 윤동주 시인에 대한 영화가 개봉한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대표 작품인 서시는 나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시이지만, 최근에는 많이 잊혀져 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벌써 20년도 넘은 이야기이지만, 박사 논문을 쓰며 머리말에 이런 저런 말을 쓰는 대신에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썼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요즘은 어린아이도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고, 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