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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블로 네루다의 시상(詩想) 발파라이소

    길이가 너무 길어서 그런지 좁아도 너무 좁아 보이는 나라 칠레.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의 길이는 무려 4650킬로미터에 육박하는데 남반구 전체 길이의 약 43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지도를 봐도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디가 처음이고 어디가 끝인지도 잘 모르겠는 이 길고 긴 나라의 중간쯤에 발파라이소(Valparaiso)가 있다. 영어로 번역하면 'Valley of Paradise' 가 되니 우리말로 하면 '천국의 계곡' 이라 해도 ...

  • 단언컨대, 동유럽 최고의 존재감 프라하

    프라하를 빼놓고 동유럽의 도시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프라하는 동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 남유럽에 로마가 있고 서유럽에 파리가 있고 북유럽에 코펜하겐과 스톡홀름이 있다면 동유럽에는 단언컨대 프라하가 있다. 프라하를 몇 장의 원고지에 담아내는 것은 큰 교만이 아닐 수 없다. 프라하에 대한 감상을 마음먹고 쓰자면 수백 페이지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프라하에 다섯 번이나 갔다. 무더운 여름에도 갔고 백설이 흩날리는 겨울에도 갔다. 그 ...

  • 나무다리 하나만으로도 도시의 역사가 보이는 루체른

    1333년 건축되었다는 나무로 된 카펠 다리(Kapellbrücke). 난 이 다리 위에서 바라다 본 루체른 구시가의 '말끔하고 정숙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휘어발트슈테터(Vierwaldstätter) 호수가 축복을 내린 이 도시의 전경은 잠시 목에 걸린 카메라를 쉬게 해주었다. 나의 눈은 심도 깊은 렌즈가 되고 나의 다리는 굳건한 삼각대가 되어 움직이는 모든 피사체를 쉬지 않고 담아냈다. 나의 뇌는 무한대의 메모리 카드...

  • 다신(多神)을 숭배하는 사람들의 영험한 성지 발리

    몰려들어오는 이슬람 세력을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사람들은 유일신을 믿는 종교의 편협성을 두려워했다. 유일하다는 것은 마치 좁은 통로와 같아서 모든 사람들을 한 줄로 세워 그 통로로만 지나갈 것을 강요하는 것 같았다.유일신을 거부하면 그 결과는 참혹했다. 큰 섬을 빼앗기고 도망쳐 온 작은 섬 발리(Bali).이 섬에서 사람들은 2만개가 넘는 크고 작은 힌두 사원을 건설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을 넘어서는 미소가 풍겼다. 특정한 도그마(d...

  • 너털웃음을 볼 수 있는 일본 속의 또 따른 일본 오사카

    연일 계속되는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도를 넘는 망언. 그러나 그들의 망언때문에 일본 전체를 나쁘게 매도할 필요는 없다. 몇 명의 나쁜 사람이 전체를 나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니는데 있어 정치와 이데올로기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여행가는 그저 발이 닿는 대로 발을 옮길 뿐. 지리적으로는 너무 가깝지만 정신적으로는 지극히 먼 나라 일본, 역사적으로는 너무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그 밀접한 역사 때문에 오히려 잘...

  • 백야 속에 핀 하얀 꽃 헬싱키

    밤 열시가 다 되었는데도 아직 창밖은 하얗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백야이던가. 한여름의 헬싱키는 하얀 밤 속에 하얀 꿈을 꾸는 도시가 된다. 하얀 피부를 가진 큼직큼직한 사람들이 하얀색의 커다란 친절을 보여주는 이 도시를 걷고 있노라면 공해에 찌들어서 잠시나마 혼탁해졌던 나의 영혼은 하얗게 치유된다. 꼭 봐야하는 헬싱키 대성당을 찾기 위해 난 그저 길 가던 할머니에게 방향을 물었을 뿐인데, 내가 눈 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나를 지켜보며 손을 흔들...

  • 신에게 도전하는, 그러나 인간의 아름다운 작품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밤거리를 걷는 사람치고 우울한 사람이 있을까. 아니 카지노에서 하룻밤 사이에 엄청난 금액의 돈을 탕진한 사람이 아니라면 사막 속의 별천지인 이곳에서 누구나 유괘해질 것이다.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초호화판 럭셔리 호텔의 네온사인은 거리를 대낮처럼 밝게 만들고, 그 불빛 속으로 나의 오감(五感)은 몽환(夢幻)적인 느낌으로 빠져버린다. 오늘 밤이 나의 마지막인 것 같은 착각 속에서 가는 곳마다의 형형색색을 즐긴다. 오감 중 특히 ...

  • 아픈 상처를 치유한 통일 독일의 자존심 베를린

    카이저 빌헬름 교회는 큰 폭격을 맞았다. 교회의 반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종탑은 허물어지고 창문도 대부분 깨져버렸다. 그러나 파괴된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서있다. 전쟁에서 얼굴에 상처를 입고 팔다리를 잃은 상이군인처럼 처참한 모습이다. 다른 유적들처럼 복원과정을 거쳐도 될듯한데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전쟁의 화마를 계속 되새기며 반성을 하기 위해서란다. 전범으로서의 뉘우침을 이렇게 계속하는 나라에 오니 문득 그렇지 않은 한 나라가 생각났다....

  • 눈물과 행복의 의미를 일깨워 준 맛있는 물 나이로비

    왼쪽의 기린이 긴 목을 뻗어 과일을 따먹고 오른쪽의 하마가 하품을 할 것 같은 아프리카. 지나가는 차안으로 코끼리가 코를 내밀어 먹을 것을 청하고 저 멀리서 먹이를 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치타의 모습이 상상되는 곳. 케냐 마사이족 언어로 맛있는 물이라는 의미를 가진 도시 나이로비에 설레는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설렘은 곧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짐작은 어느 정도 했었지만 공항의 조악한 시설은 말할 것도 없이, 나이로비의 도로는 민...

  • 신과 인간의 멋진 향연 아테네

    국회의사당이 있는 신타그마(Sintagma) 광장에서 연일 계속되는 시위대의 농성을 보고 있노라면 참담한 느낌이 든다. 서양 문명의 발상지에 사는 자존심이 아주 높은 사람들이 단지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거리로 몰려나와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은 상상이 안 된다. 아니 상상하기도 싫다. 그러나 저 높이 신을 영접하기 위해 서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시내에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한 모습을 보고 울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민주주의...

  • 대항해 시대를 개막한 바스쿠 다 가마의 힘찬 도전 리스본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볼을 몰고 상대방 골문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한다. 그리고는 강력한 슈팅을 날려 결승골을 만들어 낸다. 그는 포효하고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겅중겅중 춤을 추며 열광한다. 이 모습은 마치 15세기 대항해 시대를 열고 승승장구하는 포르투갈의 이미지와 무척이나 닮았다. 대항해 시대의 영광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는 아직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번영의 발자국이 서려있다. 대항해 시대를 개막하기 ...

  • 아픔을 타고난 아름다움으로 치유한 다롄

    중국에서 가장 크다는, 아니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싱하이(星海)광장에서 바닷가를 바라다본다. 처음에는 아름답기 그지없던 광장에서의 바다 조망이 점점 애처로움으로 변하고 작은 파도소리는 슬픈 음악처럼 들린다. 눈을 감고 밀려들어 오는 침략자들의 악랄한 고성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본다. 침략자들이 상륙해 제멋대로 마구 뜯어 고쳐 버린 건물과 장소들이 그 본래의 이름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것이 역사의 아픔이던가. 광장 주변에서 다롄의...

  • 그리스도가 축복한 미항(美港)의 바람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Corcovado)산 위에 있는 그리스도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운도 좋아야 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바람에 우산은 무용지물이 되고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주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이처럼 험해야 하는 것인가. 퍼붓던 비가 잠잠해지면 그리스도의 모습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산 정상에 서린 안개 속에서 두 팔을 벌리고 계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나의 힘든 여정을 위로한다. 그것은 마치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형에 처해진...

  • 멈추어 버린 중세의 시계 브뤼헤

    중세 유럽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마차가 다니고 높은 교회의 첨탑과 주말에만 열리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수다를 떠는 아낙네들의 모습. 그런 모습을 자아내는 도시의 한가운데로 흐르는 실개천 위에는 백조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중세가 나의 머릿속에는 얼핏 이런 광경들로 이어지는 것은 왜일까. 유럽을 많이 다녀봤지만 중세 유럽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유럽에 있지만 정말 오래전에 있었던 그대로...

  • 동양의 끝인 터키를 서양의 시작으로 만드는 이스탄불

    동양과 서양을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해협을 가로지르면 유럽 대륙이 시작된다. 이 해협의 폭이 가장 좁은 부분은 불과 750미터 남짓. 수영에 정말 자신이 있는 사람이 맘먹고 건너면 충분히 횡단할 수 있는 거리다. 수도 서울의 젖줄 한강의 평균 폭이 대략 1킬로미터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작은 해협이 아시아와 유럽대륙을 나눈다는 사실이 자못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아시아의 끝에서 유럽의 웅장함을 느끼고 유럽의 ...

  • 천재의 건축이 태양을 삼키는 도시 바르셀로나

    스페인 안의 다른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니 스페인 안에 있는 스페인이 아닌 바르셀로나. 이 도시의 심장격인 람블라스 거리를 걷노라면 마음이 참 느긋해진다. 거리의 좌우를 장식하는 꽃가게와 새를 파는 가게, 잘 익은 하몽을 파는 재래시장과 들어가 보고 싶은 카페테리아 많아서 만이 아니다. 한 낮의 작렬하는 태양을 천연덕스럽게 그대로 맞으며 느긋하게 걷는 카탈루냐 지방 사람들과 섞여 있기 때문이다. 늦게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맛있는 해산물 빠에야를...

  • 모짜르트마저 감탄할 사운드 오브 뮤직의 선율 잘츠부르크

    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니아다. 다분히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이 영화를 백여 번은 넘게 본 것 같다. 영화 속 주인공 아이들의 이름을 각각 다 기억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정 장면의 대사는 외울 정도가 되었으며, 어떤 장면에서 어떤 노래가 나올지 거의 모두 기억하는 수준이 되었다. 특히 마리아 수녀와 아이들이 뛰어 놀던 아름다운 산과 강, 그리고 관광명소가 된 미라벨 정원은 너무 인상 깊은 것이어서 고등학교 시절에는 언젠가 반드시 ...

  • 부다와 페스트의 아름다운 앙상블

    부다 지구 언덕 위에 있는 어부의 요새에서 아름다운 도나우 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반나절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뒤로한 채 그 곳을 떠나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화창한 봄날이든 눈이 오는 겨울이든 상관이 없다. 강렬한 햇빛을 반사하는 도나우 강, 눈꽃이 휘날리는 도나우 강 모두를 유럽 최고의 광경이라 해도 반대할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 강 건너편 평지인 페스트 지구에 웅장한 모습으로 서있는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두 지구를 ...

  • 석양마저 고개를 숙이는 제왕의 권위 룩소르

    카이로에서 열차를 타면 10시간 이상이 걸려 도착하는 룩소르. 새벽에 몸을 실어도 나일 강에 석양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즈음에나 열차의 엔진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현지인들의 삶을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2등석 칸에서 감상하는 나일 강의 석양은 이집트 여행의 진정한 시작이자 끝이 된다. 석양은 나일 강 위에서 빠른 속도로 그 자취를 감추는데 마치 이집트를 통치했던 제왕의 혼령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순간, 난 스스로...

  •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도 즐거운 코펜하겐

    왠지 아직도 바이킹이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무형무취의 공기가 덴마크에서는 맛이 있다. 공기가 맛있다는 비문법적 표현이 머리를 지배하는 동안 지금까지 여행해온 세계 각국 도시들의 훌륭한 랜드마크 이미지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한 시간이나 주위를 맴돌았던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그 웅장함에 인간의 초라함마저 느끼게 했던 바티칸 대성당도 코펜하겐의 신선한 공기 속에서 잠시 최면에 걸려 버린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