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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도가 축복한 미항(美港)의 바람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Corcovado)산 위에 있는 그리스도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운도 좋아야 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바람에 우산은 무용지물이 되고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주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이처럼 험해야 하는 것인가. 퍼붓던 비가 잠잠해지면 그리스도의 모습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산 정상에 서린 안개 속에서 두 팔을 벌리고 계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나의 힘든 여정을 위로한다. 그것은 마치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형에 처해진...

  • 산을 오른 청개구리

    옛날 어느 개울가에 청개구리가 살고 있었다. 이 청개구리는 불효한 자식인지라 어미의 말을 한 번도 들어주는 일이 없이 늘 반대로만 나갔다. 산으로 가라 하면 내로 가고, 내로 가라 하면 산으로 갔다. 또 동쪽으로 가라 하면 서쪽으로 갔다. 그러던 차에 어미 청개구리가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식에게 “내가 죽거들랑 부디 맞은편 냇가에 묻어 달라” 고 유언을 했다. 불효막심한 청개구리도 어미의 죽음을 당하고 보니 매우 슬펐다. 지난날 말을 듣지 않았...

  • 멈추어 버린 중세의 시계 브뤼헤

    중세 유럽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마차가 다니고 높은 교회의 첨탑과 주말에만 열리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수다를 떠는 아낙네들의 모습. 그런 모습을 자아내는 도시의 한가운데로 흐르는 실개천 위에는 백조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중세가 나의 머릿속에는 얼핏 이런 광경들로 이어지는 것은 왜일까. 유럽을 많이 다녀봤지만 중세 유럽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유럽에 있지만 정말 오래전에 있었던 그대로...

  • 계절이 교차하는 양평 용문산 有感

    왕십리역에서 중앙선 전철 타고 용문역까지 70分, 용문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걸어 5分, 버스(30분 간격 운행) 타고 용문산 입구까지 15分, 전철이 용문까지 닿아 접근성이 한결 좋아진 용문산이다. 산 아랜 완연한 봄날씨지만 용문산 봉우리는 잔설로 희끗희끗하다. 일주문을 통과해 개울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용문사 수문장 격인 수령 1100년 된 은행나무가 우뚝 다가선다. 잎들을 다 떨궈내 앙상하지만 존재감은 엄청나다. 거목을 향해 예...

  • 히말라야 트레킹을 꿈꾸며

    일출직전, 마차푸챠레 방향 검단산, 예봉산, 운길산, 북한산, 설악산 공룡능선 등등… 여러 산을 함께 오르내리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선배 한분이 있습니다. 산행땐 늘 손바닥만한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지요. 이름 모를 들꽃이나 기묘하게 생긴 나무라도 만나면 가던 길 멈추고 주섬주섬 스케치북을 펼쳐 듭니다. 그리곤 그들과 마치 밀어라도 나누려는듯 조심스레 다가서지요. 세밀화법으로 옮겨담고 또 기록하는 섬세함이 있는 분이지요....

  • 동양의 끝인 터키를 서양의 시작으로 만드는 이스탄불

    동양과 서양을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해협을 가로지르면 유럽 대륙이 시작된다. 이 해협의 폭이 가장 좁은 부분은 불과 750미터 남짓. 수영에 정말 자신이 있는 사람이 맘먹고 건너면 충분히 횡단할 수 있는 거리다. 수도 서울의 젖줄 한강의 평균 폭이 대략 1킬로미터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작은 해협이 아시아와 유럽대륙을 나눈다는 사실이 자못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아시아의 끝에서 유럽의 웅장함을 느끼고 유럽의 ...

  • 홍성 용봉산 찾아 안전산행 기원 '雪祭'를...

    “설제 안가실래요?” 야심한 시각(23:07)에 스맛폰 창에 문자가 떠올랐다. 거두절미한 단문이다. 보낸이는 토종 아웃도어브랜드 ‘블랙야크’의 오태균 실장이다. 질세라 단문으로 회신했다. “언제요?” “일욜” 어라! 점점 짧아진다. “어디로?” “홍성 용봉산” “갈게요. 어떻게?”...

  • 백두대간 소백능선, 도솔봉과 묘적봉에 올라...

    나고 자란 시골마을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었다. 죽령을 넘어온 삭풍이 늘 매섭게 몰아쳤기 때문이다. 혹한의 겨울밤, 거친 바람소리는 흡사 귀신 울음소리와 같았던 걸로 기억된다. 어스름 새벽녘, 이빨을 덜덜 떨며 뒷간에 나앉아 볼일이라도 볼라치면 뼈속까지 한기가 스며들었던 기억, 그리고 양철지붕은 금새 떨어져나갈 듯 어찌나 쿵쾅거렸던지.. 문고리에 손이 쩍쩍 들러붙을 만큼 독하게 추웠다. 시골마을 서쪽으로 백두대간 능선이 하늘금을 그...

  • 두번째 새해날, 입춘방을 붙이며

    두번째 새해날 입춘방을 붙이며 임채우 학교로 가는 차창밖 풍경은 온통 설국이다. 드문드문 눈을 뒤집어쓴 소나무와 민가들의 하단부를 제외하곤 하늘도 땅도 온통 하얗다. 겸해서 한파도 몰아친단다. 내일은 영하13도 모레는 영하 17도라고 한다. 입춘을 무색하게 하는 추위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고 추위도 심하다. 그러나 이젠 봄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던 봄이 왔다. 때맞춰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옛 제자가 입춘방을 정성껏 써보내...

  • 겨울 설산의 유혹 뒤엔 복병도...

    — 함백산 겨울산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상고대’다. 코발트빛 하늘과 순백 상고대의 어울림은 그야말로 환상의 하모니다. 아무리 메마른 감성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겨울산에 들어 상고대를 만나게 되면 감성이 꿈틀대며 탄성이 절로 새어 나오기 마련. 겨울이면 각종 매체들도 앞다퉈 순백의 겨울산 풍광을 담아 소개한다. 또한 SNS 상에도 아름다운 설산의 상고대 그림은 차고 넘친다. 이렇듯 겨울산 풍광 중 으...

  • 포천 백운산, 순백 능선에서 길을 잃다

    내게 토요일은 山요일입니다. 동서와 달랑 둘, 산행을 약속했지요. 딱히 어느 산으로 가야 할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승용차로 한두시간 내 닿을 수 있는 서울 근교 원점회귀 가능한 산’ 이 조건에 맞는 산을 각자 한군데씩 생각했다가 山요일 아침 08시, 동서와 만나 즉석에서 최종 산행지를 정할 것입니다. 이처럼 가끔은 출발 전까지도 어디로 튈지 모르게 하여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기도 한답니다. 동서와는 한 아...

  • 평창 보래봉 심설산행

    사나흘째 기승을 부렸으면 동장군도 지쳐버릴만 한데, 여전히 고집불통이다. 춥다고 산행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 따스한 이불 속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강원산간 심설산행을 머릿 속에 떠올렸다. 즉효다. 05:30분, 도둑고양이 마냥 슬그머니 안방을 빠져나와 현관 앞에 미리 챙겨놓은 옷가지와 배낭을 입고 메고 집문을 나섰다. 밤사이 매서운 바람은 잦아들었으나 뼈 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는 절로 종종걸음을 치게 한다. 새벽 어스름이 채 걷히지...

  • 검단산에서 '오메가'를 품다.

    2013년 첫 산행, 영험하다는 산, 검단산으로 낙점했다. 세속적 표현을 빌리자면 기도빨?이 잘 먹히는 산이란다. 그래서 새해 첫날이 되면 한 해 소망을 기원키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새벽 5시 10분 쯤, 산 들머리인 애니메이션고교 앞에 도착했다. 산 들머리 해장국집들은 산에 올랐다가 내려올 손님들을 위해 일찌감치 불을 밝혀 놓았지만 날씨 탓에 대목 보긴 글러 보인다. 현장에 배치된 교통경찰은 산객들이 타고 온 차량들을...

  • 겨울 단풍이야기

    지난해 겨울이 깊어지던 11월에 아는 분과 함께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는 반 고흐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아주 오래 전에 프랑스에서 느껴봤던 반 고흐의 기억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선생님과 함께 전시회도 관람하게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전시장을 들어서기 전에 주차장으로 연결된 길가에 단풍나무가 마치 불을 밝히듯 붉게 잎을 달고 서있었습니다. 산지의 계곡에서 자란다는 단풍나무가, 도심의 한곳에서 그렇게도 밝게 색을 내며 서있는 ...

  • 러셀산행 有感

    눈덮힌 겨울산은 시간이 정지된듯 고요하다. 이따금 산자락을 휘감는 칼바람에 눈꽃이 부스러져 내려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안다. 돌계단도 나무계단도 너덜지대도 눈 속에 묻혀 도무지 눈가늠이 쉽지 않다. 골바람에 쓸린 눈은 된비알 조차 만만하게 보일 만큼 高低를 흐트려 놓는다. 침묵해 있는, 정적에 휩싸인 겨울산은 보이는 것처럼 안온하지만은 않다. 톱날 암릉구간은 무딘 것처럼 보일 뿐이며, 울퉁불퉁 산길은 부드러움으로 가려져 있을 뿐이다....

  • 가을 끝 겨울 시작... 월악산 영봉에 서서

    가을복장을 하자니 좀 썰렁할 것 같고, 그렇다고 겨울 복장은 좀 이른 듯 싶고.. 가을과 겨울의 경계라 겨울용품 수납함을 열어 요것조것 만지작거리다가 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올라온 산 사진들을 검색해 보았다. 얼마 전 내린 눈이 쌓여 강원 고봉들의 정수리는 그새 하얗다. 일요산행지로 점찍은 월악영봉 역시 응달진 곳은 희끗희끗 했다. 두터운 기모셔츠와 한겨울용 방한재킷, 그리고 방한모와 방한장갑에 아이젠, 스패츠까지 꺼내 펼쳐놓고 ...

  • 강촌 삼악산, 가을 스케치

    강촌 삼악산에 든다. 나무는 잎을 떨궈 제 몸집을 줄여가며 겨울 채비를 서두른다. 손끝이 시릴 만큼 날씨가 제법 차다. 박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벼랑 위 하얀집, 삼악산장이다. 언제부턴가 찻집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오늘은 인기척이 없다. 내려다 보이는 의암호의 물빛은 곱고 물결은 잔잔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시리도록 파랗고… 상원사의 불경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오디오를 통해 듣는 불경소리라 은은함은 덜...

  • 천재의 건축이 태양을 삼키는 도시 바르셀로나

    스페인 안의 다른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니 스페인 안에 있는 스페인이 아닌 바르셀로나. 이 도시의 심장격인 람블라스 거리를 걷노라면 마음이 참 느긋해진다. 거리의 좌우를 장식하는 꽃가게와 새를 파는 가게, 잘 익은 하몽을 파는 재래시장과 들어가 보고 싶은 카페테리아 많아서 만이 아니다. 한 낮의 작렬하는 태양을 천연덕스럽게 그대로 맞으며 느긋하게 걷는 카탈루냐 지방 사람들과 섞여 있기 때문이다. 늦게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맛있는 해산물 빠에야를...

  • 모짜르트마저 감탄할 사운드 오브 뮤직의 선율 잘츠부르크

    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니아다. 다분히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이 영화를 백여 번은 넘게 본 것 같다. 영화 속 주인공 아이들의 이름을 각각 다 기억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정 장면의 대사는 외울 정도가 되었으며, 어떤 장면에서 어떤 노래가 나올지 거의 모두 기억하는 수준이 되었다. 특히 마리아 수녀와 아이들이 뛰어 놀던 아름다운 산과 강, 그리고 관광명소가 된 미라벨 정원은 너무 인상 깊은 것이어서 고등학교 시절에는 언젠가 반드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