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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신(多神)을 숭배하는 사람들의 영험한 성지 발리

    몰려들어오는 이슬람 세력을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사람들은 유일신을 믿는 종교의 편협성을 두려워했다. 유일하다는 것은 마치 좁은 통로와 같아서 모든 사람들을 한 줄로 세워 그 통로로만 지나갈 것을 강요하는 것 같았다.유일신을 거부하면 그 결과는 참혹했다. 큰 섬을 빼앗기고 도망쳐 온 작은 섬 발리(Bali).이 섬에서 사람들은 2만개가 넘는 크고 작은 힌두 사원을 건설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을 넘어서는 미소가 풍겼다. 특정한 도그마(d...

  • 꿈길 같은 숲길, 양평 청계산

    청계산 가는길… 북적거리는 서울 청계산이 아닌 한가로운 양평 청계산입니다. 국수역에서 청계산 정상(658m)까지 거리는 5,540m입니다. 수도권 일대 3개의 청계산 중 가장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호젓합니다. 킬로미터(km)가 아닌 미터(m)로 표기되어 있네요. 둘러치나 메치나 그게 그거지만, 어째 생소합니다. 쭉쭉 뻗은 리기다소나무와 잣나무숲 사이 오솔길이 매력적입니다. 맨발로 걷고 싶은 그런 길이지요. 아니나다를까,...

  • 너털웃음을 볼 수 있는 일본 속의 또 따른 일본 오사카

    연일 계속되는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도를 넘는 망언. 그러나 그들의 망언때문에 일본 전체를 나쁘게 매도할 필요는 없다. 몇 명의 나쁜 사람이 전체를 나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니는데 있어 정치와 이데올로기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여행가는 그저 발이 닿는 대로 발을 옮길 뿐. 지리적으로는 너무 가깝지만 정신적으로는 지극히 먼 나라 일본, 역사적으로는 너무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그 밀접한 역사 때문에 오히려 잘...

  • 백야 속에 핀 하얀 꽃 헬싱키

    밤 열시가 다 되었는데도 아직 창밖은 하얗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백야이던가. 한여름의 헬싱키는 하얀 밤 속에 하얀 꿈을 꾸는 도시가 된다. 하얀 피부를 가진 큼직큼직한 사람들이 하얀색의 커다란 친절을 보여주는 이 도시를 걷고 있노라면 공해에 찌들어서 잠시나마 혼탁해졌던 나의 영혼은 하얗게 치유된다. 꼭 봐야하는 헬싱키 대성당을 찾기 위해 난 그저 길 가던 할머니에게 방향을 물었을 뿐인데, 내가 눈 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나를 지켜보며 손을 흔들...

  • 신에게 도전하는, 그러나 인간의 아름다운 작품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밤거리를 걷는 사람치고 우울한 사람이 있을까. 아니 카지노에서 하룻밤 사이에 엄청난 금액의 돈을 탕진한 사람이 아니라면 사막 속의 별천지인 이곳에서 누구나 유괘해질 것이다.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초호화판 럭셔리 호텔의 네온사인은 거리를 대낮처럼 밝게 만들고, 그 불빛 속으로 나의 오감(五感)은 몽환(夢幻)적인 느낌으로 빠져버린다. 오늘 밤이 나의 마지막인 것 같은 착각 속에서 가는 곳마다의 형형색색을 즐긴다. 오감 중 특히 ...

  • 아픈 상처를 치유한 통일 독일의 자존심 베를린

    카이저 빌헬름 교회는 큰 폭격을 맞았다. 교회의 반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종탑은 허물어지고 창문도 대부분 깨져버렸다. 그러나 파괴된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서있다. 전쟁에서 얼굴에 상처를 입고 팔다리를 잃은 상이군인처럼 처참한 모습이다. 다른 유적들처럼 복원과정을 거쳐도 될듯한데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전쟁의 화마를 계속 되새기며 반성을 하기 위해서란다. 전범으로서의 뉘우침을 이렇게 계속하는 나라에 오니 문득 그렇지 않은 한 나라가 생각났다....

  • 양평 추읍산 호젓한 숲길을 홀로...

    양평 추읍산으로 떠나 볼까요? 용문행 중앙선 전철을 타고, 원덕역에 내립니다. 원덕역은 중앙선 전철 종점인 용문역 바로 전 역이지요. 왕십리역에서 09시에 승차했습니다. 왕십리역에서 원덕역까진 1시간 남짓 소요됩니다. 용산역에서 출발한 전철은 이미 주말 산객들로 만원입니다. 청량리역과 상봉역에서 또다시 밀려 들어 옵니다. 중앙선 전철이 용문까지 이어지면서 근교산으로의 접근성이 좋아져 주말 전철 안은 늘 이처럼 입추의 여지가 없지요...

  • 눈물과 행복의 의미를 일깨워 준 맛있는 물 나이로비

    왼쪽의 기린이 긴 목을 뻗어 과일을 따먹고 오른쪽의 하마가 하품을 할 것 같은 아프리카. 지나가는 차안으로 코끼리가 코를 내밀어 먹을 것을 청하고 저 멀리서 먹이를 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치타의 모습이 상상되는 곳. 케냐 마사이족 언어로 맛있는 물이라는 의미를 가진 도시 나이로비에 설레는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설렘은 곧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짐작은 어느 정도 했었지만 공항의 조악한 시설은 말할 것도 없이, 나이로비의 도로는 민...

  • 그르친 뒤에야 뉘우치는 세상

    내가 사는 곳은 아파트 16층이다. 아파트 출입이라는 게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이렇다. 일단 차를 운전해 들어가려면 입구 차단봉을 올려야 한다. 입주민 차량엔 인식카드가 부착되어 있어 차량이 접근하면 차단봉이 벌떡 일어난다. 물론 외부차량은 관리실 버튼을 눌러 방문 확인을 받아아야 들어갈 수 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서 엘리베이터로 접근하기 위해선 출입문 시건장치 숫자판에 아파트 동수와 호실 그리고 각 세대 고유...

  • 신과 인간의 멋진 향연 아테네

    국회의사당이 있는 신타그마(Sintagma) 광장에서 연일 계속되는 시위대의 농성을 보고 있노라면 참담한 느낌이 든다. 서양 문명의 발상지에 사는 자존심이 아주 높은 사람들이 단지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거리로 몰려나와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은 상상이 안 된다. 아니 상상하기도 싫다. 그러나 저 높이 신을 영접하기 위해 서있는 파르테논 신전은 시내에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한 모습을 보고 울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민주주의...

  • 간절기에 찾은 금산 월영산

    재킷을 걸치자니 더울 것 같고 홑겹 셔츠만으론 서늘할 것 같다. 입었다 벗었다 넣었다 뺐다…아무튼 아리송한 간절기다. 겨울잠을 깬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켜는가 싶더니 어느새 한낮은 초여름날씨다.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온으로 몸살 앓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봄은 겨울과 여름 틈에 끼여 발버둥쳐보지만 역부족이다. 까딱하다간 연초록빛 고운 봄의 산길을 만끽하지도 못하고 성하를 맞는 건 아닐까 조바심이 일어 길을 나섰다. ...

  • 대항해 시대를 개막한 바스쿠 다 가마의 힘찬 도전 리스본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볼을 몰고 상대방 골문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한다. 그리고는 강력한 슈팅을 날려 결승골을 만들어 낸다. 그는 포효하고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겅중겅중 춤을 추며 열광한다. 이 모습은 마치 15세기 대항해 시대를 열고 승승장구하는 포르투갈의 이미지와 무척이나 닮았다. 대항해 시대의 영광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는 아직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번영의 발자국이 서려있다. 대항해 시대를 개막하기 ...

  • 과수원집- 단상(斷想)

    무너져내린 서까래를 밟고 서서 멍하니 안마당을 응시했다. 주인 손길이 그리웠을 목련은 그새 꽃을 다 떨구었고 살아천년 죽어천년이라는 주목 또한 대접 못받긴 매한가지인듯 볼품없이 웃자라 산발(散髮)을 하고 있다. 웃음소리 가득한 집이었는데, 이젠 먼 옛날 이야기일 뿐, 되돌릴 수 없는 과거는 설움의 화석이 되어 이젠 미동 조차 없고 무채색 일변인 눈앞 광경은 괴괴하기 이를데 없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인지상정인가, 가족들이 사무치...

  • 대둔산 올라 춘설에 넋을 놓다.

    어스름이 채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 집문을 나선다. 가느다란 빗줄기가 가로등 불빛에 번뜩인다.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폈다. 이슬비 수준이다. 재킷에 붙은 모자를 뒤집어 쓴 채 10분 거리 전철역까지 바삐 내달렸다. 06시 40분, 이미 사당역 1번 출구는 초만원이다. 그 사이 빗발은 세졌다. 사람들은 비를 피해 출입구 처마밑으로 빼곡히 모여 들어 드나들기가 힘들만큼 매우 혼잡했다. 도로 위도 매한가지, 전국 산으로 향하는 산악회 ...

  • 도라지, 도라지모싯대, 독말풀, 독활, 돈나무, 돌가시나무

    도라지 가만 두면 제 스스로 알아서 터질 것을 뽁뽁뽁 그 소리가 듣고 싶어서 도라지밭 피지도 않은 봉오리를 숱하게도 터뜨리며 놀았다 도라지모싯대 어디를 가야지만 너를 볼 수 있지? 흔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댔었지 어느 곳에 가면 널 흔히 볼 수 있겠지만 네가 그렇게 흔한 것을 싫어하는 거란다 독말풀 혼자 뒤집어 써서 독한 풀처럼 됐지만 나보다 더 독한 풀들도 무척 많다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데 잘 쓰지는 않고 마녀...

  • 아픔을 타고난 아름다움으로 치유한 다롄

    중국에서 가장 크다는, 아니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싱하이(星海)광장에서 바닷가를 바라다본다. 처음에는 아름답기 그지없던 광장에서의 바다 조망이 점점 애처로움으로 변하고 작은 파도소리는 슬픈 음악처럼 들린다. 눈을 감고 밀려들어 오는 침략자들의 악랄한 고성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본다. 침략자들이 상륙해 제멋대로 마구 뜯어 고쳐 버린 건물과 장소들이 그 본래의 이름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것이 역사의 아픔이던가. 광장 주변에서 다롄의...

  • 그리스도가 축복한 미항(美港)의 바람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Corcovado)산 위에 있는 그리스도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운도 좋아야 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바람에 우산은 무용지물이 되고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주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이처럼 험해야 하는 것인가. 퍼붓던 비가 잠잠해지면 그리스도의 모습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산 정상에 서린 안개 속에서 두 팔을 벌리고 계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나의 힘든 여정을 위로한다. 그것은 마치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형에 처해진...

  • 산을 오른 청개구리

    옛날 어느 개울가에 청개구리가 살고 있었다. 이 청개구리는 불효한 자식인지라 어미의 말을 한 번도 들어주는 일이 없이 늘 반대로만 나갔다. 산으로 가라 하면 내로 가고, 내로 가라 하면 산으로 갔다. 또 동쪽으로 가라 하면 서쪽으로 갔다. 그러던 차에 어미 청개구리가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식에게 “내가 죽거들랑 부디 맞은편 냇가에 묻어 달라” 고 유언을 했다. 불효막심한 청개구리도 어미의 죽음을 당하고 보니 매우 슬펐다. 지난날 말을 듣지 않았...

  • 멈추어 버린 중세의 시계 브뤼헤

    중세 유럽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마차가 다니고 높은 교회의 첨탑과 주말에만 열리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수다를 떠는 아낙네들의 모습. 그런 모습을 자아내는 도시의 한가운데로 흐르는 실개천 위에는 백조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중세가 나의 머릿속에는 얼핏 이런 광경들로 이어지는 것은 왜일까. 유럽을 많이 다녀봤지만 중세 유럽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유럽에 있지만 정말 오래전에 있었던 그대로...

  • 계절이 교차하는 양평 용문산 有感

    왕십리역에서 중앙선 전철 타고 용문역까지 70分, 용문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걸어 5分, 버스(30분 간격 운행) 타고 용문산 입구까지 15分, 전철이 용문까지 닿아 접근성이 한결 좋아진 용문산이다. 산 아랜 완연한 봄날씨지만 용문산 봉우리는 잔설로 희끗희끗하다. 일주문을 통과해 개울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용문사 수문장 격인 수령 1100년 된 은행나무가 우뚝 다가선다. 잎들을 다 떨궈내 앙상하지만 존재감은 엄청나다. 거목을 향해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