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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다리 하나만으로도 도시의 역사가 보이는 루체른

    1333년 건축되었다는 나무로 된 카펠 다리(Kapellbrücke). 난 이 다리 위에서 바라다 본 루체른 구시가의 '말끔하고 정숙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휘어발트슈테터(Vierwaldstätter) 호수가 축복을 내린 이 도시의 전경은 잠시 목에 걸린 카메라를 쉬게 해주었다. 나의 눈은 심도 깊은 렌즈가 되고 나의 다리는 굳건한 삼각대가 되어 움직이는 모든 피사체를 쉬지 않고 담아냈다. 나의 뇌는 무한대의 메모리 카드...

  • 두메부추, 두메분취, 두메양귀비, 둥굴레, 둥근이질풀

    두메부추 울릉도 촌색시 뭍에 와서 출세했네 금지옥엽 귀한 대접받고 가문의 영광 근데 바람이 부나 바닷물이 출렁이나 원래 살던 곳에서 무관심이 최고이더라 두메분취 너 쳐다보고 있으면 허투루 산 내가 부끄럽네 나지막한 키에 널푸른 잎사귀 늠름한 자태는 보는 눈을 서늘케 하고 날렵하고 날카로운 꽃술은 간담을 서늘케 하네 두메양귀비 똑같이 보이지만 단 하나 때문에 엄청 다르다 아편성분이 들어있느냐 없느냐 그 많은 귀한 사랑들 다...

  • 굽이굽이 東江은 '白雲山'을 휘감고...

    한국에서 가장 흔한 성씨는?… 김, 이, 박… 가장 흔한 이름은?… 철수, 영희…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흔한 산 이름은?… 앞산, 뒷산, 백운산? ‘뭔 쉰소리냐’ 하겠지만 그만큼 同名異山 ‘백운산’이 많다. ‘백운산’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만 3곳(정선, 포천, 광양)이 올라 있다. 이를 포함해 전국에 R...

  • 동자꽃, 돼지풀, 두루미꽃, 두루미천남성, 두릅,

    동자꽃 깊은 산 작은 절 큰스님과 어린 동자 시주 얻으러 큰스님 산을 내려간 뒤 큰눈에 길이 막혀 스님 못오시고 일곱살 어린 동자 기다리다 굶어죽어 묻힌 곳에 주홍색 꽃이 피었다는 전설 돼지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피해만 준다고 아주 웬수처럼 여기는 이방인 잡초 난 흘러흘러 여기에 뿌리 내렸고 내 쓸모를 아직 못찾는 것은 잘났다는 인간들 두루미꽃 동글동글 차암 착하게 생긴 잎사귀에 오목조목 올망졸망 차암 귀엽게 생긴 꽃 ...

  • 백두대간의 허리, '은티재' 늦가을 스케치

    희양산은 충북 괴산 연풍면과 경북 문경 가은읍을 경계한다. 천년고찰 봉암사를 품고 있는 명산으로 백두대간의 허리이다. 산행 출발점은 대개 연풍면 은티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기품있는 노송들이 사열하듯 줄지어 선 은티마을 초입에 서서, 백두대간 능선 아래 옴폭하게 자리한 마을의 형세를 헤아려 본다. 그 형세가 여성의 성기를 닮았다하여 이곳을 오가는 대간꾼들은 버릇처럼 마을어귀에 서서 음기 서린 마을 속살을 탐닉한다. (빌려온 사진) ...

  • 돌나물, 돌단풍, 돌창포, 돌콩, 동백, 동의나물

    살다보니 한경닷컴에 글을 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새카맣게 잊고 살았다 돌나물 잘 돋아난다고 돗나물이라고? 돌 틈에서도 잘 자란다고 돌나물? 돈이 좋다고 비슷한 발음에 돈나물? 무엇으로 불러도 좋다 돌나물은 씩씩하다 돌단풍 손바닥처럼 널푸른 잎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조르르륵 하얀 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요 화분에 키우면서 곁에서 늘 보는 사람들도 꽃 속에 숨겨진 이 붉은 사랑을 모르더라구요 돌창포 그냥 보면 납작풀처럼 보이...

  • 한국전통문화에서 3이란 숫자의 의미

    불편한 3수 인간은 일반적으로 이분법으로 나누기를 좋아한다. 낮과 밤, 남과 여, 추위와 더위, 길고 짧음의 자연의 물리적 이분법도 그렇거니와, 우리 인간이 마주치는 여러 사태들을 선과 악, 미(美)와 추(醜), 동지와 적 인간의 가치론적 이분법으로 딱 나누어야 우리는 비로소 정리 정돈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도토리키재기란 말이 있듯이 교복을 입혀놓고 보면 모두가 다 똑같이 보이는 어린 중고등학생들, 심지어 말도 제대로 배우...

  • 황푸강에서 '상하이 밤 블루스'

    황푸강에 어둠이 내려앉자, 건물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화려한 빛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낮에 봤던 탁하고 누런 그 황푸강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낮과 밤의 모습은 말그대로 천양지차다. 네온빛 강물 넘실대는 황푸강 유람선에 올랐다. 승선 때 엑스레이 투시를 한다. 유람선에선 노스모킹이다. 그렇게 강을 거슬러 올랐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1시간 여 동안 여기저기서 환호와 탄성 연발이다. 황푸강의 총 길이는 112km다. 현지인들은 이...

  • 가평 고동산, 화야산의 가을연가

    천금같은 주말, ‘청첩장’이 날아들면… 그야말로 ‘오호통재’다. 요 몇주간 예식장 순례하느라 주말을 고스란히 반납했었다. 반갑게도 이번 주말은 온전하게 비어 있다. ‘이번 주말은 손 없는 날이 아닌가 보네’ 때마침, 드르륵~~ 폰 진동이 울린다. 산우 C다. “내일 고동산, 화야산으로 튈까?” 명쾌하게 즉답했다. “오케이!...

  • 정선 가리왕산의 초가을 실루엣

    새벽 공기가 제법 차갑습니다. 엊그제(10/4) 대관령에 첫 얼음이 관측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만사불여 튼튼, 장갑과 여벌옷을 챙겨 넣었습니다. 중부 산간지역에 비소식도 있다 하여 우의도 챙겼습니다. 동녘하늘에 불그스레한 기운이 어둠을 걷어내는 이른 시각, 집을 나섰습니다. 태풍의 기운이 뻗쳐서인지 구름의 움직임이 빠릅니다. 오늘 산행지는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가리왕산입니다. 훼손되기 전, 온전한 산 모습을 기억해두고 싶어서입니...

  • 암릉본색, 속리산 묘봉 능선을 걷다

    고양이(猫)나 토끼(卯)를 닮은게 아니다. 그냥 묘(妙)하게 생겨 妙峰이다. 묘봉은 충북 보은 속리산면과 경북 상주 화북면을 경계하는 속리산 서북능선 상에 있는 봉우리다. 들머리는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1리 묘봉두부마을, 날머리는 운흥2리 화북면 서부출장소로 정했다. 들머리에서 날머리까지 등로를 이으면 장화를 신은 모양이다. 속리산 묘봉 코스는 초행이다. ‘로프로 시작해서 로프로 끝난다’는게 묘봉이다. 그만...

  • 가을 마중, 양평 백운봉 한바퀴

    양평역에서 백운봉 들머리, 새수골까지 족히 3~40분은 걸어야 합니다. 주저없이 택시를 탔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요. 몇해 전 한여름, 사나사에서 백운봉 거쳐 새수골로 내려와 펄펄 끓는 땡볕 포장로를 따라 양평역까지 걸었던 적이 있지요. 그때 현기증이 일 정도로 탈진현상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산들머리 곳곳에서 가을이 감지됩니다. 우선 산객들 십중육칠은 소매가 길어졌습니다. 뙤약볕이라면 줄지어 그늘로 걸을텐데 그새 볕드는 양...

  • 치유의 숲길, 양평 봉미산

    여름의 끝자락, 봉황의 꼬리를 잡으러 鳳尾山으로 향했다. 봉미산은 경기 양평군에 속하나 지리적으로는 강원 홍천군에 가깝다. 마을사람들은 봉미산을 ‘속리산’ 또는 ‘늪산’으로도 부른다. 속세를 벗어나 있다하여 ‘俗離산’, 산봉우리에 연못이 있었다하여 ‘늪산’이다. 꼬불꼬불 산길을 달려온 버스가 멈춰선 곳은 산음숲자연학교 앞. 단월초등학교 산음분교였던 이...

  • 닮은듯 서로 다른 서울 북한산과 칭다오 라오산

    지난 주말, 북한산을 오르며 여름휴가 때 짬을 내 다녀온 중국  라오산(노산)을 떠올렸다. 마음 내키면 언제든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접근할 수 있는 산, 서울엔 그런 산들이 많다. 남산, 인왕산, 북악산, 아차산, 관악산, 청계산, 그리고 북한산까지. 멀리 가지 않고도, 바로 가까이에 이처럼 산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 중에서도 암릉 걷는 재미가 쏠쏠한 북한산은 서울 어느 방향에서 접근해도 산들머리를 만날 수 있어 좋다. 사통팔달...

  • 산상화원, 여름 소백능선을 걷다.

    겨울 소백은 천상설원이요, 여름 소백은 산상화원입니다. 바람이 스치고 지난 능선에 들꽃 향기가 번집니다. 지그시 실눈을 뜨고 초원을 응시합니다. 어디선가 도레미송이 들려오는 듯 하지요. 초원 저편에서 마리아의 손을 잡은 일곱 남매의 모습도~ 여름 소백 능선에 오르면 고교 시절 단체관람 했던 추억의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아름다운 영상이 오버랩 됩니다. 죽령에서 천문대까지는 7km로 콘크리트 길이지요. 일반...

  • 左 소양 右 파로호 품은 '양구 사명산'의 여름

    양구 사명산(1,198m). 2007년 늦여름 어느 날, 억수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올랐던 산, 2013년 초여름 말간 날, 땡볕에 온 몸을 내맡기며 다시 올랐다. “국토의 정중앙, 양구에 오면 10년이 젊어진다” 생태관광지, 청정 양구가 내건 모토이다. 올때마다 10년이 젊어진다? 그렇다면… 양구의 사명산, 백석산, 대암산을 다녀간 난 20대 청춘이네^^. 일요일 아침, 서울춘천고속도로를 내달려 춘...

  • '메이드 인 창신동' 有感

    골목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오토바이, 정신없이 얽혀 있는 전선과 전봇대, 환기구로 쉼없이 뿜어져 나오는 하얀 수증기, 그리고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미싱 돌아가는 소리… 우리나라 의류패션의 시발점이자, 메카인 동대문패션타운에 무수히 내걸린 옷들을 마법처럼 뚝딱 만들어내는 곳, 바로 동대문 의류시장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창신동 봉제골목 풍경이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들 삶터이다. 얼추 3천여 개의 소규모 봉...

  • 방귀 뀌었다고 '부용산'으로 귀양을...

    2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아프리카 대륙 동남부에 위치한 나라, ‘말라위’ 정부가 ‘공공장소 방귀금지법’을 추진하겠다고 하여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당시, 말라위의 방송 리포터가 길을 가던 한 여성에게 마이크를 들이대자, 거침없이 이렇게 쏘아붙였다. “우리 중 누구도 공공장소에서 방귀 뀌는 걸 조절할 순 없어요. 깨달았을 땐 이미 방귀를 뀌고 난 뒤일 겁니다. 우리는 방귀를 ...

  • 원시림 경험, 평창 두타산으로

    찾는 산객들이 드물어서일까, 들머리에 변변한 이정표 하나 없다. 오지의 산이 대개 그러하다. 봉산천을 건너 박지골 계곡으로 들어섰다. 축축하고 눅눅하다. 이끼가 자생하기에 그만인 조건이다. 고목 밑동에, 계곡 바위에 이끼가 지천이다. 이랬던 이끼계곡이….(빌려온 사진) 비경을 담는 포토그래퍼들이 박지골의 바위이끼를 최고로 친다. 그만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6년 수해로 이끼 계곡이 많이 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