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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치 혀의 파괴력

    “탄광에서 사고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고는 다른 작업현장에서도 일어난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사고가 없는 일은 아니다.” 지난 5월 14일 터키 총리가 터키 소마탄광 사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뱉은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에선 1862년에 204명, 1866년엔 361명, 1894년엔 290명이 사망한 탄광 사고가 있었다”며 친절(?)하게도 사례까지 열거했다. 도를 넘은 막말에 수백 명 유족의 분노가 폭발했다. ...

  •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주말 아침 상봉역은 늘 한바탕 소동을 치른다. 양평을 지나 용문까지 가는 중앙선, 그리고 청평을 지나 춘천까지 가는 경춘선을 타기 위한 ‘행복한 소동’이다. 중앙선과 경춘선을 따라 잘 조성된 자전거 길이 있고 주위에 크고 작은 명산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경춘선 전철을 타기 위해 플랫폼에 섰다. 플랫폼 역시 발 디딜 틈이 없다. 자전거 라이더와 산객들로 이미 북새통이다. 4월의 악몽은 여전히 가슴 한구석을...

  • 비단결 같은 산, 주금산(鑄錦山)

    산 이름이 썩 내키지 않았다.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 ‘북망산’도 아니고, 하고많은 산이름 중에 ‘죽음산’이라니… 발음상 그렇게 들릴 뿐, 산자락이 비단결 같아 ‘鑄錦山’이다. 주금산은 남양주시 수동면의 최북단, 가평군 상면 상동리의 서남단, 포천군 내촌면 내리의 최동단에 걸쳐져 있는 호젓한 산이다. 여기 올라앉은 사진은 한달 전인 3월 30일 모습이다. ...

  • 安全不感...安全有感...

    동해항에 정박 중인 '이스턴드림號'가 해질녘이라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승객을 맞고 있었다. 일본 세계자연유산 '이와미긴잔' 길을 걷기 위해 지난 2월초 이 배에 올랐다. '이스턴드림호'는 1만 4천톤 급으로 52개 객실에 458명을 수용한다. 선내에는 면세점, 히노끼탕, 나이트클럽(비록 동네 노래주점 수준이지만)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20피트 컨테이너 130개, 자동차 60대를 적재할 수 있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대한민국 동해항-...

  • 일본 힐링 트레킹...제6신, '이와미긴잔(石見銀鑛)' 옛길을 걷다.

    비로소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긴노미치(銀の道)라는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겨울임에도 숲 속은 푸른빛을 띠고 있다. 청청한 대나무숲이 하늘을 찌를 듯 빼곡하여 어스름 새벽녘 같다. 이따끔 흩뿌리는 빗줄기에 잔설이 녹아내려 산길은 질퍽거렸다. 군데군데 눈무게에 꺾여진 대나무가 길을 막아서기도 했다. 대나무가 참 많다. 그래서인가, 일본에는 죽세공예품도 많고 일본 요리 중에도 죽순요리가 많은가 보다. 대나무 뿌리는 땅...

  • 도심 속 슬로우워킹을 즐기다

    시내버스를 타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옆 도로를 지납니다. 벚꽃이 봄바람에 흩날립니다. 벚꽃축제 중이라 여의도 윤중로 일대는 꽃놀이 인파로 북적입니다. 마포대교를 건너 공덕로터리, 아현동을 스쳐 지납니다. 아현동 고가가 사라지고 굴레방다리가 속살을 드러냈네요. 뷰가 한결 좋아졌습니다. 하나 그간 고가도로가 가림막이 되어 주어 덕?을 톡톡히 봤던 속칭 방석집들의 모습이 훤히 드러나 버렸습니다. 고가 아래 옴팍하게 있을 때가 봄날이었던 모...

  • 3월 '민주지산'엔 두 계절이...

    3월 2일에 다녀온 민주지산 그림을 스무엿새만에 펼쳐 놓습니다. 그사이 따스한 봄햇살에 겨울은 꼬리를 감춰버렸네요. 버스가 엔진음을 가쁘게 토해 냅니다. 구불구불 도마령 고갯길이 힘겨운가 봅니다. 도마령은 충북 영동군 황간에서 전북 무주로 넘어가는 고개입니다. 버스는 도마령 고갯마루에 멈춰서기 무섭게 산객들을 부려놓습니다. 해발 800m라 그런지 찬기운이 엄습하네요. 군데군데 잔설도 보입니다. 간밤에 산아래는 비가 왔는데 이곳 도마...

  • 일본 힐링 트레킹...제5신, '유노쓰(溫泉津)' 옛길을 걷다

    호수를 끼고 있는 일본식 온천 호텔에서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했다. 커텐을 젖혔다. 간유리를 통해 보는 것처럼 창밖이 뿌옇다. 호숫가에 묶어둔 쪽배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차라리 눈(雪)이었으면… 그런데… 비(雨)다. 이번 힐링 트레킹의 본게임(?)이 오늘인데, 날씨가 협조 않을 모양이다. 어제 저녁부터 진눈개비 날리더니 오늘은 바람까지 거든다. TV에서도 눈비 올 확률 70%라 했다. 예보가 딱 들어맞을 거...

  • 일본 힐링 트레킹...제4신, '이즈모 다이샤(出雲大社)를 찾아

    그림같은 계곡, ‘오니노시타부루이(鬼の舌震)’를 뒤로하고 다음 코스인 ‘이즈모 다이샤(出雲大社)’로 향했다. 일본사람들은 어느 곳, 어느 것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온갖 신들을 모신다. 신을 모시는 종교, ‘神道’는 일본에만 존재한다. 바로 그 神들을 모시는 곳이 ‘神社’다. 사업 번창을 기원하는 신사, 술이 잘 빚어지기를 기원하는 신사, ...

  • 지난 30년을 더듬어 보니...세상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란 말이 있다. 이 카피라이터는 고구려의 시조가 된 주몽이다. 주몽은 어렸을 때부터 산에 올라 활 쏘기를 즐겼다. 그러던 어느날 부여왕자의 시샘을 받아 궁에서 퇴출되었다. 그 길로 작심하고 남쪽으로 내려가 고구려를 세웠다. 한 나라의 군주가 되어 10년 만에 군사들을 이끌고 부여에 들어와 자신이 어릴 적에 활쏘기 하며 뛰어놀던 산자락을 찾았다. “10년 전엔 나무도 별로 없는 민둥산이...

  • 일본 힐링 트레킹...제3신, '귀신의 혀떨림((鬼の舌震)' 계곡을 걷다.

    일본 회유식 정원, 유시엔(由志園)을 나와 이즈모(出雲)시내로 이동했다. 식당 ‘스타미나다로(すたみな太郞)’에는 예약시간인 正午 보다 20분 전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일러서인지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던 가이드가 나오더니 ‘준비가 덜 됐다’며 ‘버스 안에서 12시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어김없이 예약된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게 일견 철두철미해 보...

  • 일본 힐링 트레킹...제2신, 日 정원 '유시엔(由志園)'을 둘러보다

    후텁지근한 객실을 나와 어스름이 걷힌 갑판에 섰다. 진눈개비가 흩날리는 으스스한 날씨다. 저멀리 수평선 위로 아른거리던 희끗한 산능선이 바짝 다가섰다. 배는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을 잇는 철교 밑을 지나 사카이미나토항에 접안했다. 사카이미나토항은 돗토리현 왼쪽 북단 귀퉁이에 있다. 돗토리현은 일본의 현 중에서 가장 인구가 적다. 동해를 가운데 두고 한반도와 맞보고 있는 현이다. 일본의 하늘빛이 심술궂다. 첫 인사치곤 영 고약스럽다. ...

  • 日 세계자연유산 '이와미긴잔' 힐링 트레킹...

    제1신: 동해항 출발, 日 사카이미나토항 도착! 남해 금산 보리암 신년 해맞이 산행 후 귀경길 버스 안에서 M트레킹 대장이 불쑥 일본 힐링 트레킹 상품을 꺼내 들었다. 목요일에 동해항에서 배로 출발, 일요일에 돌아오는 3박 4일이라 했다. 하산주로 적당히 불콰해진 상태라 넙죽 구두 약속을 해버렸다. 그렇게 2월을 코앞에 둔 어느날, 여권 카피본을 보내 달란 문자를 받았다. “아차! 그랬었지.” 바쁜 회사일로 깜...

  • 정선 백운산 마천봉 하늘길을 걷다

    재작년 10월, 밀양 백운산(885m)을, 작년 1월, 9월, 11월에 각각 포천 백운산(904m), 양평 백운봉(940m), 영월 백운산(882.5m)을 올랐다. 그리고 지난 1월 19일, 또다른, 정선 백운산(1,426.2m)을 찾았다. 영월군 상동읍과 정선군 사북읍, 고한읍의 경계를 이룬 정선 백운산은 많고 많은 백운산 중 해발고도가 가장 높다. 정선 백운산은 고한역 인근, 막골을 들머리로 하여 정상 마천봉을 거쳐 마운틴탑, 도...

  • 팔은 안으로 굽지 않고, 가재는 게편이 아니다?

    “일본은 조선의 문화를 짓밟거나 능멸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글과 한자교육을 추진해 취학률과 문자해독률을 높이고 전통적인 제사와 민간신앙을 온존시키면서 옛 신분제도와 토지제도를 개혁해 사회의 근대화를 추진했다. 일본의 식민지통치는 민족말살정책이 아니라 일본인과 조선인의 차별, 구별, 격차를 없애 동등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강제연행한 일본군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고추가루를 먹어 흥분을 잘하고 일본인은 와사비를 먹어 ...

  • 영험한 산, 겨울 태백산이 피곤하다.

    전국 여러 산을 오르내렸지만 여태 ‘태백산’을 접하지 못했다. 이는 서울 살면서 한강 유람선을 못 타 본 것과 다름없다. 아름다운 설경 명소로 언론에 노출된 건수로만 따진다면 태백산은 우리나라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만큼 지명도가 높다. 그런 태백산을, 이제서야 만나게 되니 숫제 靈山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 싶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기는 여러번, 그때마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불발됐다. 어쩌면 사바세계의 찌든 때가 ...

  • '기도빨' 좋다는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12월 31일 22시 20분, 탈서울을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100分 후면 2013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버스 앞쪽 TV화면에선 매년 이 시간대 고정물인 ‘연기대상 시상’ 장면이 흘러 나옵니다.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특별한 시간대에 방송사 종무식과도 같은 시상식이 전파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갑니다. 수상 남발에 지리한 수상소감은 매년 판박이처럼 되풀이 됩니다. 짜증난 시청자들의 &#...

  • 인왕산에 올라 겸재 정선을 만나다.

    3호선 경복궁역 1번출구로 나오면 5분거리에 사직공원이 있다. 공원을 오른쪽에 끼고 담장을 따라 인왕산길을 오르다 보면 오래된 전각, 황학정 앞뜰에 닿는다. 황학정은 원래 경희궁 내에 있던 여러 전각 중 하나이다. 이곳은 원래 조선시대 궁술 연습장이던 등과정(登科亭) 터였으나 일제때 궁의 전각을 이곳으로 옮겨다 놓은 것이다. 활쏘기를 일절 금했던 일제는 이곳에서만 허가했다. 왜일까? 화살촉이 정확히 경복궁을 향하기 때문이었다. 오...

  • 그해 겨울은 온기가 있어 좋았네

    소백산 죽령을 넘어온 칼바람은 밤새 창틀을 사납게 흔들어 댔다. 유년시절, 바람소리가 무서웠다. 어떤 녀석은 귀신들의 휘파람 소리라 했다. 전기도 없는 벽촌의 겨울밤은 유난히 길었다. 지금의 저녁뉴스 시간대인 8, 9시는 이미 오밤중이었다. 볼거리나 변변한 즐길거리 조차 없던 때라 저녁 밥상만 물리면 이불속으로 파고 들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였다. 아침마다 자는 아이를 깨워 등교시키느라 진을...

  • '파타고니아'의 이유있는 배짱

    북한산 인수봉 북벽에 '쉬나드' A, B길이 있다. 암벽 코스다. 산은 좋아 하나 암벽 타기엔 신체적 결함이 있어 직접 확인한 적은 없다. 다만 자료사진으로는 자주 봐 낯설지 않다. '쉬나드' 길에 대한 사연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쉬나드' 길은 산악인들에게 낯익은 아웃도어 의류기업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이름에서 따왔다. 그렇다면 '이본 쉬나드'는 인수봉과 어떤 인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