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 홍매화, 도종환

    <사진 제공 : 소나무맘> 홍매화 도종환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자락 덮어도 매화 한 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 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은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슴 속 홍매화 한 송이 [태헌의 한역] 紅梅(홍매) 雪降又積埋小白(설강우적매소백) 梅花一朶此中動(매화...

  • 한 송이 꽃, 도종환

      한 송이 꽃   도종환   이른 봄에 핀 한 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태헌의 한역(漢譯)] 一枝花(일지화)   早春放綻花一枝(조춘방탄화일지) 於人一個疑問號(어인일개의문호) 君亦如此開花非(군역여차개화비)   [주석] * 一枝花(일지화) : 한 가지의 꽃. 한 송이 꽃. 早春(조춘) : 이른 봄. / 放綻(방탄) : (꽃이) 피어나다. / 花一枝(화일지) : 꽃 한 가지, 꽃 한 송이. 於人(어인) : 사람에게는. / 一個(일개) : 하나, 하나의. / 疑問號(의문호) : 의문 부호. 물음표. ‘?’ 君(군) : 그대, 당신. / 亦(역), 또, 또한. / 如此(여차) : 이와 같이, 이렇게. / 開花非(개화비) : 꽃을 피웠는가? 시구(詩句) 말미에 쓰이는 부정(否定) 부사 ‘不(불)’, ‘否(부)’, ‘未(미)’, ‘非(비)’ 등은 시구 전체를 의문형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梅花著花未(매화착화미)”는 “매화가 꽃을 피웠던가요?”의 뜻이다.   [직역] 한 송이 꽃   이른 봄에 핀 꽃 한 송이는 사람에게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꽃을 피웠나요?”   [한역 노트] 이른 봄철에 꽃이 피었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혹한(酷寒)이라는 고통을 잘 견뎌냈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꽃이 피는 것은 단풍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에게 매우 아픈 일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꽃이 피었다는 것은 또 그런 아픔을 잘 참아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통과 아픔 속에서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것이 어찌 꽃만의 일이겠는가? 예술이 그렇고 스포츠가 그렇듯,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거의 모든 인간사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꽃이 우리에게 묻는 것

  • 병든 짐승, 도종환

    병든 짐승   도종환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이 내려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길 기다린다   나도 가만히 있자   [태헌의 한역(漢譯)] 病獸(병수)   山獸忽有病(산수홀유병) 靜靜踞而蹲(정정거이준) 植耳林間風(식이임간풍) 己舌舐傷痕(기설지상흔) 忍待痛日過(인대통일과) 吾亦今安存(오역금안존)   [주석] * 病獸(병수) : 병든 짐승. 山獸(산수) : 산짐승. / 忽(홀) : 문득, 갑자기. / 有病(유병) : 병이 있다, 병이 들다. 靜靜(정정) : 고요히, 가만히. / 踞而蹲(거이준) : 웅크리고 있다. ‘踞’나 ‘蹲’ 모두 웅크린다는 뜻이다. 植耳(식이) : 귀를 세우다, 귀를 기울이다. / 林間風(임간풍) : 숲 속의 바람. 己舌(기설) : 자기 혀. / 舐(지) : ~을 핥다. / 傷痕(상흔) : 상흔, 상처. 忍待(인대) : ~을 참고 기다리다. / 痛日過(통일과) : 아픈 날이 지나가다. 吾(오) : 나. / 亦(역) : 또한, 역시. / 今(금) : 이제. / 安存(안존) : 편안히 있다, 가만히 있다.   [직역] 병든 짐승   산짐승은 문득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 숲 속의 바람에 귀를 세우고 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 아픈 날이 지나가길 참고 기다리나니 나도 이제 가만히 있자   [漢譯 노트] 역자가 출강하는 대학에서 ‘영물시(詠物詩)’에 대해 강의를 한 후에 학생들에게 4행으로 된 한글 영물시를 지어 제출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당(唐)나라 시기에 굳어진 일반적인 영물시의 양식은, 음영(吟詠)의 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물상을 나타내는 글자는 물론 그것과 직접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