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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昭君怨(소군원), 東方虬(동방규)

    [원시]昭君怨(소군원) 東方虬(동방규)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주석]* 昭君怨(소군원) : 왕소군(王昭君)의 원망(怨望). 왕소군의 본명은 왕장(王嬙)이지만, 자가 소군(昭君)이어서 보통 왕소군으로 부른다. 한(漢)나라 원제(元帝)의 후궁으로 있다가 흉노족(匈奴族)의 추장 호한야 선우(呼韓邪 單于)에게 시집을 가서 흉노 땅에서 생을 마쳤다. 훗날 사마소(司馬昭)의 이름자인 '소(昭)'를 피휘하여 왕명군(王明君) 또는 명비(明妃)로 일컫기도 하였다.* 東方虬(동방규) : 당대(唐代)의 시인이다. 측천무후(則天武后)가 용문(龍門)에 나아가 노닐 때 수행한 관원들에게 시를 짓게 하고는 먼저 지은 자에게 비단으로 만든 도포를 상으로 주겠다고 하였는데, 좌사(左史)로 있던 동방규가 시를 가장 먼저 지어 도포를 하사받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胡地(호지) : 오랑캐의 땅. 흉노족들이 근거지로 삼았던 중원 (서)북쪽의 땅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 無(무) : ~이 없다. / 花草(화초) : 꽃과 풀.* 春來(춘래) : 봄이 오다. / 不似(불사) : ~와(과) 같지 않다.* 自然(자연) : 자연히, 저절로. / 衣帶(의대) : 옷 입은 위에 매는 띠, 허리띠. / 緩(완) : 느슨해지다.* 非是(비시) : ~이 아니다. / 爲(위) : ~을 위하다. / 腰身(요신) : 허리품, 허리둘레, 몸매. [번역]왕소군의 원망 오랑캐 땅에 꽃도 풀도 없어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자연스레 허리띠가 느슨해진 거지(가는) 허리둘레 위한 게 아니라네 [번역노트]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무엇인가 일이 있는 봄이면 어김없이 어딘가에서 누군가에 의해 언급되던 이 시구를 이태백(李太白)

  • 힘, 박시교

    [원시]힘  박시교  꽃 같은 시절이야 누구나 가진 추억 그러나 내게는 상처도 보석이다 살면서 부대끼고 베인 아픈 흉터 몇 개 밑줄 쳐 새겨 둔 듯한 어제의 그 흔적들이 어쩌면 오늘을 사는 힘인지도 모른다 몇 군데 옹이를 박은 소나무의 푸름처럼  [태헌의 한역]力(력) 花樣年華好追憶(화양연화호추억)於我傷處亦寶石(어아상처역보석)生來受苦傷痕歷歷(생래수고상흔역력)刻如橫線昨日跡(각여횡선작일적)或於今日爲動力(혹어금일위동력)恰如松樹帶瘤長碧(흡여송수대류장벽) [주석]力(력) : 힘.花樣年華(화양연화) : 꽃과 같은 시절이라는 뜻으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이르는 말이다. ‘花樣’은 꽃무늬, 곧 꽃과 같이 예쁜 모습이라는 뜻이고, ‘年華’는 세월, 곧 시절이라는 의미이다. / 好追憶(호추억) : 좋은 추억, 곧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뜻으로 역자가 사용한 말이다.於我(어아) : 나에게는. / 傷處(상처) : 상처. / 亦(역) : 또한, 역시. / 寶石(보석) : 보석.生來受苦(생래수고) : 살아오며 고난을 받다. 원시의 “살면서 부대끼고 베인”을 다소 간략하게 표현한 말이다. / 傷痕(상흔) : 상흔, 아픈 흉터. / 歷歷(역력) : 또렷하다. 원시의 “몇 개”를 아래 행의 “새겨 둔 듯한”을 고려하여 다소 과감하게 서술형으로 고쳐본 표현이다.刻如(각여) : 새겨진 것이 ~과 같다. 원시의 “새겨 둔 듯한”을 약간 달리 표현한 말이다. / 橫線(횡선) : 가로로 그은 줄, 언더라인. 역자가

  • 病後戱作(병후희작), 徐居正(서거정)

     [원시]病後戱作(병후희작) 徐居正(서거정) 醫士勸吾休飮酒(의사권오휴음주)儒家欺我酷耽詩(유가기아혹탐시)今朝破戒翻成笑(금조파계번성소)醉酒顚詩自不知(취주전시자부지) [주석]· 病後(병후): 병을 앓은 후에, 앓고 난 후에. / 戱作(희작) : 재미삼아 짓다, 장난삼아 짓다.· 徐居正(서거정) : 조선(朝鮮)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로 자는 강중(剛中)이고 호는 사가정(四佳亭)이다. 문집에 ≪사가정집(四佳亭集)≫, ≪동인시화(東人詩話)≫ 등이 있다. 여섯 왕을 섬기며 45년간 대제학(大提學), 대찬성(大贊成) 등의 벼슬을 지냈다.· 醫士(의사) : 의원(醫員), 의사(醫師). / 勸吾(권오) : 나에게 ~을 권하다. / 休飮酒(휴음주) : 술을 마시지 말라. ‘休’는 ‘勿(물)’의 뜻이다.· 儒家(유가) : 유자(儒者), 유생(儒生), 유학자(儒學者). / 欺(기) : 업신여기다, 깔보다. ‘欺’의 목적어[賓語]는 아래 구절 전체이다. / 我酷耽詩(아혹탐시) : 내가 몹시도 시를 즐기다.· 今朝(금조) : 오늘 아침. / 破戒(파계) : 파계하다, 계율(戒律)을 깨다. / 翻(번) : 도리어, 문득. / 成笑(성소) : 웃음 짓다.· 醉酒(취주) : 술에 취하다. / 顚詩(전시) : 시에 미치다. / 自不知(자부지) : 스스로(가) 알지 못하다. [태헌의 번역]앓고 난 후에 재미삼아 짓다 의원은 나에게 술을 마시지 말기를 권하고유자들은 내가 시 몹시 즐기는 걸 깔보는데오늘 아침에 파계하고 문득 웃음을 짓나니나도 모르는 새 술에 취하고 시에 미쳤구나 [번역노트]이 시는 희시(戱詩)이다. 희시는 다소 유머러스한 내용을 담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특별한 유머도 없이 시인 스스로가 타인의 비방이나 문제

  • 눈이 녹으면, 윤선민

     [원문]눈이 녹으면 윤선민 눈이 녹으면 뭐가 되냐고선생님이 물으셨다 다들 물이 된다고 했다 소년은 봄이 된다고 했다 [태헌의 한역]雪融(설융) 雪融爲何物(설융위하물)師傅忽然云(사부홀연운)諸生曰化水(제생왈화수)少年謂作春(소년위작춘) [주석]· 雪融(설융) : 눈이 녹다.· 爲何物(위하물) : 무슨 물건이 되는가?, 무엇이 되는가?· 師傅(사부) : 사부, 선생님. / 忽然(홀연) : 홀연, 문득. 한역(漢譯)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云(운) : ~라고 말하다. 원문의 “물으셨다”를 시운(詩韻)을 고려하여 한역한 표현이다.· 諸生(제생) : 여러 학생. 원문의 “다들”을 한역한 표현이다. / 曰(왈) : ~라고 말하다. / 化水(화수) : 물이 되다, 물로 변하다.· 少年(소년) : 소년. / 謂(위) : ~라고 말하다. / 作春(작춘) : 봄이 되다, 봄을 만들다. [한역의 직역]눈이 녹으면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되지?선생님이 문득 말씀하셨다다들 물이 된다고 했지만소년은 봄이 된다고 했다 [한역 노트]역자가 임의로 “눈이 녹으면”이라는 제목을 붙인, 시(詩)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이 글은 제법 여러 해 전부터 별다른 저자 표시 없이 인터넷상에서 매우 자주 눈에 띄었다. 그리하여 문무학 시인의 시 <인생의 주소>와 비슷하게 이 글 역시 작자가 있음에도 익명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검색을 시도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글이 윤선민씨의 저서인 ≪웍슬로 다이어리≫(북스코프, 2008)에서 따온 것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소중한 글을 어떤 형태로든 이용할 때면 최소한의 예

  • 元月十五夜(원월십오야), 姜聲尉(강성위)

    <필자의 조부님 생전 모습>[원시]元月十五夜(원월십오야) 姜聲尉(강성위) 春風忽已着簷端(춘풍홀이착첨단)十五夜窓開未寒(십오야창개미한)天際月輪斜仄易(천제월륜사측이)紅塵世上滌愁難(홍진세상척수난) [번역]정월 대보름 밤에 봄바람이 어느덧 처마끝에 이르러보름 밤에 창 열어도 춥지를 않네하늘가 달이야 쉬이도 기울건만홍진세상 시름은 씻기 어렵구나 [주석]· 元月(원월) : 정월(正月), 음력 1월. / 十五夜(십오야) : 보름밤.· 春風(춘풍) : 봄바람. / 忽已(홀이) : 어느새, 어느덧. / 着(착) : ~에 달라붙다, ~에 이르다. / 簷端(첨단) : 처마끝.· 十五夜窓(십오야창) : 보름날 밤 창문. / 開未寒(개미한) : 열어도 춥지가 않다.· 天際(천제) : 하늘의 끝, 하늘가. / 月輪(월륜) : 둥근 달, 달. / 斜仄(사측) : 기울다. / 易(이) : ~하기가 쉽다.· 紅塵世上(홍진세상) : 홍진세상, 인간세상. / 滌愁(척수) : 시름을 씻다. / 難(난) : ~하기가 어렵다. [시작노트]이번 주 토요일은 입춘이고 그 다음 날인 일요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입춘과 정월 대보름이 연이은 것을 잠시 생각하고 있자니 필자가 아득한 옛날에 지었던 시 한 수가 보름달처럼 떠올랐다. 필자에게는 습작기 내지 초기의 작품이 되는 이 시는, 필자가 미혼이던 그 어느 해 정월 대보름날 밤에 지은 것이다. 이 시를 얘기하자면 다소 장황할지도 모르는, 시가 지어지게 된 내력부터 시작해야 할 듯하다. 필자는 소년 시절에 조부님과 함께 거처한 날이 손자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부님은 필자가 태어나기 6년 전에 급성 질환으로 실명(失明)을 하신 상태여서, 잔심부름을 해줄 아이가

  • 연탄, 이정록

    [원시]연탄 이정록 아비란 연탄 같은 거지숨구멍이 불구멍이지달동네든 지하 단칸방이든그 집,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한숨을 불길로 뿜어 올리지헉헉대던 불구멍 탓에아비는 쉬이 부서지지갈 때 되면 그제야낮달처럼 창백해지지 [태헌의 한역]煉炭(연탄) 父親似煉炭(부친사연탄)氣孔卽火孔(기공즉화공)家中低暗處(가중저암처)太息以火湧(태식이화용)火孔太喘喘(화공태천천)父親易碎裂(부친이쇄렬)去時乃方始(거시내방시)能白如晝月(능백여주월) [주석]· 煉炭(연탄) : 연탄.· 父親(부친) : 부친, 아버지. / 似煉炭(사연탄) : 연탄과 같다.· 氣孔(기공) : 기공, 숨구멍. / 卽(즉) : 곧, 곧 ~이다. / 火孔(화공) : 숨구멍.· 家中(가중) : 집 안. 원시의 “그 집”을 살짝 고친 표현이다. / 低暗處(저암처) : 낮고 어두운 곳.· 太息(태식) : 한숨. / 以火湧(이화용) : 불로 솟다, 불로 솟구치게 하다.· 火孔(화공) : 불구멍. / 太(태) : 너무, 지나치게. / 喘喘(천천) : 헐떡거리다, 헉헉대다.· 易(이) : 쉽다, 쉬이. / 碎裂(쇄렬) : 부수어지고 찢어지다, 부서지다.· 去時(거시) : 갈 때, 떠날 때. / 乃(내) : 이에. / 方始(방시) : 비로소· 能白(능백) : 하얘질 수 있다. 원시의 “창백해지지”를 약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 如晝月(여주월) : 낮달과 같다, 낮달처럼. [한역의 직역]연탄 아비란 연탄과 같아숨구멍이 곧 불구멍이지집 안의 낮고 어두운 곳에서한숨을 불길로 솟게 하지불구멍으로 너무 헉헉대어아비는 쉬이 부서지지갈 때에야 이에 비로소낮달처럼 하얘질 수 있지 [한역 노트]연탄의 속성에 대한 통찰을 통하여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역할과

  • <특집 : 소동파(蘇東坡)의 시로 맛보는 한시(漢詩)의 멋> 雪後到乾明寺遂宿(설후도건명사수숙), 蘇東坡(소동파)

    ※ 오늘은, 역자가 제법 여러 해 전 이 무렵에 어느 기관지(機關紙)을 통해 발표한 글인 <소동파(蘇東坡)의 시로 맛보는 한시(漢詩)의 멋>으로 칼럼을 대신합니다. 평소 역자의 칼럼 양식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애초의 발표 당시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따로 고치지는 않았습니다. 이점 양해를 바라며 독자 여러분들의 새해 만복(萬福)을 기원합니다. 【소동파(蘇東坡)의 시로 맛보는 한시(漢詩)의 멋】<전언(前言)>중국 시의 관형어로 우리가 쉽사리 ‘당(唐)’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대(唐代)에 이백(李白)이나 두보(杜甫)와 같은 불세출의 대시인들이 끊임없이 출현한 때문이지만, 송대(宋代)의 송시(宋詩) 또한 그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중국 시 세계의 한 축이 되고 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송대 최고의 시인이라 할 수 있는 소동파(蘇東坡)의 시를 통해 당시(唐詩)와는 또 다른 송시의 맛을 보며, 작은 기쁨에도 만족할 줄 알았던 시인의 따스한 품새를 느껴보도록 하자. ***** 겨울은 눈이 있어 비로소 공평한 계절이 된다. 옛사람들도 모든 것을 새하얗게 덮은 설원(雪原)을 무척이나 사랑했다는 사실은 아래에 소개할 소동파의 시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 순백의 설원을 보며 옛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설원을 노래한 시를 통해 무슨 말을 들려주고자 했을까? 여기 소동파의 시가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雪後到乾明寺遂宿(설후도건명사수숙) 門外山光馬亦驚(문외산광마역경)階前屐齒我先行(계전극치아선행)風花誤入長春苑(풍화오입장춘원)雪月長臨不夜城(설월장림불야성)未許牛羊傷至潔(미허우양상지결)且看鴉雀弄

  • 서시, 나희덕

    문화 [원시]서시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도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내 마음의 군불이여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태헌의 한역]序詩(서시) 到今未熱一人胸(도금미열일인흉)蒙蒙煙氣加又加(몽몽연기가우가)吾人心地冗火兮(오인심지용화혜)盡熄而滅尙遠耶(진식이멸상원야) [주석]· 序詩(서시) : 책의 첫머리에 서문 대신에 쓴 시(詩)나 장시(長詩)에서 서문 비슷하게 첫머리에 별도의 장(章)을 마련하여 쓴 시(詩)를 가리킨다.· 到今(도금) : 지금까지, 지금껏. / 未熱(미열) : 아직 ~을 뜨겁게 하지 못하다, 아직 ~을 지피지 못하다. / 一人胸(일인흉) : 한 사람의 가슴.· 蒙蒙(몽몽) : 무성하다. 무성한 모양. / 煙氣(연기) : 연기. / 加又加(가우가) : 더하고 또 더하다, 더해지고 또 더해지다, 원시의 “(연기만) 내고 있는”을 약간 달리 표현한 것이다.· 吾人(오인) : 나. / 心地(심지) : 속마음, 마음. / 冗火(용화) : 군불의 한역어(漢譯語)로 역자가 임의로 만들어본 한자어이다. 시에 쓰인 ‘군불’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군불과는 다르기 때문에, ‘쓸데없는 불’을 의미하는 ‘冗火’로 조어(造語)하였던 것이다. / 兮(혜) : ~여! ‘兮’는 호격(呼格) 조사이다.· 盡熄而滅(진식이멸) : (불이) 다 꺼져서 사라지다. 원시에 사용된 어근 ‘꺼지다’를 역자가 글자를 늘려 옮긴 표현이다. / 尙(상) : 오히려, 아직. / 遠(원) :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멀다. / 耶(야) : ~하느냐, 이냐? ‘耶’는 의문 어기사(語氣詞)이다. [한역의 직역]서시 지금껏 한 사람의 가슴도 못 지피고무성한 연기만 더하

  • 書鏡(서경), 李彦迪(이언적)

    [원시]書鏡(서경)  李彦迪(이언적)  觀書正吾心(관서정오심)照鏡正吾貌(조경정오모)書鏡恒在前(서경항재전)須臾可離道(수유가리도) [주석]· 書鏡(서경) : 책과 거울.· 李彦迪(이언적) : 본관은 여주(驪州), 자는 복고(復古), 호는 회재(晦齋)이다. 조선 시대 성리학(性理學)의 정립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주희(朱熹)의 주리론(主理論)을 정통으로 확립하여 이황(李滉)에게 전해 주었다.· 觀書(관서) : 책을 보다. / 正吾心(정오심) : 내 마음을 바로잡다.· 照鏡(조경) : 거울에 비추다, 거울을 보다. / 正吾貌(정오모) : 내 모습을 바로잡다.· 恒(항) : 항상, 늘. / 在前(재전) : 앞에 있다.· 須臾(수유) : 잠시. / 可(가) : 어찌, 어떻게. / 離道(이도) : 도(道)를 떠나다. [번역]책과 거울 책을 보며 내 마음 바로잡고거울 보며 내 모습 바로잡네책과 거울이 늘 앞에 있으니잠시인들 어찌 도를 떠나랴! [번역노트]책과 거울은 그 옛날 선비들의 사랑방이나 글방에 거의 예외 없이 있었던 물건들이다. 책이야 그렇다고 쳐도 거울은 왜? 라며 다소 의아해할 독자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거울도 안 보는 여자>라는 노래에 익숙한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고려 시대 이규보(李奎報) 선생이 <경설(鏡說)>이라는 글에서, “옛사람이 거울을 본 것은 그 맑음을 취하고자 함이었다.[古之對鏡 所以取其淸]”라고 한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옛날 선비들은 용모를 꾸미는 용도로 거울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거울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타인이라는 거울에 어떻게 비칠까 하는 점을 염려하며, 인

  • ○○(○○), 鄭谷(정곡) 또는 劉義(유의)

    ※ 이 칼럼은 원래 11월 22일에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칼럼의 시의성(時宜性)을 고려하여 부득이 오늘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칼럼은 2주 후인 11월 29일이 아니라, 3주 후인 12월 6일에 발행할 예정이니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시]○○(○○)  鄭谷(정곡) 또는 劉義(유의)  返蟻難尋穴(반의난심혈)歸禽易見窠(귀금이견과)滿廊僧不厭(만랑승불염)一個俗嫌多(일개속혐다) [주석]· 鄭谷(정곡) : 당말(唐末)의 시인으로 자(字)는 수우(守愚)이다. 그의 관직이 도관낭중(都官郞中)이어서 사람들이 정 도관(鄭都官)이라 칭하였고, 또 자고시(鷓鴣詩)로 이름을 날렸기 때문에 정자고(鄭鷓鴣)로 일컫기도 하였다. 승려 제기(齊己)가 쓴 <조매(早梅)>라는 시의 ‘수지(數枝)’를 ‘일지(一枝)’로 고쳐준 일로 인하여 일자사(一字師)로 추앙을 받기도 하였다.· 劉義(유의) : 당대(唐代)의 시인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자세한 사항은 알 수가 없다.· 返蟻(반의) : 돌아가는 개미. / 難(난) : ~하기가 어렵다. / 尋穴(심혈) : 구멍을 찾다.· 歸禽(귀금) : 돌아가는 새. / 易(이) : ~하기가 쉽다. / 見窠(견과) : 둥지를 발견하다, 둥지를 찾다. ‘窠’가 ‘巢(소)’로 된 책도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압운자 자리기 때문에 ‘巢’로 ‘窠’를 대신할 수는 없다.· 滿廊(만랑) : 복도 또는 행랑에 가득하다. / 僧(승) : 스님. / 不厭(불염) : 싫어하지 않다.· 一個(일개) : 한 개, 하나. / 俗(속) : 세속, 세속의 사람(들). / 嫌多(혐다) : 많음을 싫어하다, 많다고 싫어하다. [태헌의 번역]○○ 돌아가는 개미는 구멍 찾기 어렵겠고돌아가는 새는 둥

  • 가을 입술, 유은정

     [원시]가을 입술  유은정  붉은 잎이립스틱 바른 입술 같아서가을이 하는 말들을 수 있을까봐 살짝 귀 대어 봅니다 [태헌의 한역]秋脣(추순) 枝端一紅葉(지단일홍엽)恰似口脂脣(흡사구지순)或可聽秋語(혹가청추어)輕輕着耳輪(경경착이륜) [주석]· 秋脣(추순) : 가을 입술.· 枝端(지단) : 가지 끝.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一紅葉(일홍엽) : 하나의 붉은 잎. 이 대목의 ‘一’ 역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恰似(흡사) : ~과 흡사하다, ~과 같다. / 口脂脣(구지순) : 립스틱을 바른 입술. ‘口脂’는 입술연지, 곧 립스틱이나 루즈를 가리키는 말이다.· 或可(혹가) : 어쩌면 ~을 할 수 있을 듯하다. / 聽(청) : ~을 듣다. / 秋語(추어) : 가을의 말, 가을이 하는 말· 輕輕(경경) : 가볍게, 살짝. / 着(착) : ~을 대다, ~을 부착하다. / 耳輪(이륜) : 귀. 현대 중국어에서는 귓바퀴라는 뜻으로 많이 쓰나 한문에서는 ‘耳’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한역의 직역]가을 입술 가지 끝에 붉은 잎 하나립스틱 바른 입술 같아서가을의 말 들을 수 있을까봐살짝 귀를 대어 봅니다 [한역노트]역자는 이 시를 처음 본 순간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리차드 클레이더만(Richard Clayderman)이 연주한 <가을의 속삭임>이라는 피아노곡을 떠올렸다. 이 연상(聯想)은 당연히 “가을이 하는 말”이라는 시구 때문이었을 것이지만, 이즈음만 되면 거의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선율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 <가을의 속삭임>이라는 사실도 이유의 하나로 들 수

  • 詠○(영○), 李山海(이산해)

    [원시]詠○(영○) 李山海(이산해) 一腹生三子(일복생삼자)中者兩面平(중자양면평)秋來先後落(추래선후락)難弟又難兄(난제우난형) [주석]· 詠(영) : ~을 읊다, ~을 노래하다.· 李山海(이산해) : 조선 선조(宣祖) 대에 영의정을 두 차례나 지냈으며, 북인(北人)의 영수였다. 시서화(詩書畵)에 두루 능하였고, 저서에 ≪아계유고(鵝溪遺稿)≫가 있다.· 一腹(일복) 한 배. / 生三子(생삼자) : 세 아들을 낳다, 세 자식을 낳다.· 中者(중자) : 가운데 녀석. ‘中者’가 ‘仲男(중남)’이나 ‘仲子(중자)’로 된 데도 있다. 둘 다 둘째 아들이라는 뜻이다. / 兩面平(양면평) : 양쪽 얼굴이 평평하다, 양쪽 뺨이 넓적하다.· 秋來(추래) : 가을이 오다, 가을이 되다. / 先後落(선후락) : 선후로 떨어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떨어지다.· 難弟(난제) : 동생이라 하기 어렵다. / 又(우) : 또. / 難兄(난형) : 형이라 하기 어렵다. ※ 이 구절은 성어 ‘난형난제(難兄難弟)’를 풀어서 쓰며 난형과 난제의 위치를 바꾼 것이다. [태헌의 번역]○을/를 읊다 한 배로 세 자식을 낳았는데가운데 녀석은 양쪽 뺨이 넓적하네가을이 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떨어지니동생이라 하기도, 또 형이라 하기도 어렵네 [번역노트]역자는 청소년 시기에 한시(漢詩)를 읽고 전율을 느낀 적이 몇 차례 있었는데, 이 시 역시 그 가운데 하나였다. 고교 시절에 한문자습서던가 문학자습서에서 이 시를 처음으로 보고 시쳇말로 감전이 된 듯한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기만 하다. 이산해(李山海) 선생이 열 살이 되기도 전에 지은 작품이라는 설명을 읽는 순간에 느꼈던 일종의 열등감은 오래

  • 욕심, 공광규

    [원시]욕심  공광규  뒤꼍 대추나무는약한 바람에 허리가 뚝 꺾였다 사람들이 지나며 아깝다고 혀를 찼다 가지에 벌레 먹은 자국이 있었나?과거에 남모를 깊은 상처가 있었나?아니면 바람이 너무 드셌나? 그러나 나무 허리에선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너무 많은 열매를나무는 달고 있었다 [태헌의 한역]慾心(욕심) 後院一棗樹(후원일조수)弱風腰忽折(약풍요홀절)人衆時來往(인중시래왕)哀惜頻嘖舌(애석빈책설)枝或有蟲食(지혹유충식)風或甚猛烈(풍혹심맹렬)然而樹腰邊(연이수요변)全然無所缺(전연무소결)嗟乎吾始覺(차호오시각)樹實太多結(수실태다결) [주석]· 慾心(욕심) : 욕심.· 後院(후원) : 후원, 뒤꼍. / 一棗樹(일조수) : 한 그루의 대추나무.· 弱風(약풍) : 약한 바람. / 腰(요) : 허리. / 忽(홀) : 문득. 원시의 “뚝”에 대한 대응어로 역자가 임의로 골라본 한자이다. / 折(절) : 꺾이다, 부러지다.· 人衆(인중) : 사람들. / 時(시) : 이따금. / 來往(내왕) : 오고가다, 오가다.· 哀惜(애석) : 불쌍하게 여기다, 아깝게 여기다. / 頻(빈) : 자주.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嘖舌(책설) : 혀를 차다.· 枝或(지혹) : 가지가 혹시, 가지에 혹시. 여기서 ‘或’은 ‘어쩌면’이라는 뜻으로 가벼운 의문을 나타낸 말로 이해하면 된다. / 有蟲食(유충식) : 벌레 먹은 것이 있다, 벌레 먹은 데가 있다.· 風或(풍혹) : 바람이 혹시. / 甚(심) : 심하다, 심하게. / 猛烈(맹렬) : 맹렬하다, 드세다.· 然而(연이) : 그러나. / 樹腰邊(수요변) : 나무 허리 주변, 나무 허리 근처.· 全然(전연) :

  • <특집 : 이 땅의 모든 약사님들을 위하여> 尋隱者不遇(심은자불우), 賈島(가도)

    <사진 출처 : Baidu>【특집 칼럼】 이 땅의 모든 약사님들을 위하여 약은 우리의 육신을 치유해주는 시이고시는 우리의 영혼을 치유해주는 약이다 [원시]尋隱者不遇(심은자불우) 賈島(가도)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주석]· 尋(심) : 찾다, 방문하다. / 隱者(은자) : 은자, 은사(隱士). / 不遇(불우) : 만나지 못하다.· 賈島(가도) : 당(唐)나라 말기의 시인으로 자는 낭선(浪仙)이다. 애초에 승려가 되었다가 환속하여 장강 주부(長江主簿)를 지내기도 하였지만, 일생을 독신으로 가난하게 살았다. 퇴고(推敲)라는 말의 유래가 된 유명한 일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松下(송하) : 소나무 아래. / 問童子(문동자) : 동자에게 묻다.· 言(언) : 말하다. 여기서는 대답의 뜻으로 쓰였으며, 시 끝까지가 동자의 대답이다. / 師(사) : 스승. 여기서는 은자를 가리킨다. / 採藥去(채약거) : 약을 캐러 가다. 약은 약초(藥草)를 의미한다.· 只(지) : 다만, 오직. / 在(재) : 있다. / 此山中(차산중) : 이 산 속.· 雲深(운심) : 구름이 깊다. / 不知處(부지처) : 있는 곳[處]을 알지 못하다. [번역]은자(隱者)를 찾아왔으나 만나지 못하고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었더니“선생님께서는 약을 캐러 가셨는데다만 이 산 속에 계시기는 하지만구름이 깊어 계신 곳을 모르겠습니다.”라 하네. [번역노트]이 시는 퇴고(推敲)의 고사로 유명한 당(唐)나라 시인 가도(賈島)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흔히들 가도가 시어(詩語)의 조탁(雕琢)에만 고심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시의(詩意)의 연마(鍊磨)에도 각고

  • 마중물과 마중불, 하청호

    [원시]마중물과 마중불  하청호외갓집 낡은 펌프는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물을 이끌어 올려주는 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마중불이 있어야 한다.한 개비 성냥불이 마중불이 되어나무 속 단단히 쟁여져 있는불을 지피는 거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나도 누군가의 마음을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불이 되고 싶다. [태헌의 한역]引水與引火(인수여인화) 外家陳舊抽水機(외가진구추수기)引水注入乃出水(인수주입내출수)一瓢引水在機中(일표인수재기중)可導地下深處水(가도지하심처수)廚下竈口爨薪時(주하조구찬신시)應當先有一引火(응당선유일인화)一根火柴在竈中(일근화시재조중)能燃薪裏蘊藏火(능연신리온장화)爲善導誰心(위선도수심)吾願作引水(오원작인수)爲善溫誰心(위선온수심)吾願作引火(오원작인화) [주석]· 引水(인수) : 마중물. / 與(여) : ~와, ~과. ‘and’에 해당하는 연사(連詞)이다. / 引火(인화) : 마중불. ‘마중물’에서 착안하여 시인이 만들어낸 자가어(自家語)로 보인다.· 外家(외가) : 외가(外家). / 陳舊(진구) : 낡다, 오래 되다. / 抽水機(추수기) : 양수기(揚水機)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중국어이지만, 우리가 양수기로 부르는 기계와 구별하기 위하여 물 펌프의 뜻으로 역자가 골라 본 말이다. 우리가 물 펌프로 부르는 것을 일컬을 때 중국인들이 ‘抽水機’라는 표현을 가끔 사용하기도 한다.· 注入(주입) : (물 따위를) 집어넣다, 넣다. / 乃(내) : 이에, 곧.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出水(출수) : 물을

  • 盤陀石(반타석), 李滉(이황)

    盤陀石(반타석) 李滉(이황) 黃濁滔滔便隱形(황탁도도변은형)安流帖帖始分明(안류첩첩시분명)可憐如許奔衝裏(가련여허분충리)千古盤陀不轉傾(천고반타부전경) [주석]盤陀石(반타석) : 모양이 널찍하기는 하나 평평하지는 않은 바위를 뜻하기 때문에, 비교적 넓고 평평한 바위를 의미하는 순수 우리말인 “너럭바위”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따로 번역하지 않고 “반타석”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黃濁(황탁) : 누런 탁류(濁流), 곧 누런 흙탕물. / 滔滔(도도) : (물이) 도도하게 흐르다. / 便(변) : 문득, 바로. / 隱形(은형) : 모습을 숨기다.安流(안류) : (물이) 편안히 흐르다, 고요히 흐르다. / 帖帖(첩첩) : 평온한 모양. / 始(시) : 비로소, / 分明(분명) : 분명하다, 환히 드러나다.可憐(가련) : 가련하다, 어여쁘다. / 如許(여허) :이처럼, 이만큼, 그처럼, 그만큼. / 奔衝裏(분충리) : 달려와 부딪는 (물결) 속에서.千古(천고) : 천고에, 천고토록. / 不轉傾(부전경) : 구르거나 기울지 않다. [태헌의 번역]반타석 누런 흙탕물 도도할 때는문득 모습 숨기더니고요히 흘러 평온할 때면비로소 환히 드러나네어여뻐라, 그처럼달려와 부딪는 물결 속에서도천고토록 반타석이구르거나 기울지 않은 것이! [번역 노트]이 시는 퇴계(退溪) 선생이 환갑이 되던 해인 1561년에 지은 <도산잡영(陶山雜詠)> 18수 가운데 한 수이다. 그리고 반타석은, 낙동강의 상류가 되는 한 물줄기가 도산서원이 있는 산언덕 근처에 이르러 큰 소(沼)를 이룬 탁영담(濯纓潭) 가운데에 있었으며, <도산잡영> 기문(記文)에서 “배를 매어두고 술잔을 돌릴[繫舟傳觴(계주전상)]”만하다고 하였으니, 이

  • 오늘의 날씨, 김태영

     오늘의 날씨  김태영  뉴스에서기상캐스터가 오늘은 파란 하늘을하루 종일 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하늘에서 시원한 바람이사람들 마음속에 불어온다고 합니다. 꽃에서는 하루 종일은은한 향기가 난다고 합니다. 뉴스에서기상캐스터가 오늘의 날씨는희망이라고 합니다. [태헌의 한역]今日天氣(금일천기) 新聞天氣預報云(신문천기예보운)靑天今日可周望(청천금일가주망)天邊一陣風(천변일진풍)吹到心中凉(취도심중량)地上數種花(지상수종화)盡日隱隱香(진일은은향)新聞天氣預報云(신문천기예보운)今日天氣是希望(금일천기시희망) [주석]今日(금일) : 오늘. / 天氣(천기) : 날씨.新聞(신문) : (신문이나 방송 따위의) 뉴스. 새 소식. 우리가 “신문”으로 부르는 종이로 된 소식지를 오늘날 중국에서는 주로 ‘報(보)’, ‘日報(일보)’로 칭한다. / 預報(예보) : 예보, 예보하다. / 云(운) : ~라고 하다.靑天(청천) : 푸른 하늘. / 可周望(가주망) : 두루 볼 수 있다. 원문의 “하루 종일”이 아래 시구에서도 보이고 있어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고쳐 표현한 것이다.天邊(천변) : 하늘 가. / 一陣風(일진풍) : 한 줄기 바람. ※ 이 구절과 아래 구절은 원시를 약간 의역하는 과정에서 원시에는 없는 시어들이 더러 보태졌다.吹到(취도) : <바람이> 불어서 ~에 이르다. / 心中(심중) : 마음속. / 凉(량) : 시원하다.地上(지상) : 땅 위.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數種(수종) : 몇 종. 이 역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花(화) : 꽃盡日(진일) : 하루 종일. / 隱隱(은은) : 은은

  • 題李凝幽居(제이응유거), 賈島(가도)

    <사진 출처 : baidu>※ 오늘 소개하는 시와 해설은 역자가 예전에 작성하였던 논문인 <詩眼論(시안론)>에서 가져와 다소 손을 본 것인데, 해설은 시 전체가 아니라 시구(詩句) 일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題李凝幽居(제이응유거) 賈島(가도) 閒居少隣幷(한거소린병)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僧推月下門(승퇴월하문)過橋分野色(과교분야색)移石動雲根(이석동운근)暫去還來此(잠거환래차)幽期不負言(유기불부언) [주석]題(제) : 애초에는 건물의 벽이나 기둥, 서화(書畵) 등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기물에 시를 적는 것을 의미하였는데(때로 거기에 적은 시를 가리키기도 함), 나중에는 읊고자 하는 아무 대상 앞에 이 글자를 적어, 읊는 대상을 특정하기도 하였다. / 李凝(이응) : 가도(賈島)와 교유하였던 당(唐)나라 말기의 은자이다. / 幽居(유거) : 그윽한 처소, 고요한 거처.賈島(가도) : 당(唐)나라 말기의 시인으로 자는 낭선(浪仙)이다. 애초에 승려가 되었다가 환속하여 장강 주부(長江主簿)를 지내기도 하였지만, 일생을 독신으로 가난하게 살았다. 퇴고(推敲)라는 말의 유래가 된 유명한 일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閒居(한거) : 한가하게 살다, 한적하게 살다. / 少隣幷(소린병) : 함께 하는 이웃이 적다.草徑(초경) : 풀 길. / 入荒園(입황원) : 황량한 정원에 들다.鳥宿(조숙) : 새가 ~에 깃들다. / 池邊樹(지변수) : 연못가의 나무. ‘邊(변)’이 ‘中(중)’으로 된 판본도 있다.僧推(승퇴) : 스님이 ~을 밀다. ‘推(퇴)’가 ‘敲(고)’로 된 판본도 있다. / 月下門(월하문) : 달빛 아래의 문.過橋(과교) : 다리를 지나다. / 分野色(분

  • 천뢰(天籟), 오수록

    천뢰(天籟) 오수록 벼락처럼모든 벽을 뚫고 난관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내 귀에 와 닿는다 [태헌의 한역]天籟(천뢰) 如霹透壁墻(여벽투벽장)盡破諸難關(진파제난관)始到吾耳傍(시도오이방) [주석]天籟(천뢰) : 하늘에서 나는 소리. 곧 바람소리, 천둥소리, 빗소리 따위.如霹(여벽) : 벼락처럼. / 透壁墻(투벽장) : 벽과 담을 투과하다, 벽과 담을 뚫다. ‘墻’은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盡(진) : 모두, 다. / 破(파) : ~을 깨다, ~을 무너뜨리다. / 諸難關(제난관) : 여러 난관, 모든 난관.始(시) : 비로소, 바야흐로. 한역의 편의를 위하여 원시에는 없는 말을 역자가 임의로 보탠 것이다. / 到(도) : ~에 이르다, / 吾耳傍(오이방) : 나의 귓가. [한역의 직역]천뢰 벼락처럼 벽과 담을 뚫고모든 난관 다 무너뜨리고비로소 내 귓가에 닿는다 [한역노트]이 시를 오늘 처음으로 마주하였을 독자들 대부분은 제목에서 멈칫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역자가 작성한 주석을 미리 보지 않았다면, 한문이나 동양문화에 웬만큼 관심이 있고 어지간히 공부했다 하더라도 ‘籟’의 뜻을 바로 알아채지 못한 독자들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시의 제목으로 쓰인 “천뢰”는 간단히 말해 ‘하늘에서 나는 소리’라는 뜻이다. 이 천뢰는 ‘지뢰(地籟)’, ‘인뢰(人籟)’와 함께 『장자(莊子)·제물론(齊物論)』 첫머리에 보이는 삼뢰(三籟) 가운데 하나이다. 장자에 의하면 ‘지뢰’는, 땅 위에 있는 모든 구멍들[사물들]이 바람에 부딪혀 만들어내는 각종의 소리이다. 간단히 말해 ‘땅에서 나는 소리&rsquo

  • 唐津別莊美人梅(당진별장미인매), 이영주(李永朱)

     <그림 제공 : 김봉수님><사진 제공 : 서한수님>※칼럼 제목으로 적은 “唐津別莊美人梅(당진별장미인매)”는 정식 제목을 편의상 약칭한 것입니다. 오늘 살펴볼 아래 시는 매우 고난도의 작품이기 때문에, 원시와 번역시 및 주석을 상호 참조하기에 편하도록 하기 위하여, 매구마다 원문자로 구수(句數)를 표시하였습니다. [번역노트]를 제대로 감상하시려면 최소한 [주석] ⑤, ⑥, ⑦, ⑧의 내용은 반드시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唐津別莊予不在時靑齊兄見訪植數株梅樹其品種名美人梅今日來賞有謝惠作以簡之(당진별장여부재시청제형견방식수주매수기품종명미인매금일래상유사혜작이간지) 李永朱(이영주)①眼疑美樹佇迎吾(안의미수저영오)②賓訪空莊暗植渠(빈방공장암식거)③或憫如鰥生燥槁(혹민여환생조고)④以希結伴共居諸(이희결반공거저)⑤輞川睛點圖方活(망천정점도방활)⑥和靖心開興自餘(화정심개흥자여)⑦惠顧助營三徑院(혜고조영삼경원)⑧謝衷只寄八行書(사충지기팔항서) [주석]唐津別莊(당진별장) : <시인의> 당진에 있는 별장. / 予不在時(여부재시) : 내가 있지 않을 때. / 靑齊兄(청제형) : 청제 형. 청제(靑齊) 김봉수(金鳳洙) 선생을 친근하게 칭한 말이다. / 見訪(견방) : 방문을 받다. 시인 입장에서는 방문을 받은 것이지만 청제 선생 입장에서는 방문을 한 것이므로 ‘방문하여’로 번역해도 무방하다. / 植數株梅樹(식수주매수) : 몇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다. / 其品種名美人梅(기품종명미인매) : 그 품종의 이름이 미인매이다. / 今日來賞(금일래상) : 오늘 와서 감상하다. / 有謝惠作(유사혜작) : ‘謝惠’가 선물을 받은 데 대하여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