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삶은 중력(Gravity)을 견디며 가는 뜻하지 않은 여정(Unexpected journey)이다!
< 프롤로그>
[중력: 지표 부근에 있는 물체를 지구의 중심 방향으로 끌어 당기는 힘(The force which causes things to drop to the ground ]
영화<그래비티/Gravity>에서 주인공은 지구에서 큰 시련을 겪은 후, 중력을 피해 고요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무중력의 우주에서 임무 중 재난을 만나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중력이 있는 삶이 소중한 것임을 깨닫고 새로운 삶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우리는 소음, 충격, 갈등, 관계 등 중력이 있는 세상에서 견뎌야 할 힘든 것들이 싫어 떠나지만, 정적, 고요, 고독이 가득한 무중력의 순간을 맞이한다면, 다시 소음 가득한 중력의 세계로 돌아오는 미지의 여정을 택할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삶은 중력(Gravity)을 견디며 가는 뜻하지 않은 여정(Unexpected journey)이다!
< 영화 줄거리 요약>
[지구 600Km 상공의 기온은 -100도와 125도를 오르내린다. 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는 없고, 기압도 없으며, 산소도 없다, 우주 공간에서 생명체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아카데미상 7개 부문(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수상작의 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 시작에 나오는 자막이다. 우주정거장 ISS에서 허블 망원경의 통신 패널을 수리하던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호 조종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분)’, 의료공학박사 ‘라이언 스톤(샌드라 블록 분) ‘박사, 항공 엔지니어 ‘샤리프’는 NASA(미우주항공국)로부터 “러시아에서 미사일을 쏘아 자신들의 인공위성을 폭파했고 그로 인해 우주 쓰레기가 발생했으나 궤도가 달라 문제는 없다.”라는 통신을 듣게 된다. 그러나 순식간에 우주 쓰레기의 파편들이 ISS 우주정거장을 덮치게 되고 ‘샤리프’ 박사가 정통으로 맞아 사망하고 만다. 놀란 라이언 박사가 탈출하기 위해 작업 고리를 푸는 순간 우주의 공간으로 멀리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이에 코왈스키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우주 유영 장비로 다가가 서로의 우주복을 케이블로 연결하고, 우주왕복선과 가까이 있는 ISS로 이동해서 소유즈를 활용해 지구로 귀환하기로 한다.

그러나 ISS도 우주 쓰레기의 피해를 본 상태로, 코왈스키는 ISS의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로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으로 이동해서 그곳의 우주선을 사용하기로 하고 ISS 복귀하는 도중 제트팩 연료와 산소 부족으로 ISS에 안착하지 못하자, 코왈스키는 라이언 박사라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케이블을 스스로 끊어 우주로 멀어져 간다. 순식간에 벌어진 엄청난 일에도 불구하고 라이언 박사는 간신히 비상 탈출용 소유즈로 피난 후 낙하산과 뒤엉켜있는 소유즈에서 탈출하여 위험에서 벗어난다. 소유즈를 조정하여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으로 발진을 시도하지만, 연료가 없어 자포자기 상태로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라이언 박사. 그때 해치를 열고, 사라졌던 코왈스키가 유령처럼 들어와서 “지상 착륙용 로켓엔진을 쓰면 된다며”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고 힘을 준다.

이것은 사실 라이언 박사가 산소 부족의 환각 상태에서, 평소 코왈스키가 자신에게 수다처럼 해주었던 이야기들을 환상처럼 기억해낸 것들이었다. 용기를 얻은 라이언 박사는 바로 소유즈의 다른 모듈들을 분리하고 지상 착륙용 역분사 로켓 엔진을 이용해 꽤 떨어진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근처로 가서 소화기를 추진력으로 삼아 접근에 성공한다. 그러나 톈궁도 우주 쓰레기에 공격당하여 고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곧 대기권에 진입하는 다급한 상황에서 라이언은 부리나케 귀환선 ‘선저우’를 분리하여 지구로 돌입하고, 가까스로 파월 호수에 낙하한다. 선체로 들어찬 물에 익사할뻔했으나 무거운 우주복을 벗고 수면으로 올라온 라이언은 코왈스키가 얘기한 대로 자신의 두발로 중력 하의 땅을 밟고 삶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간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삶은 중력(Gravity)을 견디며 가는 뜻하지 않은 여정(Unexpected journey)이다!
< 관전 포인트>
A. 영화에서 라이언 박사가 중력이 있는 지구를 벗어나고 싶어 한 이유는?
주인공 라이언 박사는 자신의 어린 딸이 4살 때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 넘어져 사망하자 자신 딸의 목소리와 기억이 있는 곳(삶의 희로애락의 힘이 연결된  중력이 있는 지구)에서 벗어나 아무 소리도 생명에 대한 애착도 없는 곳(중력이 없는 죽음 같은 고요가 있는 우주)으로의 삶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녀는 우주에서의 치열한 생존 과정을 거치며 다시금 “삶’을 위해 우뚝 서는 “재탄생”의 과정을 겪게 된다.

B. 시시한 농담을 수시로 얘기하던 코왈스키에게서 배우는 것은?
평소 NASA와도 시시한 잡담으로 통신하던 우주왕복선 조종사 ‘코왈스키’의 소음을 싫어하던 라이언 박사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극복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코왈스키의 잡담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중국 톈궁 정거장에 복귀하여 연료가 떨어진 것을 알고 지구로의 귀환을 포기하고 있을 때, 별안간 코왈스키가 해치를 열고 들어와(사실은 라이언 박사의 환상)“지상 착륙용 로켓 엔진을 쓰면 된다”라고 타개책을 알려준다. 또한 코왈스키는 라이언에게 “이해해, 여기 얼마나 좋아, 그냥 전원도 꺼버리고, 불도 다 꺼버리고, 그냥 눈을 감고 세상 모두를 잊어버리면 되니까. 여기서 자넬 해칠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안전하지. 내 말은, 왜 사는가야? 아니 산다는 게 뭐지? 자식을 먼저 잃은 것보다 큰 슬픔은 없어.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하고 있는 게 중요한 거야. 가기로 결정했으면 계속 가야 해, 땅에 두발로 딱 버티고 서서 살아가면 돼. 이봐 라이언,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 I get it, it’s nice up here. You could just shut down all the systems, turn down all the lights, just close your eyes and tune out everyone. There’s nobody up here that can hurt you. It’s safe. What’s the point of going on? What’s the point of living? Your kid died, it doesn’t get any rougher than that. It’s still a matter of what you do now. If you decide to go then you just gotta get on with it. Sit back, enjoy the ride, you gotta plant both your feet on the ground and start living life. Hey, Ryan, it’s time to go home)’ 라며 중력이 있는 삶으로서 회귀를 독려하고 라이언 박사는 잃었던 삶에 대한 의지를 회복한다.

C. 라이언 박사와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던 코왈스키가 케이블을 해체하고 사라진 이유는?
위기의 상황에서 ISS 우주 정거장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산소 부족으로 사망하고 다시는 지구로 귀환할 기회조차 잃어버리게 되는데, 이때 코왈스키 자신까지 살려고 하면 둘 다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케이블을 해체하여 우주 속으로 떠나게 된다. 안타까워 절규하는 라이언 박사에게 코왈스키는 “라이언! 보내는 법도 배워야 해!’라며 의미 있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다. 이 말로 라이언 박사는 딸을 자신의 집착에서 풀어내어 하늘나라로 놓아주는 계기로 삼는다.

D. 라이언 박사가 중력(삶)이 있는 세계로 다시 회귀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인 장면은?
라이언은 간신히 홀로 ISS 우주정거장으로 복귀한 후 우주복을 벗고 웅크리고 산소를 흡입하는 장면에서 마치 둥근 우주정거장은 어머니의 자궁이고 산소통의 튜브 파이프는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탯줄처럼 보이게 만듦으로써 라이언 박사가 삶의 여정으로의 새 출발을 암시한다. 또한 구사일생으로 지구의 호수에 불시착하여 해치를 열었을 때 밀어닥치는 바닷물은 양수와도 같았고, 죽음의 찌꺼기 같은 우주복을 벗고 물에 젖어 질척거리는, 삶과 같은 모랫바닥을 딛고 마침내 그 버거운 중력의 무게를 견디며 삶을 향해 다시 우뚝 일어선다.

E. 라이언과 달리 지속해서 중력을 만들어 내던 코왈스키의 철학은?
혼잣말을 하고, 휴스턴을 부르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말이 안 통하는 라이언에게 말을 걸면서 끝까지 관계의 끈(중력)을 놓지 않으려는 시도에서 마침내 그는 라이언 박사를 살리고 그녀에게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사는 용기를 주게 된다. 그는 라이언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우주복에 연결된 케이블을 해체하는 상황에서도 “이번엔 러시아 솔로비요프의 우주유영 기록을 깰 수 있을 것 같고, 내 기록은 오랫동안 깨지지 않을 것 같다.”라고 쾌활한 목소리를 남기며 우주로 떠나간다.

F.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으로 접근이 힘들어지자 라이언이 발휘한 아이디어는?
소유즈를 타고 톈궁 정거장까지는 왔지만 가까이 도킹할 수가 없자 라이언은 소유즈에서 긴급 탈출하여 소화기를 추진력으로 삼아 접근한다. 하지만 소화기 약제가 소진되어 궤도가 약간 빗나가 우주로 날아갈 위험에서, 소화기를 내 던지는 반동으로 날아갈 힘을 상쇄해 제대로 톈궁에 안착하는 패기를 보여준다. 드디어 라이언은” 이제, 내가 보기에는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저 밑으로 수많은 이야기와 함께 성공적으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10분 안에 온몸이 불타 죽던지, 어찌 됐든 어떻게 되든 밑져야 본전이니까! 왜냐하면 어느 쪽이든 멋진 여행이 될 테니까. 난 준비됐어! (Alright the way I see it, there’s only two possible outcomes. Either I make it down there in one piece and I have one hell of a story to tell, or I burn up in the next ten minutes. Either way whichever way, no harm no foul. Cause either way, it’ll be one hell of a ride. I’m ready).”라며  중력의 세계(지구)로 나아간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삶은 중력(Gravity)을 견디며 가는 뜻하지 않은 여정(Unexpected journey)이다!
< 에필로그>
영화<그래비티>는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 천신만고 끝에 지구로 귀환하는 재난극복 이야기지만, 사실은 삶을 포기한 주인공이 새로운 삶(중력)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현재 우리가 사는 소음 가득한 땅에 두발로 딱 버티고 서서, 정해지지 않은 삶의 여정을 향해 나아가는데 큰 용기를 주고 있다. 가끔은 고요하고 적막하게 혼자가 되고 싶을 때가 있지만, 외로움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버티기 힘든 순간일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가 전해주는 위안이 아닌 자신을 향한 응원을 통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어 자기 삶의 여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