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칼럼] 대한민국 OECD 국가 중 1위?
하지만 증가되는 자살자 수에 비해 그 심각성은 그리 높지 않다. 전쟁이나 테러로 죽는 사람과 범죄로 죽는 사람의 수를 합한 것보다 자살자의 수가 많다. 게다가 그 수치는 매년 갱신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전보다 풍요로워지고 생활환경이 나아지면 삶의 행복이나 만족도는 높아져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왜 유독 대한민국은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는 걸까?
그 이유는 인간의 행복이란 많은 돈, 높은 평수의 아파트, 다량의 식량 보유 등과 같은 객관적 지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은 기대치에 좌우된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그 기대가 충족되면 행복하다고 느끼고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불행하다고 여긴다. 문제는 대한민국은 아파트 평수, 월 급여, 자동차 소유, 예금액 잔고 등과 같은 객관적 지표의 기대치에 행복을 느낀다. 남들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좋은 것을 먹고 누리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이나 유럽 국가는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갖고, 사회적 약자를 도우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주관적 지표에 행복의 기준을 적용한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인천국제공항에 가면 여행객들 속에서 유난히 알록달록한 등산복이 눈이 띈다. 특히 단체 여행객들은 마치 서로 맞춘 듯 등산복 일색이다. 여행지에서 즐겨 입다보니 등산복을 입은 건 한국인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들이 가는 곳은 트레킹 코스가 아닌 다운타운, 미술관, 박물관, 오페라 하우스다. 급기야 한 여행사는 등산복을 자제해 달라는 문자를 고객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왜 하필 등산복일까? 등산복은 원래 선진국에서 수요가 집중되는 품목이다. 고기능성의 첨단소재로 생산되기 때문에 일반의류보다 고가다. 고가의 여가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효과적 수단이므로 여기서 비교우위에서 지면 불행해진다. 여행을 마친 후 여행객들은 오르세 미술관의 그림 이야기보다는 옆집 엄마가 입은 옷에 대해 반응한다. “내 옷보다 천이 한결 부드러웠어, 썩을 년!”
지금 대한민국은 과거에 비해 수천 배 이상의 경제적 힘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수천 배만큼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수천 배 이상의 힘을 얻는 데 뛰어난 소질이 있으나, 그 힘을 행복으로 전환할 줄 모른다.
얼마 전 로또 1등에 당첨돼 한때 19억 원이라는 거액을 손에 쥐었던 남성이 8개월 만에 돈을 모두 탕진하고 10여 년간 좀도둑 신세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던 중 최근 또 범행하다 붙잡혔다. 그는 경찰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처벌받고 나오면 반드시 새사람이 되겠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사람이 바뀌지 않음을. 결국 이 사람의 말과 행동이 행복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단상은 아닐까…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 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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