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다른 계층의 관심사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살면서 누구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중요함을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신입사원에서 CEO에 이르기까지 다른 계층의 주요 관심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개 자신 업무에 몰입되다 보니 상대의 관심사는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과연 당신은 진정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있는가? 곱씹어 볼 대목이다.


   대학원 수업에서 교육생들이 속해 있는 조직에서 CEO, 임원, 팀장, 사원으로 나누어 인터뷰나 조사를 통해 그들의 니즈와 이슈를 사전에 파악케 한 다음 토론했다. 처음에는 다들 왜 다른 계층의 니즈와 이슈를 파악해야 하는지 궁금해했다. 조직은 성과를 달성하는 유기체이다. 이 유기체가 잘 돌아가게 하려면 구성원들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이를 진정으로 공감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상호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생 중에는 CEO, 임원, 팀장, 실무자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그들은 인터뷰 등을 통해 회사의 계층별 관심사항을 파악했다. 피상적으로 알던 내용을 직접 물어보면서 다른 계층에 대한 생생한 정보와 자료를 알게 되었다. 이는 매우 가치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계층별 토론 내용이다.

  #CEO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는 직원을 원한다.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성장하는 직원이 절실하다. ▪어떻게 하면 이익을 더 좋게 할 수 있을까? ▪조직문화 환경개선에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며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일 할 수 있을까? ▪사회적 책임 기업으로서 지속 성장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 및 매출 증대 ▪후계자 양성 ▪노사 안정 등

 #임원

 ▪맡은 업무를 책임감 있게 처리하는 팀장을 필요로 함 ▪적극적인 자세로 솔선수범하는 직원이길 바람 ▪본인을 인정해주는 CEO이길 바람 ▪퇴사하는 직원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조직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어떻게 하면 타 업체보다 더 유리한 가격경쟁력을 끌어낼 수 있는가?▪건강관리와 노후 설계▪존경받는 리더 등

  #팀장

 ▪임기제 경영진이 뜬 구름을 잡고 있다. ▪구성원에 대한 인기영합 정책으로 성장 동력을 훼손하고 있다. ▪신입사원과 관계 설정 및 리더십 발휘가 어렵다. ▪상사와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업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활동 찾기▪명확하게 업무의 방향을 잡아주고 시간을 조절해 주는 상사가 요구됨▪ 상사든 팀원이든 애매한 부분은 사전에 자신과 상의를 해 주면 좋겠다. ▪승진과 가정의 안정 등

 #사원

 ▪꾸준한 급여 상승 및 직무능력에 대한 회사의 인정▪결혼 후에도 경력단절이 아닌 지속적 직장생활 ▪자신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상사가 절실함 ▪공사 구분이 명확하고 업무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주는 상사가 되어주길 바람 ▪회사 업무에 대한 교육이 직급에 맞춰 필요 ▪워라벨 ▪생계수단이 아닌 가치관과 일을 일치시켜 적정한 일을 하고 싶다. ▪현재 팀장들이 몇 년 후 과연 나의 롤 모델인가? 등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의 다른 계층 니즈와 이슈를 파악해 봤으면 한다. 다른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 부하직원 본인의 문제를 초점으로 조직 내 상사 주도로 일대일 면담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부하직원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하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상사가 도와줘야 한다. 전문적 업무와 관련한 인텔의 좋은 사례가 있다.

  인텔의 CEO 앤드루 그로브는 <High Output Management>라는 책에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화두를 던졌다. 인텔의 관리원칙 중 하나는 관리자와 직원 간 일대일 면담이다. 그는 이 일대일 면담이 인텔이 아닌 다른 기업에서는 아주 드물다고 언급했다. 인텔에서는 상사와 부하직원 간 일대일 면담은 두 사람 간 업무관계를 유지시키는 기본 방법이다. 이의 주요 목적은 상호 학습과 정보 교환이다.

   인텔에서는 일대일 면담을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는 직속 부하직원과 적어도 한 시간 이상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면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2주 1회지만, 직원의 업무 성숙도에 따라 면담 횟수를 조정할 수 있다. 특기 사항은 일대일 면담은 부하직원 주도 회의라는 점이다. 즉 부하직원이 설정한 의제와 기조에 따라 진행되므로 부하직원이 회의를 준비하는 것이다.

  일대일 면담에서 상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상황을 파악하고 코치의 역할을 맡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조언이 일품이다. 그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상사라면 본인의 문제를 부하 직원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 상사는 부하직원들이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안다”라고 했다. 일대일 면담 시 팁으로 부하직원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했다고 생각되더라도 상사는 질문을 하나 더 하라는 것이다. 즉 문제의 밑바닥까지 모두 다루었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

  다른 계층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업무적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노력은 업무 성과를 증진시키는 지름길이다. 유기체로 돌아가는 조직에서 나는 어떤 노력을 했는가? 오늘 생각해 볼 일이다. 조직은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곳이 아니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