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총무와 여섯 단계 분리법칙 (six degrees of separation)
(101-30) 동호회 총무와 여섯 단계 분리법칙 (six degrees of separation)



1967년에는 하버드 심리학자인 스텐리 밀그램(Stanley Milgram) 교수가 ‘좁은 세상 실험(small world experiment)’을 해 여섯 단계 분리 주장을 검증하는 데 도전했다. 그는 일종의 연쇄 편지 형식의 소포를 네브래스카 주의 오마하에 살고 있는 160명에게 무작위로 보냈다. 그 소포에는 보스턴에서 일하는 한 증권 중개인의 이름이 들어 있었는데, 이 소포를 받은 사람들에게 소포를 중개인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소포를 받은 사람은 자기 생각에 중개인과 더 가까운 위치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계속 소포를 보내면서 이 소포는 미국 전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됐다. 마침내 그 중개인에게 도착한 소포 중 절반 정도는 여섯 단계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 이후에도 심리학자, 사회학자, 수학자들은 이에 대해 많은 도전을 했다. 연결 짓기 콘셉트는 미국의 극작가인 존 그웨어(John Guare)에 의해 1990년에 〈식스 디그리스 오브 세퍼레이션(six degrees of separation)〉이라는 제목의 연극이 됐고, 1993년에는 영화로도 상영됐다. 그래서 이 법칙을 ‘여섯 단계 분리 법칙(six degrees of separation)’이라고 부른다. 정말 세상은 넓고도 좁다. 2007년에는 쥬어 레스코벡(Jure Leskovec)과 에릭 호로비츠(Eric Horovitz)가 2억 4,000만 명을 오가는 MSN 인스턴트 메시지의 대화로 구성된 300만 개 데이터를 조사했는데 중간 매개인 경로 길이(path length)가 평균 6.6으로 나왔다. 트위터를 상대로 조사를 했더니 평균 경로 길이는 좀 더 짧아 4.67로 나왔다. 이처럼 미디어에 따라 매개인 숫자는 약간씩 달라지지만 서로를 연결하는 숫자가 생각 밖으로 적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 중에서)



아마 이 법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은 바로 총무들일 것이다. 우리 말로 ‘아무리 까불어 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건 내 손바닥이 부처님처럼 커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한 두군데만 물어봐도 알고자 하는 사람의 신상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에다 혈연, 지연, 학연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경로가 짧아서 3.6명이라는 조사도 있다. 나와 우리나라에 있는 그 누군가를 연결하려면 3.6명 정도만 거쳐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연결지수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끼리 더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소위 ‘코드’가 맞지 않으면 100명을 거쳐도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단순히 몇 명을 거치면 누구든 만날 수 있다는 피상적 사실보다는 한 명을 알더라도 제대로 깊이 있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어디서든 착하게 살고, 헤어질 때도 감정상하며 헤어지지 말라고 한다.



나도 경제경영서 저자모임 (BBC, Business Book Writers club)의 총무를 하면서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었다. 책 몇 권 썼다니까, 사람들은 나에게 ‘책을 어떻게 쓸까?’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리고 책을 어떻게 내야 할 지에 질문도 받는다. 그리고 BBC에서 저자와 독자간의 대화 시간을 갖는 ‘독자와 모임’을 주관하다보니 출판사 사장님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알게 된 잠재 저자와 출판사 사장님을 연결해서 책을 내게 된 사람들이 서너명 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책이나 무역분야에서는 내가 다른 사람과 연결될 단계는 비교적 짧은 편일 것이다. 아, 고등학교 선후배간도 그런 편에 속할 수 있겠다. 동기회 모임의 총무를 보기도 했지만, 15,000부 가량 발간되는 동창회보의 편집총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과 연결거리가 짧다는 것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상당히 편한 면이 많이 있다. 왜냐하면 모든 일이란 자고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편익을 받으려면 가급적 총무하기를 이 글의 독자들에게 적극 권하는 바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