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비즈니스] 평양에 남북경제아카데미 설립
(110-110) 남북교역과 경제아카데미

남북이 경협이 시작되면 금융을 포함해서 경제의 방식에 큰 전환이 이루어진다. 유형의 상품은 물론이고 무형의 디지털 상품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의 장소 및 방식에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북한 경제 변화 방식으로 베트남 모델, 중국 모델, 남한 모델 등등의 거론되지만, 정작 북한 모델의 희미한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다. 자칫하면 중국처럼 일부만 권력을 차지하고, 조금 더 많은 계층만 돈을 벌고 나머지는 개방 이전과 다름이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더 나쁜 케이스는 러시아이다. 돈과 권력이 개방이전 공산당 주요 권력자들이 모두 독차지하고, 국민은 더 가난해진 최악의 케이스이다. 최선의 케이스는 북한도 남한처럼 경제와 민주주의를 모두 이루는 경우이다. 적어도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되지 않기 위하여 준비해야 한다. 이를 이루기 위하여는 북한 모델을 개발하고 실행하기 위한 ‘남북 경제 아카데미’가 필요하다.



가치체계의 지리적 단절, 연장 그리고 변화

우선 경제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생산과 소비의 영역이 확장된다. 북한 생산품, 서비스가 남한에서 소비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이제 남한은 대륙으로부터의 단절이 해소되고, 북한은 세계 경제로부터의 소외가 해소된다.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의 새로운 지리는 지속적으로 창출될 것이다. 한반도 내에서 경제적 관계의 연장과 심화를 수반한 연결성에 거대한 전환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급증하는 상호 연결성만큼 서로의 제도나 경제 사상의 개방성이 높아질지는 크게 의심된다. 늘 사람의 생각은 제도나 시대 흐름에 뒤처지기 때문이다. 피터 디켄 (PeterDicken)이 쓴 “세계 경제 공간의 변동”에서 세계화하는 과정은 단일의 글로벌 지리라기 보다는 다중의 지리에 반영되고, 이 다중의 지리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즉, ‘온갖 종류의 방식으로 서로 마주치는 국지와 글로벌의 집합’이라고 한다. 이는 남북 경제 통합도 같은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한반도적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 다음의 결합으로 응용할 수  있다.

– 국지화하는 경제 : 남북한 경제가 진전됨에 따라 지리적 팽창은 고사하고 오히려

현재의 지역을 한계로 축소되는 경제 (예:지역축제들 중 다수)

– 지역화하는 경제 : 남북 통합과 관계없이 현재의 남한 또는 북한의 영향 영역을

유지하는 경제 영역 (예 : 소규모 서비스 산업 영역)

– 한반도화하는 경제 : 남북한 경계가 풀리면서 한반도 전 지역으로 유통, 생산,

소비의 한계를 넓혀가는 경제 (예: 다수의 2차 산업에 속하는 경제)

– 국제화하는 경제 : 남북한의 운송 및 제조업의 협업이 가능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될 2차 산업, 4차 산업 영역 (예: 노동집약적 조선, 섬유,

ICT 산업, 소프트웨어 산업 등)

한반도 경제 통합은 필연적인 최종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시간과 공간에서 매우 불균하게 작동하는 과정의 복잡하고도 확정되지 않으며, 그 이후로도 지속된다. 이는 한반도 내부만의 문제가 아닌 필연적으로 상호 영향을 주는 동북아 정치·경제는 물론이고 아시아, 태평양, 글로벌 경제와도 연관이 깊다. 단순하게 남북한이 한반도 내에서 뭉쳐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겪게 될 아주 심각하고 역동력 있는 새로운 도전임을 숙지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경제 성장 실패 예방

남북한이 경제협력을 하면, 이는 곧 북한 경제의 세계화로의 개방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북한 경제는 곧바로 세계적인 경쟁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발발하게 된 이유는 중국 자신의 시장은 닫아놓고, 세계 시장은 개방하라고 하는 억지를 부렸기 때문이다. 사실 남한은 그렇게 해서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은 남한이 아니며, 시대적 상황도 달라졌다. 남한이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훌륭하게 성장하는 데는 남한만의 특성과 시대적 경제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적인 특성

– 교육열이나 국민 교육의 수준인 60년대 초 이미 중진국이상의 수준이었다.

–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반대할 만한 세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 권력자의 재산의 해외 도피가 없었다.

– 자원이 너무 빈약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 일제의 수탈과 전쟁으로 산업이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다.



시대적 세계 경제 상황

– 한국이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걸 당시에는 수출로 경제 발전하자는 나라가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소수국가였고, 나머지 대다수는 중남미등은 내수 대체 위주였다.

– 공산권. 자본주의권이 나뉘어 서로 경계하며 자기 범위 내에서만 보호하며 살았다

– 선진국들의 수입할 만한 경제적 여력들이 충분히 있었고 불균형적 교역을 용인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비록 북한이 매우 열악한 상태에서 출발함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와 같은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극단적인 불균형적 시장개방은 용납되지 않는다. 자칫하면 북한의 자기의 시장은 개방했지만, 들고나가서 해외에 팔 물건이 없어 순식간에 경제가 붕괴되는 상태가 올 수도 있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경제 관료들의 무책임, 무경험과 부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장개방이 곧 경제성장과 발전을 가져온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중국의 사례처럼 민주주의와 인권의 향상이 온다는 보장도 없다. 남북경협이 오히려 북한의 정치적 퇴보와 경제적 악화를 예방하기 위하여 경제학자와 기업가를 키워야 한다.



남북경제아카데미 설립계획

인원 선발은 철저한 실력과 평판 위주로 해야 한다. 특히 중요시할 대목은 외국어 실력을 비롯한 세계적 흐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다. 과학발전이 불러올 미래에 대한 비전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야 한다. 인원은 남북한 관계없이 뽑고, 지역적 안배없이 순수하게 시험과 평판으로만 선발한다. 아카데미는 평양에 설립하여, 북한 경제의 흐름과 발전을 파악하면서 오류를 가능한 한 빨리 줄이면서 성장의 방향이 틀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교과목도 중요하지만, 수시로 해외 경제 견학을 나가면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편중된 이념이 아닌 온전히 성과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교과목이나 실행 실습해야 한다. 모의 투자를 위한 약간의 투자금을 수업기간 중 주는 것도 고려하겠다. 아카데미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남북한 정부에서 보조를 받되, 될수록이면 글로벌 기업의 도움을 받겠다. 그리고 수료 전까지 그 기업들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하겠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