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와 말뚝
고추는 열대지방 원산지의 재배작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전후로 들어왔다
원래 더운 나라에서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살이가 된다
서리 내리면 얼어죽기 때문에
늦가을엔 고추잎이나 이삭고추를 따느라 바쁘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고추를 기른 적이 있는데
3-4년까지 키워봤는데 굵기가 어른 손목만하고
키가 일미터는 되며 고추가 많이 열렸다

고추는 모종을 사다가 심는다
보통 4월이 되면 한뼘도 안되는 고추모를 사서 심는다
고추모를 심고 나서는 꼭 고추말뚝을 박아야 한다
보통은 시누대라고 하는 작은 대나무를 박지만
여러번 쓰려면 아예 나무말뚝을 준비하거나 사진처럼 쇠파이프를 박기도 한다
가녀린 고추모에 투막한 말뚝을 막는 것이 조금은 이상하고 안쓰럽지만
고추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이면 잘 안다

처음에는 가날퍼서 흐느적거리던 고추모종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크고
얼마 뒤면 고추말뚝과 키가 같아지더니
나중에는 고추말뚝쯤은 장난감처럼 고추모가 커진다
고추서리를 할 때 쯤에는 고추말뚝은 아예 보이지를 않고
고추그루만 보인다

사람도 그렇다
청출어람이란 고사성어에서 배웠듯이
선생은 고추말뚝이고 제자는 고추그루이다
그렇다고 고추말뚝이 고추그루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고추말뚝은 고추말뚝의 역할을 다할 뿐이다

사랑도 그렇다
상대방 그늘에 가려
빛을 못보고 시들시들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참다운 사랑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아무 대가 없이
나 온몸과 마음으로 정성껏
고추말뚝이 되리라
고추야 !
힘들지?
나에게 기대고 무럭무럭 잘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