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62) 남북교역 : 의류 위탁생산
[북한 비즈니스] 의류 위탁생산의 사업성
2018년 7월 패션산업연구원은 ‘남북 상생발전을 위한 섬유패션산업의 협력 전략’에 관한 세미나를 국회의원 세미나실에서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 KIET (산업연구원)의 박훈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외 개혁·개방의 진전으로 UN의 대북 재제가 완화될 경우 북한의 수출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회복 및 남한의 가격경쟁력 개선을 통한 수출증대가 가능하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행방안으로 평양·남포지역에 남한의 SPA 브랜드 및 글로벌의류수출기업 등의 유치를 통해 수출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섬유패션산업 수출자유구역 조성을 조성하고, 남한의 유휴설비 이전을 통한 북한 방직공업의 생산기반 재건을 통해 북한 의류업체들에게 섬유 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여건 마련할 수 있다. 또한 평양에 섬유기술 협력사무소 개설을 통해 기술협력 기반 구축, 북한 섬유업체와의 기술교류, 기술이전, 투자프로젝트 개발이 바람직하다. 개성공단은 남한 패션브랜드들의 다품종·소량 생산기지로 전환하고, 의류 생산에 필요한 섬유소재 분야의 집적화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이처럼 북한을 단순히 남한의 생산기지화하는 단계를 넘어서 남북한 패션산업의 공동 발전을 위하여 섬유패션산업 수출자유구역을 비롯한 평양·남포 주변에서 생산되는 의류 및 직물의 품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남포에 염색 가공단지 조성할 것을 제안하였다. 아울러 남한의 구미, 울산 등지에서의 합섬원료 조달이 가능하도록 함흥지역에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화학섬유 산업단지 설립하는 아이디어도 제시하였다.

북한에서의 의류 위탁가공 생산은 이미 개성공단의 사례를 통하여 충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개성공단 내 섬유패션산업의 과거 현황을 보면 근로자 수, 1인당 평균임금, 연령대, 기업 규모 등에서 남한 대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금도 북한은 중국 기업의 하청을 받아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대외 경제제재 때문에 공식적으로 드러내놓고 하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산(Made in China) 원산지를 달고 있는 의류 제품의 대다수는 사실 북한산(Made in North Korea)일 수 있다. 중국의 기업들은 전 세계로부터 의류 주문을 받아 단둥에 있는 중국 의류 공급업체를 통하여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의류는 중국산으로 둔갑해 미국, 유럽, 일본, 한국, 캐나다 그리고 러시아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된다는 것이다. KOTRA의 자료에 의하면 북한 섬유 산업은 원유·석유산업 다음으로 규모가 큰 수출 산업의 위치로 올랐다. 2016년 북한의 섬유 산업 수출액은 7억5,2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같은 시기 북한의 전체 수출액은 28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섬유 산업이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이나 된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기만 하면 가장 먼저 진행될 수 있는 산업 분야가 의류 위탁 생산이다.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까지도 북한에서의 위탁생산은 단순 위탁에 불과했다. 남한에서 의류 원부자재를 보내면 이를 단순 가공하는 공정을 위탁했을 뿐이다. 왜냐하면 붃한에서 화학섬유 생산 등이 원부자재 공급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열악한 물류 현황을 감안하여 남포, 청진, 신의주 등으로 원부자재를 남한에서 전량 보내야 한다. 특히 남한의 의류 원부자재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첨단 소재 생산이 활발하기 때문에, 북한에서의 의류 생산이라고 해서 입는 옷만 생산할 필요는 없다. 최첨단 스포츠 의류, 주변의 환경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안전의류, 자체 발광하는 야간용 의류 등도 얼마든지 생산이 가능하다. 규모에 따라 생산 기간이 틀리겠지만, 대체로 원부자재 공급 후 제품 반입까지 대략 60일 정도 예상한다면 남한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약 보름 정도의 기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작업하면 충분할 듯하다. 문제는 북한의 파트너가 납기와 품질에 대한 관점이 얼마나 높아졌을지가 관건이다. 2010년 천안함 이후 대북 교역 금지조치 이전까지 경험했던 남북경협 경험자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사회주의 마인드에 젖어서 ‘이익과 비용 개념’이 매우 희박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고, 또한 운송에서 하루면 올 거리를 1주일 이상 걸려 납기를 놓쳤다는 사례도 많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북한의 경제개방이 된다 하더라도 인적 교류가 활발하도록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이전처럼 남한 기술자나 기업인의 북한 출입에 제약을 둔다면 현지 기술 교육을 실시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도 샘플 및 도면 등 견본 제공과 작업 지시만으로 정확한 제품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