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비즈니스] 부동산 개발업의 사업성 검토
(110-54) 남북교역 : 부동산 개발업



평양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사진들이 많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는 것은 남한의 아파트에 비하여 그리 편리하지 않다. 게다가 평양 이외의 도시에서는 아파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꼭 아파트가 아니어도 집의 구조가 오래되고 낡은 집들이 많다. 우리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아파트가 많이 세워진 것을 돌이켜 보면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면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은 분명하다.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 사업성이 있을 듯도 하다.

북한에서 주택시장은 공급이 절대 부족인 상황이므로 공급독점구조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북한 정부 당국만이 주택을 지어서 주민들에게 분배할 수 있다. 그런데 정은이 경상대 교수의 “북한 부동산 개발업자의 등장과 함의에 관한 분석‘에 의하면 최근 북한에서도 ‘부동산 개발업자’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시장에서 자재와 노동력을 조달해 아파트를 건설해 판매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철거’라는 수단을 통해 그 일대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공터에 집을 짓는 편이 법적 절차나 비용 등의 측면에서 용이함에도 개발업자가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철거’라는 복잡한 방법을 택하는 것은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북한에서도 싹트고 있다는 사실은 부동산개발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함축한다. 북한의 부동산 개발업자는 국가 기관과 손을 잡고 사업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 기관기업소는 건설주로서 토지허가 문제에서 아파트 건설을 위한 행정⋅법적 절차 문제 등을 해결하고, 나머지 자재 등 물질적인 부문은 개인 돈주를 모집하여 해결한다. 이때 기관⋅기업소는 최대한 계획 메커니즘도 활용한 다. 예를 들어 평양출신 탈북자 D씨에 의하면, 평양기계공업총국은 선교구역에 입지를 정하고 아파트 건설계획을 세워 당국으로부터 주택건설을 승인받는다. 이때 평양기계공업총국은 노동력(종업원)뿐만 아니라 강철을 가지고 기계제작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기업소 자체로 상하수도관 등 각종 관(管)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주택을 지을 명분을 마련했다. 나머지 철근, 시멘트, 모래 등 자재 조달은 ‘돈주’에 맡기고 후에 아파트가 완공되면 돈주의 자금 기여도에 따라 아파트를 분배하기로 내부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각 부문에서 자재 조달을 맡은 돈주는 일종의 자재상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계획경제에서 자재지도원이 했던 역할을 중계인(브로커)이 하는 것이다. 한 번에 여러 계층으로 얽힌 건설과 관련된 ‘돈주’들은 자기 재산이 직접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동시에 산출물이 곧 본인들의 집이 되므로 이들은 자연스럽게 건설감독관이 된다.

특이한 점은 북한에도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 수요가 늘어 남한처럼 장소와 구조가 좋으면 선분양도 가능하다. 선분양이 가능하다면 건설주가 전체 자금을 일시에 투자하지 않고, 일부만 보유하고 있으면, 나머지 자금은 입주 예정자의 선금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어쨌든 북한에서 부동산개발업자가 부지를 확보하는 방법은 정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세 가지이다. 첫째, 일반 공터다. 이는 기관 또는 기관의 이름을 빌린 개인이 국토부의 승인을 얻어 문건을 작성하고, 이 문건을 다시 시 인민위원회로 올려보내면 위원장이 승인하고 다시 국토부로 하달하면 토지이용허가증이 나온다. 둘째, 기관⋅기업소의 부지다. 최근 공장기업소의 가동률 저하와 함께 이용되지 못한 부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부지가 최근 공장지배인과의 모종의 거래를 통해 주택건설에 활용되고 있다. 셋째, 철거다. 이는 기존 건물이나 살림집을 철거하고 이곳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건설주가 원주민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해야 하고, 이에 따른 보상도 책임져야 하므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절차가 번거로운 만큼 거론되는 문제도 많아 향후 법적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많아 상대적으로 접근 장벽이 높다. 그러나 상기 세 가지 방식 중 ‘철거’는 건설주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집을 허물고 다시 그 자리에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것은 빈 공간에 건설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철거민에 대한 보상과 협상이 성립되어야만 가능하다. 반면에 철거지역은 이미 주변에 인프라 및 편의시설이 구비된 주거지구여서 투자자는 향후 아파트가 판매되지 않을 압력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다. 오히려 입지가 좋아 더 빨리 더 비싸게 팔 수 있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까지 보면 이런 방식의 부동산 개발이 주로 평양에 집중되어 있고, 일부 신의주에서 시행되는 정도이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개발되면 부동산 수요은 북한 전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우선 5개의 경제특구 지역과 19개의 경제개발구 지역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에는 남한의 기업가, 북한 파견 직원, 제3국 기업의 수요와 북한 신흥 상류층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문제는 북한은 토지 소유는 정부에서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토지 사용권을 얼마나 오랫동안 인정해줄지, 그리고 안정적으로 현재의 제도를 유지할지는 상당한 리스크가 동반한다.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하여 북한의 사업 파트너로 될수록 여러 명의 돈주를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의 토지 관련법에 능통하면서 다수의 관련 분야의 관료들과 협력하여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