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34) 남북교역 : 다방

남한 사회에서 대단히 훌륭한 서비스와 상품을 갖고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외국 상품 때문에 몰락당한 사례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다방’을 첫째로 들겠다. 우선 상품의 구색으로 보면 커피는 물론 쌍화차, 완숙 또는 반숙된 달걀, 거기에 더해서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커피 한 숟갈 설탕 반 숟갈, 프림 한 숟갈을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의 커피숍도 소비자는 여러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아메리카노, 예가체프 아메리카노, 케냐AAA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 하지만 거기에는 서비스하는 사람의 인간미가 없다. 심지어는 기계와 마주하며 주문해야 한다. 아마 전 세계의 커피숍에서 기계로 주문하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다. 반면에 ‘다방’은 훨씬 인간적이다. 심지어는 내가 아무리 못난이라도 커피를 주문하기만 하면, 커피를 주는 사람이 나에게 웃어준다. 그런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커피 문화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물론 커피 맛도 중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커피의 역사는 커피 맛의 역사가 아니라, 커피를 매개로 한 사람과  만남의 역사이다. 늘 카페는 토론의 장이었다. 남북이 다시 왕래한다면, 북한에 정말 사람 냄새나는 ‘다방’을 차리고 싶다.

커피는 세계 물류에서 원유 다음으로 물동량이 많은 품목이다. 그리고 여전히 커피 사업은 사업성 좋은 성장산업이다. 김민주가 쓴 『커피경제학』이라는 책이 있다. ‘커피’라는 프리즘으로 이 세상 경제학, 경영학, 정치사회학을 들여다본 책으로, 커피 한 잔에 숨겨진 경제의 비밀을 소개한다. 커피는 재배, 가공, 서비스, 소멸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그때마다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효자 상품으로 각광받는다. 또 상상력과 창의력을 북돋아 생산성을 올리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세상의 거의 모든 경제학, 경영학 법칙은 커피에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커피란 음료는 여러모로 재미있다. 그리고 앞으로 북한이 개방되면 커피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2018년 아직 북한의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지금도 북한 주민들은 커피 맛에 빠져있다. 2000년대 초반 ‘고난의 행군’을 벗어난 지 불과 10여 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커피를 마시는 북한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외출을 할 때 가방 속에 일부러 봉지 커피 몇 개씩 챙겨서 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손님과 만나는 장소에서 봉지 커피를 내놓아야 돈과 권력이 있음을 인정받게 될 정도가 되었다. 커피숍을 차리면 몇 년전에 스타벅스가 남한의 다방을 몰아내면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북한 사회에 ‘할리스’ 같은 커피 전문점을 차리면 돈을 긁어모을 것이 분명하다. 우선 평양의 주요 거리에 ‘북한식 다방’을 열고, 차차 프랜차이즈나 직영점을 넓혀가면 된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전국에 찻집과 음료수 상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그런 곳에서 커피도 팔고 있다. 그러나 찻집이나 음료수 상점들에서 파는 커피는 값이 너무도 비싸 돈 많은 사람들도 잘 찾지 않는다고 한다. 이때가 기회다. 아직은 커피가 외화를 쓰는 수입상품이기에 통제를 받겠지만, 경제 개방했을 때도 커피 수입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또 남북경협으로 북한 주민들이 풍족해지기 시작하면 커피 수요는 늘게 되어 있다. 커피숍을 차릴 수만 있으면 된다. 장소는 북한의 부동산을 구할 수 있는 동업자에게 내라 하고, 커피, 설비 그리고 운영 노하우는 남한 투자자가 제공하는 식의 협업도 좋다. 지금 남한에는 새로 들어서는 매장은 커피숍이 대부분이다. 북한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커피숍은 북한 보위부의 감시를 많이 받게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면서 ‘공론의 장’을 형성한다. 서양의 역사를 보면 카페에서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며 사고와 제도의 발전이 일어났다. 커피 숍은 제3의 장소로서 문화 공간적 의미가 중요하다. ‘제3의 장소’로서 커피숍은 집도 아니고 직장도 아닌 장소이며 사람들이 만나 부담 없이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어울리던 교류의 공간이다. 폐쇄적이고 상호 감시하는 공산사회에서 이런 공간을 그냥 자유스럽게 남겨 놓을 리가 없다. 늘 보위부 감시 요원이 상주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이 점을 감안해서 ‘북한 다방의 인테리어’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보위부의 감시에 너무 주눅들 필요는 없다. 이미 70여 년간 그렇게 살아온 북한 주민들을 스스로 보호하는 방법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의 대화 톤은 남한 중부 사람들보다 높다. 경상도나 전라도 사람들 만큼이나 목소리 톤이 높다고 한다. 이 점도 감안해서 실내에서 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가구 배치와 시설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의 식사량이 남한 사람들보다 크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커피잔도 남한처럼 야박하게 작게 하지 말고, 넉넉히 리필도 제공해도 될 듯하다. 다방의 중요한 원가 요소인 임대료와 인건비가 쌀 테니까.
[남북교역] 북한에서 다방의 사업성 분석 및 방향 설정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