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경제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아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의 파도를 타고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선점한 구글과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들이 국가 간 경계를 허무는 초제국주의를 실현시키고 있다. 여기서 전통적 강대국들은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한국은 어떤 선택과 준비를 해야 할까?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은 AI,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과 같은 기술발전과 물리적 투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산업구조부터 기업의 경영방식, 삶의 방향과 개인생각까지 총체적으로 바꿔야 한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모조리 버리고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함을 의미한다.

선도기업은 ‘퍼스트 펭귄’을 지향한다. 이는 위험한 바다로 가장 먼저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을 뜻하며 도전과 용기, 그 결과로 얻어지는 성취 이상의 내용을 포함한다. 한국 기업은 보유한 강점과 자산,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롭고 위험한 길로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의 정신과 실천이 필요하다. 세상의 변화를 따라 경쟁의 울타리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크든 작든 남들이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에 집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화적 전략 수립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네이버는 공식적인 전략기획 부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전략을 수립할 때는 개별 사업부에서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스스로 알아서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전략을 수립하고 계획하는 전담부서가 없다. 그 대신 회사의 커다란 방향이 정해지면 다소 치밀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행동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지속적으로 대응해나간다.

아시아 기업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도 아이디어의 빠른 실행을 강조한다. 한 직원이 새벽 2시에 보고서를 마 회장에게 보냈는데 20분도 안돼서 ‘이 부분을 고치고 바로 실행하라’는 메일을 회신한다. 기병대 같은 신속한 실행력으로 10년간 시총 규모가 37배 수직상승, 지난해 급기야 삼성전자 시총을 넘어섰다.

한국 기업의 99.99%는 핵심성과지표(KPI)나 평가등급제와 같은 인사평가 제도를 활용한다. 수우미양가로 성과의 순위를 정하고 목표달성 여부만 평가한다. 그 속엔 자율성이란 찾을 수 없다. GE,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선도기업은 KPI 대신 구성원 상호 간 비공식적인 리뷰를 통해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피드백 방법을 사용한다. 전통적인 교육은 모두 폐지 또는 축소하고 일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한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다른 부서로 전직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각 부서들은 스스로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주어진다.

대다수 한국기업들은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그대로 그리는 1차원적 모방에 멈춰 있다. 자율성이 없이 KPI로만 평가받으니 이들에게 추가적인 생각이나 창의력은 사치일 뿐이다. 하지만 자율성이 부여되면 고양이를 보고 사자를 그린다. 즉 베끼는 수준을 넘어 기존의 것을 발전시켜 재창조함으로써 차별화해나간다.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