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을 오래 한 아내는 직장에서 한국기업을 담당하고 있다.

직장 내 회식자리에서 동료들은 아내에게 한국어로 말하는 모습이 듣고 싶다고 할 때면 북한의 아나운서 흉내를 내준다. 한국 드라마에서 듣던 억양에 익숙한 동료들은 북한언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며 3개 국어(일본어, 한국어, 북한어)를 완벽하게 한다며 아내를 치켜세운다.

한국과 북한은 같은 민족이라며 역사적 배경을 얘기하며 시아버지가 평양사람이라고 하면 남편이 혼혈인이라 생각한다.(나의 어머니는 서울출신이며 아버지는 해방 후 한국전쟁이 나기 전 대동강을 헤엄쳐 38선을 넘어 월남했다.)

보통의 일본인들은 한국과 북한을 각각의 국가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에서 나는 혼혈인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그의 신상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한국인들은 그런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좋은 창구다.

가끔 북한 출장을 다녀온 얘기며 일상에서 만난 북한시민들의 소소한 얘기를 들려주면 매우 흥미롭게 경청한다.

그 동안 “북한=잔혹한 독재국가” 이미지였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비춰진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기에 더욱 궁금해한다.



남북관계를 역사교과서적으로 설명하기보단 “냉면”얘기로 풀어나가면 그들도 무릎을 친다.

평양냉면과 함흠냉면의 차이, 정상회담에서 김위원장이 직접 냉면을 공수해온 사실. 한반도의 김치문화 등을 얘기하다 보면 남북의 여러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한반도의 역사로 볼 때 한국은 곧 통일이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바이크를 타고 파리의 에펠탑까지 가는 게 꿈이라며 너스레를 떨면 부러워하며 그들도 한국에서 출발하는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일주를 하고 싶어 한다.



섬 아닌 섬나라 한국과 진짜 섬나라 일본. 죽기 전에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