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은 진화의 틀을 심리학에 적용하는 파라다임입니다.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그 아래 다양한 이론이 있는 파라다임입니다. 진화심리학의 틀로 제시된 이론을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성에 대해서는 보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성선택이론(sexual selection theory)이나 부모투자이론(parental investment theory)를 통해 보이는 성에 대한 가치관은 대단히 보수적입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뤄, 그 아이가 다시 가족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성선택이론이란 남자와 여자가 최적의 이성을 찾기 위해 동성내에서 혹은 이성 사이에 경쟁을 벌임으로써, 진화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이론입니다. 능력있으면서 동시에 그 능력을 한 배우자에게만 쓰는 존재가 최적의 선택상대입니다. 즉, 돈도 많고, 잘 생겼고, 몸도 건강하고, 가정에만 충실한 사람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겁니다. 인류의 문화가 일부일처제로 발달한 이유입니다.

부모투자이론은 일단 짝을 이룬 부부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아이에 대해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아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이론입니다. 대한민국의 뜨거운 교육열은 부모투자이론이 잘 맞아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혼외정사나 난잡한 성관계 혹은 강간 등은,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쾌락체계의 부산물일뿐입니다. 이런 부산물이 과도하게 많은 사회는 부적응집단으로 전락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이런 집단에서는 아이들이 잘 자라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에 관한 한 진화심리학은 상당히 보수적인 셈입니다. 자유연애, 성의 해방 등을 기치로 혼인과 관계없이 상대를 바꿔가며 자유로운 성관계를 즐기는 사람들의 가치관과는 잘 맞지 않습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난잡한 성관계는 소규모 집단을 이루고 사는 보노보나 침팬지 수준에 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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