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3일차 - 구파발역에서 양화인공폭포까지
미세먼지 ‘나쁨’에도 세번째 서울둘레길 걷기는 ‘멈춤’이 없다. 북한산둘레길과 겹치는 서울둘레길 8코스, 북한산 구간을 두 번에 나눠 끝낸 지점, 3호선 구파발역 2번 출구 앞에 다시 섰다.
3일차 목표는 둘레길 7코스+알파다. 구파발역 3번출구에서 시작해 앵봉산, 봉산, 불광천, 월드컵경기장, 하늘공원, 노을공원을 지나 가양대교를 건너까지가 7코스다. 그러나 2km 남짓 더 걸을 생각이다. 양화교폭포 인근 안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 근처가 소생의 보금자리인 관계로…^^
서울둘레길 3일차 - 구파발역에서 양화인공폭포까지
서울둘레길 3일차 - 구파발역에서 양화인공폭포까지
둘레길 시그널인 오렌지색 리본을 쫓아 횡단보도를 건너 은평구 소각장 뒤 방아다리 생태공원으로 들어섰다. 앵봉산구간의 끝지점이나 거꾸로 걷다보니 내겐 시작점이다. 둘레길을 역방향으로 걷다보니 잠시만 방심하면 길을 놓치게 된다. 안내지도도, 방향 표시도 순방향에 맞춰줘 있기 때문이다.
서울둘레길 3일차 - 구파발역에서 양화인공폭포까지
산길로 접어들면서 차소리가 사그라졌다. 앵봉산이다.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숨죽이며 귀기울여 보았으나 꼬리리 소린 듣지 못했다. 꾀꼬리(鶯)가 많아 앵봉산(鶯峯山)이라던데… 짙어가는 초록 숲 사이로 난 낙엽길은 양탄자 같아 대접받는 기분이다.
서울둘레길 3일차 - 구파발역에서 양화인공폭포까지
앵봉산 전망대에 이르러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의자에 걸터 앉았다. 그러나 곧장 일어서야만 했다. 맞은 편에서 오던 대여섯명이 시끌벅적 나무의자를 차지하더니만 탁주를 꺼내 판을 펼쳤다. ‘싫다 싫어~’ 셀카 인증샷 남긴뒤 자리를 벗어났다.

서오릉 고개 방면으로 내려서는 길은 정비가 안된 마사토 비탈길이다. 나동그라지지 않으려면 신경 곤두세워 지나야 한다. 산책로 정비가 필요한 곳이다. 순방향으로 걷던 몇 해 전, 엄청 가파른 오름길로 기억된다. 그럴 수밖에, 가양대교에서 시작한 7코스가 거의 끝나갈 쯤 체력이 바닥인 상태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곳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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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터널 어디쯤서부터 함께 한 ‘은평둘레길’은 앵봉산 구간에도 서울둘레길과 나란히 간다. 불광천에서 갈라설 때까지.
서울둘레길 3일차 - 구파발역에서 양화인공폭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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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토 비탈길을 내려와 대로를 가로질러 맞은편, 봉산으로 향한다. 도로 확장공사 중이라 어수선하다. 리본 표식을 찾기가 쉽지않다. 하지만 오는 6월 앵봉산과 봉산을 잇는 녹지연결로가 완공되면 서울둘레길과 은평둘레길을 걸을 때 도로를 횡단하지 않아도 된다. 46년간 끊겨 있던 서울의 녹지축이 연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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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의 호젓한 숲길은 ‘걷기 좋은 서울의 숲길’ 중 하나다. 야트막하지만 적당한 오르내림이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양한 종의 수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덤이다.
봉산 봉우리의 너른 터엔 봉수대와 팔각정이 있다. 봉수대 자리는 3.1 운동 당시 인근 주민들이 모여 횃불을 들고 만세 시위를 벌이던 장소란다. 은평구 주민들이 의미있는 쉼터로 여기며 즐겨찾는 곳이다.
서울둘레길 3일차 - 구파발역에서 양화인공폭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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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따라붙던 ‘은평둘레길’ 표지판은 봉산에서 내려와 불광천에 이르러 갈라섰다. 천변길을 따라 월드컵경기장 북문으로 향한다. 천변길은 가족단위로 산책하는 이들이 많다. 시냇가에 핀 야생화에 걸음을 멈추고, 무리지어 떠다니는 흰빰검둥오리에 시선을 떼지 못한다. 공 들여 가꾼 결과, 개천은 이렇듯 우리의 쉼터로 돌아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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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경기장 북문을 통과해 하늘공원, 노을공원을 지나 메타세콰이어 숲길로 들어섰다.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가 끝없이 도열해 있다. 의장대를 사열하는 기분이 이러할까? 아무튼 환대 받는 느낌이다. 바삐 지나치기 섭섭하여 나무벤치에 걸터앉아 사방을 둘러본다. 숲향 가득한 이곳이 한때는 온갖 쓰레기를 매립하던 곳이었는데…이 또한 상전벽해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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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북로를 왼쪽에 두고 나란히 걷다가 난지나들목에 이르러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지하보도를 빠져 나오면 한강이다. 강 건너 소생의 보금자리가 있는 강서구 염창동이 시야에 잡힌다. 서울둘레길 3일차 종착지로 정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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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남쪽을 향해 가양대교에 올라섰다. 7일차 쯤엔 광진대교를 걸어 다시 강의 북쪽으로 회귀할 것이다. 강바람이 세차다. 모자를 꽉 눌러잡고서 대교 남단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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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대교 남난에 있는 둘레길 인증스태프를 꽉 눌러 찍고선 염강나들목을 빠져나와 다시 한강과 나란히 했다. 집과 가까워 자주 걷는 한강변 길이다. 이번엔 한감 남단에서 조금 전 걸었던 한강 북단을 건너다 보았다. 한강도 하늘도 온통 뿌옇다.
구파발역에서 안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 양화인공폭포까지, 20.0km를 걸었다. 3일차 누적 거리는 60.1km다.
이어 걷게 될 4일차 코스는 이곳에서 1호선 석수역까지다. 서울둘레길 중 유일하게 전부 평지구간이라 다소 지리한 구간이기도 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