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2차 걷기- 평창동 북악터널에서 구파발역까지
서울둘레길 2차 걷기- 평창동 북악터널에서 구파발역까지
서울둘레길 2차 걷기- 평창동 북악터널에서 구파발역까지
바람이 적당히 불어 상쾌함을 더한다. 마지막 꽃잎들이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흩날리다가 젖은 포도에 내려앉아 그림이 된다. 이렇게 꽃비가 내리던 날, 서울둘레길 두번째 걸음에 나섰다.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1020번 버스를 타고 평창동 북악터널 입구 평창삼성아파트 정류장에 내렸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이정표가 서울둘레길(북한산둘레길)로 합류하는 방향을 가리킨다.
서울둘레길 2차 걷기- 평창동 북악터널에서 구파발역까지
이정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 1일차 걷기를 마감한 평창동 북악터널 입구 형제봉통제소에 닿았다. 오늘 걷기 목표는 이곳에서부터 구파발역까지다.
도봉산역에서 구파발역까지가 서울둘레길의 북한산 구간인 8코스다. 서울둘레길 한 구간 중 가장 긴 34.5km, 단번에 끊는 건 오버다. 오르내림이 심한 산길이라 두번에 나눠도 결코 녹록치 않은 코스다.
서울둘레길 2차 걷기- 평창동 북악터널에서 구파발역까지
잔뜩 찌푸린 하늘, 이따금 뿌리는 가랑비가 상큼하다. 평창마을길로 들어섰다. 마을길이 적막하다. 오가는 사람이 없다. 동네골목에는 으레 있는 마을버스도 보이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아예 마을버스 노선이 없다. 단언컨대, 고대광실 주민들이라 원치 않았을 게다. 간간이 까맣게 썬팅된 삐까번쩍 승용차만 오갈뿐. 철옹성 같은 담벼락 밑을 걸으며 생각한다. 상위 몇 % 안에 들어야 이런 곳에 똬리를 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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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마을길에서 주눅이 든(?) 소생은 둘레길 표시를 따라 부지런히 구기동으로 내려섰다. 혼밥을 하고 다음 코스로 이어 걸을까, 식당을 기웃거리다가 곧장 구기터널 앞 횡단보도를 건너 꼬불꼬불 마을길로 들어섰다. 마을길이 끝나는 산자락에 북한산둘레길의 구간표시이기도 한 목재 아치가 눈에 들어왔다. ‘옛성길’ 구간의 시작을 알린다.
우의를 걸친 한무리의 트레커들이 반대방향에서 내려온다. 시끌벅적하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나홀로이거나 부부 트레커가 대부분이라 조용한 편이다. 어쩌다 무리지어 걷는 이들을 만나면 주변이 온통 왁자지껄이다. 그래서 마을길 모퉁이를 지날때면 ‘조용하게 통과해 달라’는 당부의 글을 종종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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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춘대 암문을 통과해 장미공원 방향으로 넘어가면 북한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데크에 닿는다. 탕춘대 암문은 대남문과 비봉능선에서 이어져 내려와 조선시대 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여 축성된 성문이다. 잿빛 하늘인데도 시야는 또렷하다. 왼쪽에서부터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나한봉, 문수봉, 보현봉이 도열해 손짓한다. 여러번 걸음해 낯익은 봉우리들이다. 돌길, 흙길, 목계단길, 거적길을 골고루 밟아서인지 발바닥이 편안하다.
서울둘레길 2차 걷기- 평창동 북악터널에서 구파발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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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터널에서 불광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가로질러 북한산생태공원에 들어섰다. 이 공원은 서울둘레길, 북한산둘레길, 은평둘레길을 이용하는 트레커들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공원바닥에 칠해진 초록색 라인이 북한산 래미안아파트 쪽으로 인도한다. 마을을 벗어나면 북한산둘레길 8코스 ‘구름정원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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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숲을 빠져나오자 잠시 사방이 트였다. 은평구 풍경이 발아래 펼쳐지는 ‘하늘전망대’다. 전망데크에 서니 인왕산과 안산 그리고 백련산이 아는 체 반긴다. 구기터널 상부의 계곡을 횡단하는 60미터의 데크길(스카이워크)은 울창한 숲과 탁트인 하늘 그리고 도시풍경과 어우러져 구름 위를 걷는 듯 하다. 그래서 ‘구름정원길’이다. 전망대 한 켠 길목에서 프랑스 사상가 장자크 루소의 글귀를 만났다.
“나는 걸을 때만 명상을 할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정신은 오직 나의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
서울둘레길 2차 걷기- 평창동 북악터널에서 구파발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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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루소의 ‘명상’을 따라한 게 원죄다. 서울둘레길을 걸으며 무심하게 북한산둘레길 이정표만 따라 걸었다. 두 둘레길이 갈라지는 선림사 갈림길을 무심코 지나쳤다. 오렌지색 리본을 잊고 북한산둘레길 이정표만 따라 걷다보니 기자촌전망대를 지나 구름정원길의 종점이자, ‘마실길’이 시작되는 진관생태다리 앞까지 걸어왔다. 은평한옥마을 입구에 이른 것이다. 명상은 무슨, 멍 때리며 걷다가 엉뚱한 산길로 1.5km나 더 나아갔다. 어쩌겠는가? 유턴할 수밖에… 하여 선림사 갈림길까지, 산꾼들 표현대로 3km나 알바를 해야만 했다.
“걸으며 명상이라? 역시, 아무나 하는게 아니었다.

선림사 갈림길로 되돌아와 서울둘레길의 표식인 오렌지색 리본을 다시한번 확인하고서 실개천을 따라 구파발역 3번 출구에 닿았다. 이로써 서울둘레길의 북한산 구간인 8코스 34.5km를 두번에 나눠 접수했다.
다음 코스는 구파발역 입구를 출발, 가양대교 건너 안양천이 한강과 만나는 양화인공폭포까지이다. <계속>
서울둘레길 2차 걷기- 평창동 북악터널에서 구파발역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