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역시 ‘여걸’이었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떼어놓고 16일 밤 홀로 일본을 방문한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틀간의 방일 기간중 10여차례의 이상의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국무장관으로써 첫 외국방문에서 ‘힐러리 붐’을 불러일으켰다.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도쿄시내 연도에 시민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었으며,NHK 등 주요 방송사는 하루종일 속보를 전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아소 다로 총리,나카소네 히로후미 외무상,하마다 야스가스 방위상과 잇따라 만나 북핵 공동대처,주일미군 방위비 분담 등 굵직한 외교 현안을 논의하고,미·일 동맹을 한층 강화했다.
아소 총리와의 회담에선 “미국과 일본이 손을 잡으면 글로벌 경제위기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17일 저녁에는 이례적으로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와도 만났다.자민당의 인기 급락에 따른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고도의 정치적 행위였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바쁜 와중에 비정치적인 행사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17일 아침에는 도쿄시내 메이지신궁과 왕궁을 잇따라 찾았다.일본 문화에 대한 ‘존중’과 ‘관심’을 표명하기 위한 자리였다.메이지신궁에서는 일본 전통무용도 관람했다.
비정치 행사 중 백미는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인 도쿄대에서의 연설이었다.
이날 오후 도쿄대에서 열린 학생과의 만남에서 힐러리 장관은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했다.
“어떻게 하면 당신과 같이 ‘강하고 유능한’ 여성이 될 수 있느냐”는 한 여학생의 질문에 대해선 “어릴 때부터 사회에 헌신하겠다는 꿈을 가졌으며,지금도 꿈을 잊지않고 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학생들은 입을 모아 “힐러리는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가진 우리 시대의 여성상”이라고 환호했다.
대선 패배에서 벗어나 국제 외교무대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힐러리 클린턴.가슴속 깊이 여전히 대권에의 야망을 잃지 않고 있는 그의 꿈이 현실화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