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선영은 여론조사 기관으로부터 개헌에 찬성하는지 그리고 찬성한다면 올해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에 찬성하는지에 대한 전화설문조사를 받았다. 선영은 이에 대하여 모두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시하였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선영에게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너무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하였다. 더구나 지금은 국민들의 시선이 평창 올림픽, 북핵문제, 남북정상회담 등에 집중되어 있어 개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하였다.

국회는 2017년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위 위원회의 자문위원회는 최종보고서를 통하여 개헌안을 제시한 바 있다. 2018년에 국회는 ‘헌법 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개헌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 주도하에 개헌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2018년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선거 동시 개헌’ 의지를 천명하면서 개헌 논의가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였다.

이후 1월 12일부터 13일까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IOI)가 전국 만 19세 이상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개헌특위에서 여야가 개헌안에 합의하지 못한 경우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응답이 56.6%, 개헌이 국가와 국민의 삶에 중요한 일이라는 응답이 83.8%를 차지하였다. 또한 개헌 시기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56.4%를 차지하였으며, 이에 반해 지방선거 이후가 개헌시기로 적절하다는 의견은 37.8%에 불과하였다.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4년 대통령중임제가 57%, 5년 단임제 19.4%, 이원집정부제 10%, 의원내각제 6%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8일 한국언론학회·한국헌법학회·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및 정치권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헌과 국민소통’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 학술대회에서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개헌에 대한 국민의 여망이 높고, 정치권도 약속을 했기 때문에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가 동의하고 있지만 동력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개헌의 동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하였다. 이 학술대회를 후원한 위 특별위원회 간사인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개헌에 대한) 국민 참여가 부족해 이 부분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지성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장 역시 “개헌이 정치권에선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였다.

그렇다면 개헌의 동력인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6·10민주 항쟁의 결과 탄생한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통해 정치적 민주주의의 기초를 완성하였다. 그렇지만 5년 단임제 하의 소위 ‘제왕적 대통령’으로 인한 권력형 부패 스캔들, 조기 레임덕에 따른 권력 누수 등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현행 헌법은 심화되어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기초한 제4차 산업혁명, 고령화와 청년실업, 북핵문제, 자살과 빈곤, 다문화사회로의 진행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 문제를 예상하지 못하였다.

우리 국민은 지난 2017년 소위 촛불혁명이라 말하는 시민혁명을 통해 법의 지배 원칙 하에서 부패한 정치권력을 내몰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새로운 정부를 선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생활 속에서 실현하고 경험하였다. 그러므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헌법 개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경험하게 될 때 개헌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개헌의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국민들은 87년 민주항쟁에 기초한 현행 헌법을 통해 직선제와 단임제라는 정치 민주화를 쟁취하면서 국가의 주인임을 확인하였다. 이제 촛불혁명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국가의 주인으로서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와 공정한 사회의 구현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개헌은 경제 민주화와 사법 민주화에 관한 국민적 열의가 반영되어야만 그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 벤츠여검사 사건 등을 경험한 우리 국민들은 사법 민주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사법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응답하여, 공정한 수사와 재판의 진행 및 사법에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국민들이 사법 절차에 있어 주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이번 개헌을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개인정보 보호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법원의 판결문을 모두 공개하여, 사법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아울러 배심원 제도를 도입하여 국민들의 사법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또한 사법 기관들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검찰총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을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하여야 한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들 사법기관의 장은 독립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직접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바,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민들에게 이들 기관장에 대한 소환권을 부여함으로써 국민들이 사법 절차에 있어서 주인임을 다시금 보장할 필요가 있다.

선영과 나는 개헌과 관련하여 설문조사가 오면, 개헌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사법 민주화로써 판결문 공개, 배심원제 도입, 선거에 의한 검찰총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의 선출이 필요하다고 답변하기로 하였다. 사법 민주화와 관련된 각종 제도의 도입에 관한 개헌이야말로 국민의 관심과 참여라는 개헌에 대한 실질적인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일석

고려대학교 법학박사

(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사이버안전훈련센터 겸임교수

(현)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부회장

(현) 한국사이버안보법정책학회 연구이사

(현) 한국에너지법정책연구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