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 여성들 중에는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밥을 먹는 대신 이삼천 원짜리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에서 오육천 원짜리 커피를 즐기는 분들이 많다. 이처럼 주된 식사보다 후식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이성적인 구매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상품의 기능으로부터 얻는 효용보다 그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창출되는 분위기나 이미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 심리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결국 소비자는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와인잔 전문업체인 리델(Riedel)은 “이 글라스는 와인을 더 향기롭게 만든다.”라 는 말도 안 되는 광고카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가 되었다. 악의 없는 거짓말은 스토리를 진실로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자 심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체험 마케팅, 프라이드 마케팅, 보증 마케팅 등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공급과잉 시대에 상품 정보 중심의 이성적 마케팅은 한계가 있다. 소비자는 상품이 아닌 경험, 즐거움, 자부심, 인간적인 정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친절한 서비스는 기본이다. 고급식당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고, 패스트푸드점에서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주는 정도의 마케팅은 이제 더 이상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예를 들어 오랜만에 찾아간 식당에서 이름을 기억해주며 반갑게 맞이하면 절로 감동이 생기는 것처럼 소비자에게 뭔가 작은 감동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남보다 더 우대해주거나 높여주면 좋아한다. 멤버십 회원에게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도 이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백화점에서 우량고객만을 위한 커피숍 같은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공항이나 철도 대합실에서 VIP 고객을 위한 VIP룸을 운영할 경우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프라이드(Pride)는 상승하게 마련이다. 이것도 심리를 이용한 프라이드 마케팅이다.

그리고 원산지를 표시하거나 특정기관이 보증하는 마크 등을 부착하여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보증 마케팅’이라 한다. 예를 들어 고추장을 언급할 때 그냥 ‘고추장’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순창 고추장’이라고 하면 소비자는 해당 제품을 더욱 신뢰한다. 직접적으로 품질을 보증하는 방법도 있다. ‘100% 품질 보증’과 같은 표기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 아모레퍼시픽에서는 ‘무한책임주의’라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고객이 구입한 아모레의 화장품 중 어떤 상품이든 이상이 있으면 반품이나 환불 등의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차는 미국에서 ‘10년 10만 마일’이라는 캠페인을 했다. 현대차를 사고서 10년 10만 마일이 지나기 전에 차에 이상이 있으면 100% 무상 수리를 해주겠다는 캠페인이다. 이러한 보증 마케팅은 소비자로 하여금 자사 상품에 강한 신뢰감을 갖게 해준다. 다만 이러한 보증 마케팅은 품질에 자신이 있을 때만 해야 한다. 만일 품질에 문제가 있는 상품을 가지고 이런 마케팅을 하면 실제로 많은 반품이나 환불로 이어져 회사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보증 마케팅은 품질에는 자신이 있으나 인지도가 없는 중소업체나 품질력이 우수한 신상품을 처음 시장 에 런칭할 때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39) 소비자는 이성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