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분석가가 꿈이예요. 서울대 필독서를 어떤 순서로 읽으면 좋을까요”


“고2 학생이예요. 저는 데이터분석가를 꿈꾸고 있어요. 서울대 필독서 100권이라고 해서 보니 많은 책이 있던데 어떤 순서로 읽는 것이 좋을까요”

1년 뒤 고3이 되면 정말 책을 읽지 못하게 되니까. 지금이라도 책을 읽어야 겠단다. 문제집만 풀다보면 데이터분석가라는 자신의 꿈이 사라질까봐 겁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마음도 다 잡고, 수행평가에서도 과제를 할 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단다.

자신의 꿈을 소중히 여기는 학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2때도 수능 준비라는 이유로 책을 멀리하는 학생이 참 많은데 대견한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학생의 고민을 풀어보도록 해보겠다.


미래 인공지능시대의 데이터분석가가 꿈인 학생에게무슨 책이 좋을까.



1) 먼저 현실세계의 특성을 알 수 있는 책이 좋겠지요.


현재의 세상은 기술이 매우 빨리 발전하고 있어요. 그만큼 불확실성도 매우 커지고 있답니다. 벌써 세계는 드론으로 배송을 하고, 전기자동차가 달리고, 곧 무인자동차가 판매된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상상한 것이 바로 현실화되다보니 미래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불확실하지요. 자연스럽게 불확실성이란 무엇이고, 왜 생기는지 궁금증이 일어나겠지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권합니다. 더욱 세상의 무질서한 발전이 과학적으로 어떻게 규명되는지 알려준 답니다. 하이델베르크는 현실의 불확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철학, 종교, 윤리,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했어요. 결국 물질을 이루는 원자단위까지 생각하면서 원자내의 핵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의 운동상태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지요. 전자 위치 예측을 위한 실험이나 관측이 그 상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예요.

현상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끊임없이 접근하려는 참다운 과학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또한 현실의 불확정시대에 매우 중요한 것은 부분적 고찰과 전체적 고찰의 연관성에 대한 사고방식임을 책을 읽으면서 터득하게 된답니다.


2) 현실의 불확실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측정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에 대한 답변할 수 있는 책이 좋겠지요.


여전히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고 이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임스 클리크의 『카오스』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답니다.

미래 예측은 매우 어렵답니다. 내일 날씨 예측도, 주식시장의 비주기적 변동도, 메르스 같은 질병의 확산도,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주기도 알기가 어렵지요. 미로처럼 매우 복잡하고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답니다.

하지만, 세밀하게 관찰하게 되면 그 안에는 일정한 질서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어요. 식물의 잎, 해안성의 모양, 구름의 모습, 실핏줄의 분포 등 프랙털이 바로 그것이지요. 일정한 모양이나 패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요.

이처럼 ‘질서 속의 무질서’란 의미의 ‘카오스’란 개념을 통해 무질서하고 불확실하게 보이는 현상세계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답니다.


3) 그렇다면 자연 또는 우주는 프랙탈 같이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가? 방향성은 없는가? 


궁금증이 생기지요. 질문의 확장은 독서에서 매우 바람직하답니다. 제레미리프킨의 『엔트로피』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답니다.

자연현상에는 일정한 방향성이 있다는 기본적인 전제에서 생각해 보자구요. 우주는 무질서도인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을 생각할 수 있지요. 석탄, 석유를 가지고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경우,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면 낼수록 여기에 사용된 석탄, 석유는 다시는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질서에서 벗어나 무질서한 상태로 변질되지요.

이 물리학적 엔트로피 개념은 정보사회 속에서 정보엔트로피 개념으로 새롭게 변화하여 정보사회 현실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된답니다. 이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인 인공신경망이론과 딥러닝에 대한 고찰에 도움이 되지요.


4) 그러면 한 단계 더 나가 보자구요.  인간의 정신, 또는 마음은 어떠할까요?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를 읽어보세요.

예술과 과학과 인간의 마음의 다층구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답니다. 프로그래밍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됩답니다. 인간의 마음과 인간의 이야기를 컴퓨터 언어로 구현해서 매번 일정하게 표현하도록 하는 의미로 말이지요.

이렇게 다양한 정보, 방대한 정보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편리하고 풍요로운 사회가 된다는 유토피아적 사고를 할 수 있겠지요. 이와 달리 인공지능의 부정적 측면인 디스토피아적 사고도 있음을 잊으면 안되겠지요.


5) 인공지능으로 빚어지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란 무엇을 말할까요?


궁금하지요. 미셀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읽기를 권해요.

직접적인 강제와 통제, 독재는 인식이 가능하고 명확한 상대가 있기에 저항 또는 비판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정보분석과 행동예측시스템은 간접적인 감시로서 사람들이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음을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매우 무섭지요. 그만큼 개인의 편리성 VS. 사생활침해 또는 개인정보보호라는 동전의 양면을 가지고 있지요.

이어서 서울대 필독서에는 없지만, 조지오웰의 『1984』도 읽으면 소설속에서 상상력을 통하여 인공지능의 무서움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답니다.
[현민의 대입 해부도감] 서울대 필독서 읽는 순서

<서울대 필독서 100권 중 과학기술 11권 목록표>




6) 인공지능시대에 인간의 행동은 어떤 메카니즘으로 변화할까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 변화할 때 세상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고 싶다면, 괴테가 평생에 걸쳐 집필한 『파우스트』를 읽어 보세요.

끊임없는 고민과 갈등 속에 결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이 모습들을 자신과 겹쳐서 본다면, 그리고 인공지능과 로봇을 함께 등장시켜서 상상해본다면 미래의 단상을 알 수 있겠지요.

로봇에 의해 인간이 지배를 당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궁금하다면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세요.

미래의 가장 좋은 모습, 가장 악한 모습, 그 중간모습을 상상할 수 있답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신세계』를 보면 자동화된 기계속에서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알 수 있답니다. 행복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안정을 위해 변화를 포기하고, 공동체의 공유를 위해 개인의 소유를 포기하다가 결국은 전체를 위해 개인을 포기하게 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편리에 젖어 서서히 운동을 잊어버리는 현대인의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겠지요.


7) 지금까지는 과학과 서양적 접근이었답니다. 인공지능시대에 대한 동양적 접근을 해보면 어떨까요?


송영배의『제자백가의 사상』을 읽으면서 인공지능시대에 적용해보세요. 철기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나타나는 농업생산력의 확대와 새로운 사회체제에 대한 여러 사상적 접근을 해 본다면 좋겠어요.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등장에 따라 현재의 우리 사회가 미래로 가는 과정에서 볼 때, 미래를 유토피아로 볼지, 디스토피아로 볼지 노자의 관점, 묵자의 관점, 공자의 관점 등을 통해 바라보세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거예요.


8) 이젠 다시 데이터 분석가라는 꿈으로 돌아와 생각해 볼까요?


데이터 분석 기법에 사용되는 ‘R’이나 ‘파이썬’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겠지요. 서울대 필독서에는 없지만, 도전해보기를 권해요.


이젠 정리해 볼까요.


1) 먼저 현실세계의 특성을 설명하는 책을 선정하라.

2) 자신의 고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책을 선정하라.

3) 인간의 정신과 마음에 대해 확장하여 책을 선정하라.

4) 미래사회는 유토피아적으로 볼 수도, 디스토피아적으로도 볼 수 있다. 양쪽의 책을 선정하라

5) 서양적 접근법의 책 선정과 동양적 접근법에 대한 책 선정에 균형미를 가져라

6) 데이터 분석가의 꿈이므로 프로그래밍에 대한 책을 선정하라.



오늘도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즐거운 하루되세요^^



현민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hm616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