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레버링은 ‘미국의 일하기 좋은 100개 기업’을 선정하면서 ‘최고경영층과 직원 간에 원활한 대화 통로를 가지고 있으며 근로자의 건의, 비판, 불만을 기꺼이 수용하는 회사’라는 것을 선정기준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잡링크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에 대한 애정도는 10점 만점 기준으로 평균 4.3점에 그쳤으며, 직장상사와의 갈등빈도가 높다고 응답한 사람은 59.5%로, 갈등빈도가 낮다고 대답한 사람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의 상하 관계에서 이러한 현상은 신뢰수준을 반영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고 더 나아가 구성원들의 몰입, 헌신 그리고 창의성은 낮아 질수 밖에 없다.




위의 설문조사에서 상사와의 갈등 해소방법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가 32.4%로 가장 많았다. 최근에 기업조직이 세분화 되고 소수정예화 되는 상황에서는 특히 구성원간의 신뢰구축을 위한 일대일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CEO의 대화법




신세계I&C의 이상현 사장은 최고경영자와 업무별 실무담당자 간의 대화의 장을 통해 현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좋은 생각을 공유하는 점심 도시락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장은 “도시락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게 돼 업무상 발생하는 건의사항, 고민, 문제점을 직접 파악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SK커뮤니케이션즈 유현오 사장은 자사가 운영하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 직원과 온라인 일촌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직원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격려와 칭찬의 글을 남기기도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직원들과 미팅을 갖는다. 사장과의 대화를 신청한 직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데이비드 브론잭 전 페덱스 익스프레스 사장은 “나는 경영자의 사무실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경영자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임원들도 공항에 나가 직원들과 함께 직접 물건을 분류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현장에서 직원들의 애로사항, 업무 프로세스, 업무 태도 등을 파악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페덱스의 중요한 문화라고 강조한다.




리더십 교육회사인 다이얼로고스의 윌리엄 아이삭스 사장은 “얼마나 명확한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며 “직장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중대한 실수는 대화기술의 부족에 기인하며, 많은 조직에서 실적을 개선하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장애가 되는 사항들은 함께 대화하는 능력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10년 후의 기업




최근 블루오션 전략의 성공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회사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허버트 켈러그는 출근할 때마다 회사 정문에서부터 집무실까지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인 신상에 관한 이야기나 업무 관련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점심때가 되어서야 사무실에 도착한다고 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미국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으로 선정했다. 그 비결은 종업원들이 회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CEO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자주 들어주고, 이해해 주며, 한 걸음 나아가 자신들의 꿈을 키워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이다.




2004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10년 후의 세계-기업을 다시 생각 한다’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이 때 거론된 내용 중의 하나가 지금의 CEO들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전력투구하고 있는 일들이 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향후 우수한 전문 인력들이 프리랜서화 되어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렇게 되면 CEO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컨설팅회사에 아웃소싱하여 처리하면 되며, 현재 CEO들이 하는 일은 일 축에도 못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10년후 에는 CEO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바로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버트 켈러는 이미 30년전 부터 그 일을 시작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사랑의 마음으로 대화하라




야후의 전직 마케팅 담당 최고 임원인 팀 샌더스는 그의 저서 ‘Love Is the Killer App’에서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힘은 경쟁, 욕심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인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사장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주위 사람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 광고대행사인 사치&사치의 CEO 케빈 로버츠는 경쟁 우위에 서고 싶다면 사람의 마음속에 강한 인상과 각인을 남기는 러브마크(Lovemark)가 되라고 주장한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무한한 잠재능력을 믿고 그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우처럼 CEO가 직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주고 이해해주며 자신의 꿈을 키워 준다고 믿는 것만큼 훌륭한 동기부여는 없을 것이다. 직원들의 마음속에 어떤 러브마크를 남길 수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