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김, 저녁먹고 가지."
"……"
안된다는 말은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엉거주춤 따라나선 미스 김은 호텔 일식집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었다. 2차로 나이트클럽에도 갔다. 내친김에 3차로 호텔방까지 사장과 같이 가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엔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사무실에 출근했다.

사장과의 그런 관계는 3년이나 지속됐다. 안주인인양 착각하게 된 미스 김은 사장에게 이혼하라고 졸랐다. 사장은 이혼해버리자고 몇 번이나 결심했다가 결국은 자식들 때문에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미스 김은 집, 자동차, 억대의 현찰을 챙겼다. 영악했던 사장, 어리숙했던 미스 김은 세월이 흐르면서 둘의 입장이 바뀌고 말았다. 사장의 돈에 미련이 남아 있었던 미스 김 앞에 잘 생긴 홀애비가 나타났다. 그 홀애비는 수백억대의 땅부자라는 소문이 있었다.

흠은 아들과 늙은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이었지만, 그게 "뭐 대수냐" 싶었다. 미스 김의 마음은 젊은 홀애비 쪽으로 급속하게 기울어져갔다. 홀애비는 미스 김과 사장의 관계를 알고 접근한 것이었다. 땅부자라는 것은 소문이었을 뿐 미끼에 불과했다.

어쨌던 둘은 결혼했고 미스 김은 땅이 팔리면 만사형통이다 싶어, 시어머니와 데리고 온 아들에게 잘했다. 시원시원하게 돈을 쓴 것은 그 놈의 땅 때문이었다. 낭비에 가까울 만큼 돈을 쓰던 도중 남편의 "땅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문을 확인하지 않은게 잘못이었고 껍데기를 너무 믿은게 탈이었다. 다만 밤일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해주어 위안이 됐다.

홀애비 남편은 얼굴이 샛노래지도록 봉사에 봉사를 거듭했다. 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다. 그러자 전처 자식이 보기 싫어졌다.

요강에 앉아서 볼 일 보면서 밥도 떠 먹여줘야 먹는 전처 아들은 그야말로 애물단지였다. 돈이 말라가자 불안해진 미스 김은 중국 흑룡강성에서 조선족 인력을 데려다 놓고 아가씨도 있는 새 스타일의 밤 업소를 차렸다.

중국식 음식 맛있게 먹고 아가씨와 재미도 보는, 그래서 손님이 미어터질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빚만 잔뜩지고 문을 닫았다. 그대로 그냥 주저 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미스 김, 이번에는 동대문 근처에서 밤 10시 이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하는 옷 장사를 시작했다.

사회에서 알고 친하게 지내온 언니뻘되는 사람의 집에서 저금통장을 훔치고 언니도장을 위조해 전세금까지 빼먹었다.

그 집아이의 돼지 저금통 배까지 따서 일을 벌인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지만 아무도 말릴 수가 없었다.

미스 김의 命은 계축(癸丑)년, 을미(乙未)월, 을사(乙巳)일, 신사(辛巳)시.
홀애비 남편 명은, 신축(辛丑)년, 신묘(辛卯)월, 신해(辛亥)일, 계사(癸巳)시.
데리고 온 아들은 무진(戊辰)년, 신유(辛酉)월, 정유(丁酉)일, 계묘(癸卯)시.
둘이 낳은 아들은, 병자(丙子)년, 을미(乙未)월, 계축(癸丑)일, 기미(己未)시.

부부의 생일은 천극지충이다. 두 사람 모두 상반기 생이며 男의 일시지지(日.時.地.支)가 충이다. 데리고 온 아들은 어머니별(印星)이 없고 일시(日.時)가 천극지충이다.

낳은 아들도 일시가 천극지충이고 일주 계수(癸水)는 소위 무원탁수(無源濁水)로 미국, 영국 등 영어권에 가야 생명부지가 가능하다.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일산 경찰서에서 만난 미스 김은 수갑찬 손, 넋나간 모습으로 "선생님, 말 안듣고…"를 되뇌이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계수기운을 활용하려면 목욕탕에서 때밀이를 하거나 한식당 주방에서 설겆이나 하라고 권했건만…. 계수가 필요하면 밤에 일하고 밤에 야하게 즐기고, 섹스 밝히며, 세상 등지고 도나 닦으며, 이상한 질병에 시달리거나 수채구멍, 쓰레기통 뒤지는 삶을 통해 거듭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종교적 삶, 구도자의 길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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