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저절로 위대해지는 것은 없다. 대개의 위대함은 누군가 밀고 누군가 끌어서 생긴 결과물이다. 사람을 밀어주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책 한 권, 하찮아 보이는 개미 한 마리도 사람을 밀어주고 끌어준다. 때로는 풍경 한 점도 스승이다. 누군가에게 풍경은 카메라에 담은 사진 한 장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가슴에 깊이 담은 큰 스승이다. 깨우쳐 주는 자도 스승이오,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것도 스승이다.
맹자는 유가의 중심인물이다. 그는 유학에서 성인 공자 다음가는 아성(亞聖)으로 학문이 깊고, 뜻이 크고 강했다. 그가 주창한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자신의 기상이기도 하다.
맹자는 어렸을 적에 홀어머니 손에 자랐다. 처음엔 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어린 맹자는 상여 매고 곡하는 흉내만 내고 놀았다. 맹자 어머니는 자식 기를 곳이 못 된다 여겨 시장 근처로 이사했다. 한데 이번엔 장사꾼 흉내만 내고 다녔다. 그곳 또한 아니다 여겨 서당 근처로 이사했다. 맹자가 글 읽는 흉내를 내므로 어머니는 자식 교육에 합당한 곳이라 여기고 그곳에 정착했다.

나이가 들어 고향을 떠나 공부하던 맹자가 불쑥 집으로 돌아왔다. 베틀에 앉아 길쌈을 하던 맹자 어머니가 기쁜 마음을 억누르고 물었다. “공부는 마치었느냐?” “아직 마치지 못했습니다.” 맹자의 대답에 어머니는 베틀의 날실을 끊어버리고 아들을 꾸짖었다. “네가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고 돌아온 것은 지금 내가 짜고 있던 베의 날실을 끊어버린 것과 같다. 그런 마음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느냐.” 맹자는 어머니 말에 크게 깨달아 다시 스승에게로 돌아가 배움에 매진했다.
위는 맹자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에 관한 얘기고, 아래는 날실을 끊어 맹자에게 깨달음을 주었다는 단기지교(斷機之敎)에 관한 얘기다. 공통어는 스승(어머니)·환경·교육이다. 출처는 ≪열녀전≫이다.

타고난 유전자는 어쩔 수 없다. 비관적 유전자는 좀처럼 낙관적 유전자로 바뀌지 않는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타고난 그대로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환경은 선택 가능한 최고의 유전자다. 설령 타고난 유전자가 100% 일치한다 해도 환경이란 유전자가 다르면 둘은 몰라볼 만큼 달라진다. 지금 주로 읽고 있는 책, 지금 주로 만나는 사람, 지금 주로 하는 생각은 우리의 삶을 바꿀 강력한 ‘환경 유전자’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
[바람난 고사성어] 맹모삼천(孟母三遷)-환경은 최고의 유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