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유럽에서는 상류층 클럽을 중심으로 세계대전 당시의 암울했던 분위기를 재현하는 소위 ‘카바레 송’이 인기라고 하는데요. 현재 이러한 음악 세계를 둘로 나눈다면 ‘하나는 우테 렘퍼 그리고 나머지’라고 말할 정도로 그녀의 존재감은 독보적입니다. ‘장미빛 인생’, ‘릴리 마를렌’ 등의 친숙한 레퍼터리를 영어, 불어, 독어로 자유롭게 구사하는 모습에서 ‘퇴폐와 비극의 미학을 완벽하게 노래한다’는 평까지 받고 있습니다.
대표곡으로는 영화 ‘사랑과 슬픔의 여로(원제 Voyager)’에 삽입된 ‘Careless love blues’와 뮤지컬 넘버인 ‘All that jazz’ 등이 있습니다. 뮤지컬 ‘시카고’에서의 연기로 최우수 여배우에게 주는 로렌스올리비에 상, ‘카바레’의 주인공 역을 맡아 최고 연극인에게 주는 몰리에르 상을 받았습니다. 임신한 상태에서 누드로 공연할 정도로 열정적인 여인이라 합니다.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Living without you’는 유럽의 연인들을 울린 바 있습니다.
1993년 한국에서 발매된 비디오 ‘일루전(Illusions)’을 보면 파리의 세느 강변에서 ‘고엽’을 열창하는 젊은 우테 렘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서정적인 화면을 따라 가노라면 그간 잊고 살았던 옛 정취와 노스탤지어가 되살아나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된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함께 수록된 콘서트 영상 ‘Elle frequentait la rue Pigalle(그녀는 삐갈 거리에 자주 들러요)’ & ‘Les feuilles mortes(고엽)’을 통해 아름다운 그녀와의 음악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런지요. 시간이 짧아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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