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소셜픽션 –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라는 책의 머리말에 있는 한 부분을 요약하여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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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하루에 대략 3시간, 일주일에 15시간 정도 일한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일을 해서 월급을 받는 것을 명예롭게 여기기 때문에 부족한 일자리를 나누는 것은 중요한 사회 문제이다.

사실 기본 생활에는 돈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월급은 중요하지 않다. 교육도 공짜고 병원도 거의 무료다. 의료나 교육은 공기나 물과 같은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얻느라 돈을 많이 내야 하는 시대도 있었다고 한다. 그건 숨 쉴 공기를 얻느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그 시대 사람들은 월급날을 기다리고, 더 많은 수입을 위해 별도의 직업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게도 요즘도 가끔 돈을 벌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이다. 자산을 쌓아두는 일이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이미 삶에 필요한 경제력 이상을 가진 시대에 살고있다

내 주변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마을 공동체 센터이다. 예전의 동사무소이고, 이곳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문화와 예술은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이다. 동네 독서 토론 모임은 당연히 직장보다 중요하다

물론 글로벌 기업들의 시계는 다르다. 그곳에서는 속도가 생명이고 고속성장만이 절대 가치다. 그들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는다. 그런 곳에 취업하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100년전 사람들 처럼 직장에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생 한 직장에 목을 매거나 정규직이라야 사람 대접 받는다고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삶이 참 갑갑했을 것 같다. 요즘은 어떤 직장이든 취업도 쉽고 그만두기도 쉽다. 그만두고나서도 새롭게 공부해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이 널려 있다. 창업해 사업하기도 편하다. 망하기도 쉽고 다시 일어서기도 쉽다. 이 모든 것이 직장이 문을 닫고 사업이 망해도 인생은 망하지 않는 구조덕분이다. 어찌되든 생존은 가능하다. 국가와 마을 공동체가 보장하는 복지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일을 하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요즘 사람들은 이렇게 답한다
“시도 쓰고 소프트웨어 사업도 합니다”, “1년의 절반은 노인 환자를 돌보는 간병사로 일하고요. 나머지는 여행작가로 살아요”, “음악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데요, 일주일에 3일은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우리 아이와 친구들을 모아 음악 놀이를 진행합니다”

100년 전이라면 이런 대답이 나왔을 것이다
“의사입니다”, “교사입니다”, “삼성에 다닙니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합니다”

참 고리타분하고 재미없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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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시대을 돌아보며, 환경은 열악하지만, 글도 쓰고 프로그램도 짜며, 여행을 통해 나의 인생을 살찌우고, 좋은 벗들과 만나 웃으며 술 한잔 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 겠다고 새삼 마음을 다져본다. 그것이 올바른 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순간 나에게는 그것이 답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