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뱁새다.

아니

'나도 뱁새다' 라는 말이 더 맞다.

예전에는 내가 황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투어(KPGA 챌린지, 프론티어 투어)에 나가보니 황새는 따로 있었다.

나는 약간 덩치 좋은 뱁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자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가는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슬프게 가슴에 와 닿았다.

장타를 원하는 내(아니 우리) 마음이 꼭 속담 속 뱁새 처지여서 그랬다.

성큼 성큼 걸어가는 황새 뒤를 최대한 보폭을 벌려서(그래봤자 여전히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는 뱁새 모습을 그려보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뱁새치고는 제법 멀리 치는 축에 드는 나도 더 멀리 치기를 꿈꾼다.

 

그런데 황새들에게 여러 차례 얻어터지고 나서 느낀 바가 있다.

 

이 대목에서 독자에게 질문.

'더 멀리 친다'에서 '더'는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인가?

다음 보기 중에서 고르시오.

  1. 내 잠재력의 최대치까지

  2. 나보다 더 멀리 치는 선수 만큼

  3. 배우자보다는 더 멀리


가슴에 손을 얹고 답을 골라 보기 바란다.

몇 번을 골랐는가?

 

1번을 골랐다면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골퍼로서 이미 상수(上手)임이 틀림 없다.

나는 2번이었다.

(3번을 고른 독자는 여성일 확률이 높다. 혹시 남성이라면 극도로 설움을 당하고 있을 것이 확실하다)

나보다 더 멀리 치는 선수 보다 더 멀리 치고 싶었다.

그게 어디 맘만 먹는다고 되는 일인가?

가랑이만 찢어지지.

페어웨이를 놓치면 그나마 다행이고 아웃어브바운드(OB)가 되는 일도 많았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황새보다 더 큰 걸음으로 걸으려 했으니.

몸에는 힘이 바싹 들어가고

스윙은 거칠고

피니쉬 때 균형도 잡지 못했다.

안간힘을 써서 가끔(아주 가끔) 황새 엉덩이 뒤에쯤 볼이 떨어지면

봐라 나도 이 만큼 보낸다고 자위한 것이다.

 

나는 1번을 기준으로 삼았어야 했다.

현재 내 한계치에 가까운 비거리를 목표로 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래야 훨씬 멋진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길로 왔더라면 지금보다 비거리도 더 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투어에서 성적도 마찬가지고.

 

비거리를 내 최대치까지 끌어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얘기는 다음 편부터 하자.

(원고료를 많이 타 내려는 우려먹기를 첫 편부터 할 줄이야)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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