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협상에 있어서 가격을 제안 하는 일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나‘내가 먼저 가격을 제안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상대방이 먼저 제안하게 하는 것이 나을까?’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협상교육을 진행하며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 즉 상대방이 먼저 가격을 제안하게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답변을 하고는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과연 정답일까?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하여 개인적인 결론을 내렸던 최초의 시기는 중학교 3학년 때이다. 휴대용 중고 게임기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몇 달간 열심히 용돈을 모아 학교 인근에 있는 게임가게로 달려갔다. 부푼 마음을 안고 달려간 나를 순간 멍한 상태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가게 사장님이 던진 짧은 질문이었다. “얼마에 사려고 했니?”질문을 받자마자 여러 가지 고민이 들었다. ‘과연 내가 얼마를 제시해야 현명한 대답일까? 새 것이 아닌 중고를 사려는 것이니 가격이 가늠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하지?’ 짧은 시간이지만 깊은 고민 끝에 가격을 먼저 제시하였고, 가게 사장님은 살짝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게임기를 내주었다.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후였다. 그때 이후로는 가격을 상대방이 먼저 제시하게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후, 구매업무를 수행하며 무너져 버렸다.

구매업무를 수행하며 상대 업체에게 먼저 가격을 제시하게 하자 예상보다 높은 금액을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그러한 경우 우리 쪽에서 먼저 가격을 제시할 때보다 가격 협상이 쉽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하였다. 그렇다면 가격을 내가 먼저 제시하는 것이 정답일까? 정답은‘상황마다 다르다’이다. 그렇다면 그 상황들을 어떠한 기준으로 구분하여야 할 것인가? 기준이 되는 것은‘내가 상품의 가격을 정확하게 알고 있느냐’ 여부 이다. 상품의 가격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라면 형성되어 있는 일반적인 가격보다 본인에게 유리한 금액으로 최초제안을 하여야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된다. 이는 최초에 제시된 가격 부근에서 최종가격이 결정될 확률이 높다는 원칙‘닻 내림 효과’와도 연결이 된다.

앞선 구매업무 수행 사례에서는 삼품의 가격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어 있는 상황이기에 본인에게 유리한 금액으로 먼저 가격을 제안하는 쪽이 최종적으로 흡족한 결과를 이끌어낼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상품의 가격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 한 경우라면 상대방이 먼저 제안하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상대가 먼저 제안한 금액이 본인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그대로 타결지어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가 발생하면 기쁨의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것을 열심히 참아내며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앞선 중고 게임기 사례는 서로가 원하는 가격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이기에 상대가 생각하고 있는 금액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는데 효과적이다. 가격협상에서 첫 제안을 누가 먼저 하느냐 만으로도 이미 승부가 갈려버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상황에 맞추어 전략적으로 가격 제안의 첫 턴을 결정하는 것이 유능한 협상가가 되는 지름길이다.



강원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現) 엔티코리아 대표

現) 법무부 법질서 선진화과 전문강사 (Law Educator)

現) 한국 법교육센터 전문강사

現) 전국협상연구회 대표

前) 대림산업 도시정비사업팀, 조달팀

前) 현대자동차 본사 경영지원본부 총무팀

중앙대학교(서울) 법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