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이전의 공산권 국가나 왕조 국가로 보지 말고 현대적 관점에서 보자. 내가 보기에 중국은 꽤나 큰 새우들에게 둘러싸인 고래이다. 문제는 새우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더 큰 고래도 한 마리 있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보면 일본, 필리핀, 베트남, 인도, 남한 그리고 북한 정도는 새우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여전하다. 그 보복은 관광객이 한국으로 오는 것을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소규모 무역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무역협회에 설치된 ‘대중 무역애로 신고 센터’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지난 17일까지 60개사 67건에 달했다.



중국의 무역 보복 방법에서 웃기는 것도 있다. 어느 기업은 원산지 증명서에서 부산의 영문 명칭이 ‘Pusan’으로 된 것을 ‘Busan’으로 고치라는 요구까지 했단다. 무역 서류 중 가장 엄격한 정확성을 요구하는 신용장의 경우도 ‘상당일치의 원칙’을 적용해서 오류가 경미해 서류의 본질과 해치지 않는다면 받아들이게 되어 있다. 그것도 오류의 정정 요구는 은행이 하는 것이지 세관이 하는 것은 아니다. 이건 누가 보아도 세관의 월권이다. 당연히 한-중 FTA 위반이다. 결국 보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야속하다. 북한 미사일과 핵을 제재해서 남한의 안전을 보호하는데 도와줄 것을 요구했지만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중국으로선 한국과의 장사도 중요하지만 북한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만만치 않은 나라이다. 중국에서 비하면 작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규모는 아니다.



무역 규모로 보면 인구 세계 3번째인 인도보다도 크다. 군사력으로 보면 남북한 모두 세계 10위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한은 중국의 2번째 무역 상대국가로 일본 보다 교역규모가 크다. 북한은 1500km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혈맹관계이자 미국의 군사력으로부터 완충지역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내에는 우리 민족인 조선족이 약 220만 명이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크겠지만, 사실 중국에서 보면 일본의 중요도는 많이 떨어진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중국에게 일본은 가끔 왜구로 인하여 귀찮게 구는 정도였을 뿐이다. 지금도 경제적인 상호 의존도를 빼면 별로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미 사드가 일본에 배치되어 있어도 아무 소리하지 않았다. 더 강력한 레이더가 배치되었어도 무시할 뿐이었다.



왜냐하면 중국은 자신들과 국경이 직접 닿아있는 나라가 14개국에 달하기 때문이다. 東으로는 북한, 西로는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즈스탄), 南으로는 서남아시아(인도,파키스탄, 네팔, 부탄, 아프가니스탄) 및 동남아시아(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北으로 는 몽골 및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바다를 둘러싸고 직접적 갈등을 겪는 필리핀과 대만을 합치면 무려 16개국이다. 그 중에서 어느 한 나라 만만한 곳이 없다. 베트남은 이미 여러 번 치고받았고, 내륙의 소수민족은 오랫동안 중국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아직도 명청시대에 쓰던 삼국시대의 병법 (이경촉정: 경제로 정치를 풀어간다)을 쓰고 있다. 그런 수법은 중국만 알 때는 먹힐 수 있었다. 왜냐하면 주변에 중국만한 나라가 없었고, 다른 주변 국가들과의 소통이 없을 때,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의 전쟁에서 중국의 피해가 결정적이지 않을 때는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중국의 삼국지 정도는 다 읽고 그들의 수법을 다 같이 알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항공모함을 키우고, 군대를 현대화한다고 해도 당나라 시대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처럼 핵무기는 없지만 미사일 몇 대씩은 모두 갖고 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큰 나라이기는 하지만 자급자족할 만큼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경제에 의존하듯이 중국도 인근 국가에 의존해야 하는 것도 다 알고 있다. 그런 약점을 알고 있는 인근 주변국가와의 갈등을 중국은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다. 중국이 주변 나라에 대하는 방식은 둘 중 하나이다. 필리핀처럼 돈으로 구슬리거나, 인도나 중국 내륙의 소수민족에 하는 것처럼 무력으로 대결하는 것이다. 여기저기가 근질거리지만 뜻대로 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고래이기는 하지만 잡아먹지 못하는 새우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그나마 한반도의 남북한은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상당히 중국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과 한반도의 정권은 대체로 우호적이었던 기간이 더욱 길었고, 갈등을 겪다가 중국 왕조가 무너지는 일도 있었다. 어쩌면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남북한이 차라리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 그 것이 공산주의인 북한이건, 자본주의인 남한 이건 말이다. 그러면 거기에 맞게 한반도를 대할 수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겠지만, 한 쪽은 1500km가 넘는 국경선을 맞대고 핵무기까지 갖고 있고, 한 쪽은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면서 중국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그 둘이 목숨 걸고 싸우면서 중국보고 자기 편을 들라고 하니 골치 아픈 것은 이해할만하다. 섣불리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는데 북한이 갑자기 미사일을 쏘아대자, 남한은 중국에 섭섭하다고 하면서 자구책으로 미국에서 사드를 들여왔다.



중국이 이에 대해 사드보복을 한다고 하지만 속이 편할 리가 없다. 그 걸 이해하는 남한의 일부 마음 좋은 사람들은 중국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듯하다. 이제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중국을 과거처럼 친구라고 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우리를 대하니까 그렇다. 특히 사드보복으로 우리가 많이 당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당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구멍가게에 불과한 무역업자들이다. 도시 이름의 발음이 다르다고 수입을 금지한다는 말은 무역분야 일을 30년 한 나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다. 평택과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무역상 등에게 까지 중국인에게는 후하고, 한국인에게는 차별하는 보복을 하고 있다.

WTO의 기본 원칙인 최혜국 대우와 내국민 대우 협정의 위반이다. 무역협회에서 모은 사례와 대중국 보따리상에게 했던 통관 지연 및 차별만으로도 한-중 FTA (자유무역협정) 위반의 증거로 충분하다. 협정을 무시했으면 당연히 파기할 권리는 우리에게 있다.

새우들과 싸워야 하는 고래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큰소리치면서 체면도 살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적당히 그만 두는 게 서로에게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