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사드로 한국에 섭섭해하면 안된다
중국은 사드로 한국에 섭섭해 하면 안 된다. 한국이 왜 TPP보다 RCEP에 더 적극적이었는지를 생각해보고,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를 체결했는지도 돌아보아야 했다.



한 나라의 무역정책은 항상 그 나라의 군사안보, 경제 안보와 직결되어 있다. 그래서 무역은 정치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정책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각 국간의 경제적 긴밀도와 의존도를 높이는 FTA이다. 순수하게 자유주의적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FTA는 없다. 가장 대표적이고 강한 결합체인 EU는 경제연합체이긴 하지만, 유럽의 평화라는 지극히 정치적 의도로 시작되었다. 트럼프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TPP, 중국은 RCEP 를 통해서 태평양 지역에 자국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유지하고자 했었다. 그리고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심해지면서 자국의 안보를 위하여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TPP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국으로부터 센카쿠열도에 대한 보호를 보장받고자 했다. 그러면서 더욱 중국과의 갈등을 높여갔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다. 한-미 FTA를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중 FTA를 맺음으로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자 했음은 물론이고, 좀 더 나아가서 미국이 주도하는 TPP보다 중국이 주도하는 RCEP에 더 적극적이었고, 협상에도 참여했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은 전통적인 군사동맹이고, 중국에 맞서 전쟁까지 치루면서 한반도를 지켜준 미국보다도 더 중국에 가까이 가있었다. 그리고 사드를 배치하기 전에 이미 여러 차례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영향을 미쳐서 최소한 핵에 대한 한반도의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요구한 바도 있다. 한국으로서는 단 1%의 가능성이라도 핵에 대한 안전도를 높일 수 있다면 어떠한 경우라도 실행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는 것을 중국이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제 와서 한국을 배신자 취급하고 있다. 진짜 배신자는 중국이다. 그 것도 남한보다는 북한을 고려한 의도적 배신이었다. 한국은 사드를 어느 날 갑자기 배치하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미 중국에게 한국의 사드를 방문해서 같이 검증하자는 이야기까지 했던 적이 있다.



이제 한국은 경제 안보의 측면에서 한-중 FTA와 RCEP를 재 검증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언제까지나 친구일 줄 알고 중국 비즈니스를 해왔던 많은 나의 친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한국인 패션 디자이너를 양성해서 중국에서 생산하여 세계에 수출하는 발판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친구도 있고, 한류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려고 애쓰는 그야말로 구멍가게 사장도 있다. 그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험에 처해있다. 이제 와서 한-중FTA를 존중하라고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FTA는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배타적인 무역협정이다. 왜냐하면 비 참여자는 배제되고, 참여 당사국 간에만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중 FTA를 맺었다면 나머지 전 세계는 배제된다. 그만큼 체결 당사국은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적 안보까지 서로 담보하는 사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FTA를 경제적 이익은 물론이고, 정치. 군사. 문화 등 비 경제적 이익까지 포함한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우리는 왜 일본의 아베가 적극적인 우경화되었는 지를 참고해야 한다. 일본도 중국이 센카구 열도 분쟁으로 밀어붙이치만 않았다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고려했음에도 친미 일변도의 우경화와, TPP 몰입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RCEP에 참여한 여러 나라가 중국에의 지나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중국의 팽창주의적 외교 정책을 불안해 했기 때문에 TPP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정치적인 문제를 경제적 보복으로 대응해왔다. 2008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접견했을 때, 2010년 노벨평화상 수장자로 중국 반체제 인사인 슈랴오보를 선정했을 때, 2010년 센카쿠열도를 침범한 중국 어선을 나포했을 때, 2013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필리핀이 국제 상설 중재 재판소에 제소했을 때, 2016년 몽골이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을 때 등등 이다.



이제 우리는 한 번 겪었다. 한-중 FTA가 별로 쓸모없어졌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중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다. 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친구가 누구인가?’를 판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변덕스러울 수 있는 질문이다. 그래서 ‘꽌시’가 중요하다. 중국은 ‘인치(人治)’국가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조약이 있지만, 별 효력도 없다. 그런 마당에 RCEP를 다시 참여하려 하는 것은 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 한-중 FTA보다는 더 많은 16개국이라 좀 다를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중국의 성향은 바뀌지 않는다. 실제 성사 가능성도 그리 높다고 보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많은 품목을 개방하는 고수준의 FTA를 원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화 쪽은 더욱 그렇다. 현재 중국과 분쟁중이거나 사이가 좋지 않은 일본, 필리핀, 인도, 베트남이 잘 호응해줄 지도 알 수 없다. 대만에서 훈련을 끝내고 돌아오는 싱가포르의 군용 장갑차를 홍콩에서 억류하여 최근에는 싱가포르와의 사이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나마 다른 나라보다는 좀 더 중국 쪽에 설 수 있었던 나라가 한국이었지만, 이제 그래서는 안 된다. 기왕에 참가하기로 마음먹기는 했지만, 한-중 FTA처럼 우리만 지키는 조약이 되면 바보다. 지금의 사태로 보듯이 한-중 FTA는 오히려 한국의 경제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앞으로도 얼마나 중국이 경제외적인 요소로 경제적 보복을 할지 가늠할 수가 없다. 중국의 대외 정책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동등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언제나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중국의 자신감이 커지고 팽창주의를 내세우며 갈등을 만들어 갈 때, 한-중 관계의 잠재적 리스크는 커져간다. 비단 한-중 관계 뿐만 아니라, 한-중-일이나 한-미-중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다. 지금 중국과는 한-중-일 FTA와 RCEP 두 개의 자유 무역 협정을 협상하는 과정에 있다. 아마 미국에서도 한-미FTA를 고쳐보자고 할 수 있다. 잘못된 한-중 FTA를 개선시키고, 동아시아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역 안보를 재정립함으로써 국가 안보 전체를 향상 시킬 새로운 방도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중국에 수출하려고 자기 제품을 만들어 포장과 홈 페이지를 잘 꾸며놓은 그 친구가 이번 사태로 나쁜 영향을 받지 않고, 한국의 신예 디자이너들과 중국 생산회사 간의 상생하는 비즈니스도 잘 되어서 윈-윈 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