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G 경제연구원은 올해 히트상품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아트 디자인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성 있는 소비자들이 감성디자인을 예술적인 측면에서 찾는 유행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디자인이 좋지 않은 제품은 히트상품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는 것으로 이를 데카르트(Techart) 마케팅이라고 한다. 데카르트란 기술(Tech)와 예술(Art)을 합친 신조어로 소비자의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과 기능성을 구현한 것을 말한다. 예술을 사업의 도구로 활용한 데카르트 마케팅은 유명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의 작품을 제품에 맞게 이미지를 디자인함으로써 브랜드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국내 최고의 휴먼브랜드이자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을 생각해보자. 앙드레 김은 현재 삼성전자의 아트 디렉터로 가전제품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명품가전의 이미지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비단 가전제품만이 아닌 아파트 내부 디자인에서부터 골프용품에 이르는 생활필수품까지 그의 영향력은 다채롭다. 마치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닌 예술품을 집안에 들여 놓은 효과를 준 것 같은 이미지는 앙드레김의 특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앙드레 김의 특별함은 벌써 시각적인 비주얼에서부터 남다르다. 올백머리, 온통 하얀 드레스셔츠와 슈트의 옷차림과 부츠 등 독특한 발음까지도 말이다. 특히 헤어스타일과 복장은 국내 개그맨들이 흉내를 내어도 당장 알아볼 정도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헤어스타일은 머리숱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을 가리기라도 하듯 헤어 마스카라를 바르고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뒤로 쓸어 넘겼다. 앙드레 김은 올백머리를 하고 있는 이유를 하나의 정신집중 작업이라고 한다. 앞으로 머리를 내리면 어려 보일 수는 있지만 정신집중이 안 되며, 올백머리를 해야만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일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독특한 올백머리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오른 쪽 바지 주머니에 작은 갈색 빗을 갖고 다니며 수시로 머리를 빗을 정도로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철저하다.




올백머리는 균형과 안정을 잘 표현해 준다. 게다가 머리 한 올 한 올을 정리할 정도로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야 하며 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절제하는 스타일이다. 포마드를 바른 올백머리를 한 CEO 벤처캐피탈협회의 고정석 전 회장은 삼십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도 나이가 들어 보이기 위해 올백머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최고경영자의 자질측면에서 요구하는 것은 연륜이다. 즉 톡톡 튀는 젊은 30대의 이미지에서 균형 잡힌 경영의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추측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그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올백머리를 연출함으로써 주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지금까지 올백머리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학교가 단정치 못한 머리가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조사한 결과,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흐트러질 때 자존심도 잃고 사고도 덜 명석해지며 일을 처리하는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머리가 정돈되지 않았을 때나 머리털이 튀어나왔거나 이발이 보기 흉하게 되었을 때 남성들이 여성보다 더 많이 감정이 상하며 사고력과 일을 처리하는 능력도 더욱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유쾌한 심리학)




앙드레 김은 “의상은 시대적인 변화와 함께 가장 지적인 영원한 아름다움이 풍겨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하자면 일 년 열 두달 똑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120벌의 순백색 의상은 그에게 있어서 내면적 문화 코드나 다름없다. 그 순백색 의상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헤어 컬러다. 말하자면 그가 헤어마스카라를 한 검은 머리는 흰색 의상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흑백대비 색채효과’인 셈이다. 만약 앙드레 김의 흰색 의상에 갈색이나 붉은 색조의 염색을 한 머리를 했다면 예술적인 카리스마는커녕 플레이보이나 카사노바와 같은 이미지를 형성했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밝은 염색머리에 올백스타일은 생각만 해도 강 건너 불 보듯 뻔한 그림이 아니겠는가.




“머리에 부스럼이 생겨 과산화수소를 발랐는데 머리 색깔이 변하는 것을 보고 전부 다 발라서 염색했었다. 당시에는 50년대 후반이라 염색하는 남자가 거의 없었던 시기였고 그때 아버지에게 무척 혼났었다.”




올백머리는 패션 보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올백머리는 말 그대로 얼굴의 누드상태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표정을 지을 때와 무표정일 때 모두 중요하다. 굴을 벗어나 깔끔하게 빗어 넘긴 것은 업무처리능력을 향상시키는 정신집중이 된다. 또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카리스마를 잘 표현해 준다. 비즈니스를 위해 올백머리를 연출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이마에 주름살의 깊이와 부위다. 이마에 깊게 골이 파인 누운 ‘3’ 자 주름은 그동안의 세파(?)를 보여 주기 쉽다. 또한 미간에 깊게 파인 ‘川’ 자 주름은 신경질적인 인상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자, 이제 올백머리도 전략이다. 성공적인 올백머리를 하기 위해 다같이 <3GO!>를 외쳐보자. 여기서 ‘3 GO!’는 세우고(GO), 바르고(GO), 다듬고(GO)를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올백머리를 연출하는 단계다. 앞머리를 세울 때는 먼저 드라이어기를 이용해 머리카락을 세우는 것이 올백머리의 기초공사다. 자연스런 연출은 왁스, 강한 올백머리는 스프레이를 이용하는 제품 바르기다. 그 다음 손가락을 이용해 다듬어 주면 완성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올 가을은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포장된 축 처진 인상이 아닌 파워가 카리스마가 담긴 올백머리에 도전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