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파문을 보면서

국내 최고의 가수 7명이 벌인 서바이벌 게임 ‘나는 가수다’가 결국 4월 결방 결정이 났다. 서바이벌 게임의 첫 탈락자는 김건모였다. 데뷰 20주년이 되는 국민가수의 탈락이 너무 충격이어서 였을까? 방송에서는 참여가수들의 합의로 재도전 결정을 했다. 재도전 결정은 논란과 비판을 일파만파로 키웠다. 재도전 결정에 대해 1차적 책임이 있는 담당 PD가 사퇴했다. 그래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얼굴에 빨간 맆스틱을 칠하며 망가지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준 국민가수가 사과하고 재도전을 포기했다. 급기야 방송사는 4월 결방을 결정했다. 일개 연예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나 국민의 반응이 과도한 것일까?

또 다른 서바이벌 게임 ‘위대한 탄생’을 보자. 이 프로그램은 가수가 되려는 일반인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재능있는 가수지망생들의 열정과 가수 평가단의 냉정한 평가가 어울려 안타까움과 감동을 준다. 그런데 최종단계에 올라온 11살 김지인 양이 탈락했다. 11살 어린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었는지 가사를 몇군데 틀리게 불렀다. 물론 감동이 있는 무대였다. 결과는 탈락. 유명 작곡가 방시혁은 냉정했다. 방송 후 냉정하게 평가한 방시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한국 사람은 情이 많다. 데뷰 20주년이 되는 국민가수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싶어하고, 11살 어린이의 실수를 눈감아 주고 싶어한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있다. 과거 생존과 성장을 위해 ‘룰’과 ‘원칙’ 쯤은 눈감아 주던 소위 ‘어른들’의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는 바로 ‘공정함’이다. 어른들이 만든 성장의 과실을 먹고 안정된 사회를 살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젊은 세대는 ‘공정함’이라는 가치를 ‘情’보다 중시한다. ‘나는 가수다’에서 재도전 결정을 한 방송사 책임자, PD, 가수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어른’들이다. 그들에게는 국민가수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싶은 ‘情’이 우선된 가치였다. 그렇기에 방송사나 PD 그리고 가수의 잘못으로 비난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번 파문은 우리 사회에 ‘공정함’을 보편화된 가치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비록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중견가수들이 치열하게 연습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김건모는 20여 년 꾸준히 좋은 노래와 국민의 사랑을 받아 온 국민가수다. 방송사와 가수들 모두 4월 결방 동안 더 열심히 준비해서 어떤 어려움에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던 ‘어른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다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정진호_IGM 세계경영연구원 이사, <일개미의 반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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