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임신한 창녀를 집에 데리고 와서 목욕을 씻기고 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찰을 받게 하고, 모델료를 낼 돈이 없어 그녀를 모델로 쓰면서 고흐는 “사랑이 없는 삶은 죄악이야. 부도덕이지.”라고 중얼거리며, “사는 것과 일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은 결국은 한가지니까.”라고 생각한다.

사흘 동안 밤낮 없이 철야를 하면서 일을 하느라 지쳐 있는 새벽에 사무실 어느 구석에 던져진 빈센트 반 고흐에 관한 책을 주워 읽으며, 일주일이라도 더 밤새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토요일도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일이 끝나지 않아 일요일 아침 특근을 위해 출근을 했다. 출근하자마자 피곤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캐비닛에서 작은 카세트를 꺼내 테이프를 틀어 놓는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영화음악이나 카페에서 자주 듣던 곡이다.

35년 밖에 살지 못한 모차르트가 620여 곡의 음악을 작곡을 했고, 그런 그의 음악이 250년 동안 이 지구상에서 어느 하루도 연주되지 않는 날이 없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그보다 더 오래 살았는데, 지구상에 남길 수 있는 건 쓰레기밖에 없을 것 같아 창피하다.





가족들간의 불화가 있을 때가 있다. 형제나 친지들간에 집안일로 갈등이 생기고 다툼도 있다. 산소에 벌초를 하러 가거나 부모에 관한 일이 생기면 여러 가지 논란이 오가며 불화도 발생한다. 그럴 때 우연히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읽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함께 사는 작은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각종 모함과 전략을 짜면서 자신의 나약함을 한탄하는 햄릿을 보면서 모든 인간들의 마음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위로를 받는다.

15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대학에는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극작가 세익스피어가 20세에 벌써 세 자녀를 두고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써야만 했던 세계적인 대문호의 사정과 고통을 상상해 본다.

30대에 청력을 잃고 피아노소리와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자,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이 듣지 못한다는 것은 죽음과 다르지 않다.”고 하며 유서를 쓰다가 “그래도 작곡은 할 수 있지. 상상으로 하면 될 거야”하면서 도 다시 30년을 산 베토벤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세계적인 명곡들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방황을 하면서, 시도했던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간혹 울적하거나 비관적인 상황에 직면할 때,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며, 책을 읽으면서 “예술 작품보다 더 예술 같은 예술가들의 삶”을 보면서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