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에 나와서 할 일을 정리해 본다. 굵직한 것만 7건이 있었다.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것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할 일이 없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심이다.

한 15년 전에 한창 일하던 시기에는 아침에 나와서 한 일을 적다 보면 A4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 할 일이 많아서 하루 종일 뛰어 다니다 보면, 어느 새 퇴근 시간이 되곤 했
었다. 그 당시에는 힘든 것도 있었지만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뿌듯하기도
했다.

이제 50대 중반이 되어서, 나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니 후회스러운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내가 잘 못 했던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 회사에서 인정 받고,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허망한 꿈을 꾸었던 것
– 할 일이 많아서 하루 종일 뛰어 다니며 열심히 했지만, 일이 많아서 제시간에 마무리
하지 못해서, 결론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주고 있다는 것을 모른 것
– 자신의 만족을 위해 생활 하면서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오해한 것
- 나의 발전을 위한 시간을 가지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한 것

나에게 15년 전의 시절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좀 다른 생활을 할 것이다. 물론, 내가
지내온 직장 생활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돌아보니 좀 더 나은 방법이 분명히 있었다

먼저, 직장 생활은 직장 생활일 뿐, 거기에 자존심이나 인정 받고자 하는 욕심이나 잘해보고자 하는
희망을 담지는 않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직장 생활을 직장 생활로서 즐기려고 노력할 것 같다.

동료들과 친하고, 나의 욕심을 앞세워 일을 싸 안고 있지 말고, 동료들과 나누며, 나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생활을 하려고 애쓸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이순간 직장이 나에게 발전을 위한 기회를 주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 같다.

누구에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며, 자신의 발전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그 순간 행복해
하는 나의 모습을 내가 확인하며 살 것이다.


며칠 전 신문에 공무원 7명을 뽑는데, 수천 명이 지원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회 생활을 먼저 지낸
선배로서 조금 안타깝다. 직장은 직장일 뿐이고, 평생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은 존재하지도 않지만,
자기 자신을 불행하게 한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한발 한발 내발로 걸어야 한다. 지금 내가 내미는 한발 한발이 내 인생이다.
그 한 발을 내밀 때, 내가 행복해야 한다. 산 정상으로 가는 헬기는 없다. 있다고 해도 너무 빨리 가면,
빨리 내려와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한발한발 즐겁게 앞으로 나가 보자.

돌아보면 그것이 인생이다.